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역사속 선조들의 여유와 아름다운 詩의 일탈
[칼럼] 역사속 선조들의 여유와 아름다운 詩의 일탈
  • 배동현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8.0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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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고산정 배동현

남인에 맞선 시인, 서인 김수향이 진도로 가는 유배길 위에서 눈오는 밤 지은 시조 한 수가 있다. 조선 중기의 문신인 윤선도가 지은 어부사시사라는 시조 가운데 겨울 노래 한수로써 너무도 유명하다. ‘지난밤 눈이 갠 후에 경치가 달라졌구나/노 저어라 노 저어라/눈앞에는 넓고 맑은 바다, 뒤에는 겹겹이 둘러 친 흰산/지국총 지국총 어사와/신선의 세계인지 불교의 세계인지 인간 세상은 아니로다. 눈이 온 뒤 달라진 바닷가의 아름다운 풍경을 노래한 것이다. 윤선도는 1651년에 이 시조를 지었다. 당시 그의 나이 65세가 되던 해였다. 그는 벼슬을 그만두고 전라남도의 보길도라는 섬에 들어가 살던 중이었다고 전해온다. 윤선도가 살았던 조선 중기는 붕당정치가 한창이던 시절이였다. 붕당이란 특정한 학문적.정치적 입장을 가진 양반들이 모여서 만든 정치집단을 말한다. 이 중 윤선도는 남인 세력의 거두로 송시열을 우두머리로 삼은 서인 세력과 맞선 유명한 인물이다. 1659년에 벌어진 제1차 예송논쟁에서 송시열과 서인 세력에게 무릎을 꿇고 오랜 세월 유배 생활을 했다. 예송논쟁은 1659년 조선의 제17대 임금인 효종이 죽었을 때, 효종의 계모인 자의대비가 상복을 몇 년간 더 입어야 하는가를 두고 남인과 서인 사이에 벌어진 논쟁이였다. 한편 조선 1689년 김수항이란 인물은 전라남도의 진도에서 어느 눈 내리는 날에 ‘눈 오는 밤 홀로 앉아’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허술한 집에 싸늘한 바람이 불어오니/빈 뜰엔 흰 눈이 쌓이네/근심스런 내 미음과 저 등불은/이 밤 함께 재가 되었네’ 김수항은 송시열을 따르던 서인이었어요. 제1차 예송논쟁 때는 앞장서서 윤선도와 남인을 관직에서 물러나게 했던 유명한 인물이다. 그러나 1689년에 숙종이 후궁인 장옥정이 낳은 아들을 원자로 삼는 것을 송시열과 함께 끝까지 반대하다가 남인의 공격을 받아 관직을 잃고 유배를 당한 뒤 유배지에서 사약을 받고 죽음을 맞이했다. ‘눈 오는 밤 홀로 앉아’라는 시는 그 일로 유배를 당해 진도에 있을 때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서인은 어떤 사람들이고 남인은 또 어떤 사람들일까? 조선은 선조때 사림파가 조정에 진출하면서 조정의 인사권을 행사하는 이조전랑이라는 관직을 두고 동인과 서인으로 갈라져 논쟁했다. 동인은 주로 이황과 조식의 제자들로 이루어진 영남학파 출신이며 서인은 주로 이이와 성혼의 제자들로 이루어진 기호학파 출신이였다. 그 뒤 동인은 서인의 우두머리였던 정철에 대한 처벌을 놓고 강한 처벌을 원하는 북인과 그렇지 않은 남인으로 갈라서게 됀다. 나중에 서인은 남인에 대한 처벌을 놓고 강한 처벌을 원한 노론과 그렇지 않은 소론으로 세력이 갈라지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당파들이 조선 중기에서부터 후기에 이르기까지 긴 기간 동안 조정에서 벌어진 서로간의 권력 다툼은 붕당정치에 날 새는 줄 몰랐다. 앞서 눈에 관한 두 시는 윤선도와 김수항이 생사를 넘나드는 치열한 붕당정치 속에서 남긴 유명한 시들이다.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 조선의 뛰어난 두 문장가의 시 두 편이 그 의미가 더 새롭게 닦아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 아닐까. 역사와 시의 아름다운 만남이라면 지나친 해석일까? 아무튼 생명을 담보로 한 위기의 역사속에서도 슬기로움을 담보로 한 선조들의 여유로운 일탈을 엿볼 수 있는 즐거움이라면 지나친 말 일까? 나라가 어수선한 요즘, 남북통일을 향한 여유의 일탈은 어쩌면 시가 주는 아름다움 아닐까? 아무튼 시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해준 역사속의 붕당정치와의 동행은 한국민의 마음속에 녹아 있는 문학에의 사랑이라고 크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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