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나온 역사를 바로 알아야 오늘의 현실을 바르게 읽을 수 있다
[칼럼] 지나온 역사를 바로 알아야 오늘의 현실을 바르게 읽을 수 있다
  • 배동현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8.13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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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고산정 배동현

16세기는 사림이 사회적으로 크게 성장하면서 기성정치세력인 훈구파와의 대립 갈등 속에서 사화가 연속적으로 발생하던 시기였다. 1506년 연산군의 폭정으로 인한 중종반정으로 신예사림인 조광조가 등장하여 성리학적 이상사회를 위한 대개혁을 추진하였지만 학문적 미성숙과 과격성으로 말미암아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역사의 대세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여서 중종후반기에 이르면 사람들이 중앙정계에 다시 진출하게 되었다. 그러한 흐름에 힘입어 퇴계 이황은1534년34세로 문과에 급제하여 승문원 부정자로 사대부의 길을 걷게 되고 남명조식선생은 1539년39세에 초야에서 학문에만 전염하는 유일(遺逸)로 인정받아 헌릉참봉으로 국가의 부름을 받았지만 나가지 않았다. 선비가 수기(修己)하면 반드시 치인(治人)의 단계로 가 학자관료인 사대부가 되는 것이 상식이였던 당시 그 시절에, 퇴계는 그길을 걷게 된 것임에 비하여 남명은 그 길을 거부하고 재야지식인의 길을 선택했다.

퇴계선생과 남명선생은 연산군 7년(1501) 같은 해에 태어났고 퇴계선생은 70세, 남명선생은 72세까지 장수하였다. 퇴계가 경북 예한현 온계리에서 태어나 경상좌도를 대표하는 사림의 영수라면 남명은 경남 삼가현 토동에서 출생하여 경남 우도를 대표하는 사림의 영수로서, 16세기 학파형성기에 있어 영남학파의 두 거봉 이였다. 그들의 제자들은 동인으로 한 정파를 이루어 지조와 신념으로 사회개혁을 앞장서 부르짖던 조선의 선비로 크게 자리메김 해 왔다.

퇴계는 명종때 문정왕후와 윤원형이 전횡하는 혼란기를 당하여 계속 사직상소를 올리면서 상경과 낙향을 반복하면서도 사대부의 길을 걸어 성균관 대사성, 양관 대제학 등 청직의 최고직에 올라 공직사회의 청빈의 사표로 인정 받아 왔다. 또한 각조 판서를 고루 역임하면서 나라를 튼튼히 한 공로로 사후 영의정에 추증되었다. 그의 학문이 토대가 되어 율곡 이이에 의하여 조선에 토착화된 성리학을 시대사상으로서 정립하였고 가치관의 정립을 통하여 사회정의 구현의 이론적 기준을 마련했다는 평가을 받았다. 반면 남명은 지속적인 국가의 부름에도 응하지 않고 재야의 우국지사로서 남아 비판적 역할을 고수했다. 1554년 54세에 벼슬길에 나갈 것을 권고한 퇴계의 권유를 물리치고 처가가 있던 김해에 자리 잡고 후진양성에 힘쓰면서 경의(敬義)에 근본을 둔 실천우선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퇴계가 조광조의 실패를 거울삼아 현실참여를 통하여 점진적인 개혁의 씨앗을 뿌리며 신정치세력인 사림의 입지를 다져놓아 다음 시대인 선조대에 사림이 정계에 진출하는데 큰교두보를 놓았다면, 남명은 강직하고 굳센 기상의 재야 사림으로서 강렬한 비판의식으로 무장하고 거침없는 말과 행동으로 재야의 선비로 남아사회개혁을 주장하였다. 그는 정치의식이 지나치게 투철하여 현실정치판에 뛰어들지 못한 현실부적응의 정치가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다 함께 사회정의를 구현하려는 이상 아래 교육에 기대를 걸고 새 새대를 준비하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결국 퇴계나 남명은 다 함께 개인의 안위와 영달에 안주하지 않고 이상사회에 대한 청사진을 갖고 강렬한 사회개혁 의지를 다지면서 시대를 앞서간 한국의 훌륭한 선각자들이었다. 그리하여 이들의 학파의 모집단이 된 이념붕당들이 다음 시대에 견제와 균형을 통하여 새로운 사회를 이끌어가게 되었던 바, 혼란의 시대인 오늘날에 있어 시사하는 바 크다. 지나온 역사를 바로 알 수 있다면. 오늘을 바로 읽을 수 있다. 그래야만 래일를 실수없이 준비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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