(내외뉴스=김동현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9시30분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의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검찰 조사를 받는 역대 다섯 번째 대통령이 됐다.
이 전 대통령은 오전 9시15분쯤 서울 논현동 자택을 나와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뒤 60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 앞에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민생 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마는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면서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뇌물수수, 횡령·배임, 조세포탈, 직권남용, 공직선거법 및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의혹과 관련해 20여 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수뢰 혐의액은 국정원이 청와대에 상납한 특수활동비 17억원, 삼성그룹이 제공한 다스 소송비 60억원(500만 달러) 등을 포함해 총 110억원대에 달한다.
아울러 다스 관련 BBK투자자문에 떼인 투자금 140억원을 돌려받는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 청와대 등 국가기관을 개입시킨 혐의, 300억원대 비자금 조성 및 거액 탈세 등 다스 경영 비리 혐의 등도 받고 있다.
수사과정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110억원대 불법 자금 수수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또 다스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이 전 대통령은 불법 자금 수수와 관련한 사실을 일체 몰랐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스 역시 경영 문제로 조언해 준 적은 있지만, 실소유주는 자신이 아니라고 거듭 부인해 왔다.
이와 관련, 검찰은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 등 핵심 측근 진술과 영포빌딩 내 다스 비밀창고 등지에서 발견된 증거들을 확보한 상태다.
혐의 내용이 방대한 데다 전직 대통령 신분상 재소환이 어렵다는 점에서 장시간 조사가 불가피해 밤샘조사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날 한 차례 조사를 끝으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에게 필요한 예우는 충분히 갖추되 철저하고 투명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히며 “되도록이면 1회 조사로 마쳐야 할 것인 만큼 불가피하게 조사가 길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