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행복해 질 때는 언젠가?
우리가 행복해 질 때는 언젠가?
  • 내외뉴스 발행인 최수환
  • 승인 2019.01.0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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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우리가 행복해 질 때는 언젠가?

▲ 발행인 최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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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의 국가별 행복지수(HPI)에서 영국 신경제재단(NEE)의 발표를 보면 2006년 행복지수가 세계 8위였던 부탄이 올해는 17위로 뚝 떨어 졌다는 소식이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로 알려진 부탄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0년대 초반 수백 달러에서 요즘 5000달러로 급성장했다. 그랬는데 되레 국민의 행복도는 떨어졌다는 이야기다. 요즘 산간 마을까지 보급된 TV 탓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불교와 농사일만 알던 사람들이 TV로 딴 세상을 보게 됐고, 하고 싶고 갖고 싶은 게 많아진 탓이다. 부탄엔 얼마 전에야 정신과 의사가 처음으로 개업했다는 정보이고 보면 부탄이 얼마나 조용하고 마음이 편한 나라였는가는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다.

1974년 미국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소득이 높아져도 꼭 행복으로 연결되진 않는다는 논문을 발표한바있다. 1950년부터 1970년까지 일본의 경우 국민소득은 일곱 배 증가했지만 삶의 만족도는 국민소득이 최하위권인 방글라데시와 비슷할 정도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국민 복지를 위해 소득을 높인다는 경제정책의 목표에 어긋나 ‘이스털린의 역설’로 불렸다. 이 역설이 아직도 통하는 것일까. 지난해 영국 NEE의 국가별 행복지수 1위는 중미의 코스타리카가 차지했다 한다. 10위권 가운데 도미니카(2위), 자메이카(3위), 쿠바(7위) 등 중남미 나라가 9곳이나 됐다. 베트남이 5위로 아시아에서 홀로 10위 안에 들었다. 선진국에선 네덜란드가 43위가, 독일51위, 일본75위, 미국은 최하위 권인 114위였다. 한국은 68위다. 국가행복지수는 측정하는 기관이 어디인가, 어떤 변수를 보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날 수도 있다. 최근엔 ‘생태환경’ 변수도 중요시된다. 코스타리카는 20년간 생태 보전에 힘써왔다. 전 국토의 25%가 자연보호구역이다. 5년 전 동부 해안에서 유전(油田)이 발견됐지만 시추를 금지하고 대신 수력.풍력 발전에 투자했다. 쿠바나 브라질 등 남미 국가들도 생태정책을 중시하고 있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사실 행복감은 남과의 비교에서 오는 수가 많다. 20만원짜리 운동화를 신은 아이의 만족감은 운동화의 질과는 별 관계가 없다. 자기 운동화에 유명 브랜드가 붙어 있다는 걸 친구들에게 과시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다른 아이도 다 유명 브랜드를 신게 되면 그 운동화를 신는 데서 오는 만족감은 뚝 떨어진다. 결국 사회가 부자가 될수록 행복해지기 위해선 더 많은 돈이 필요해진다. 대한민국의 최근 몇십년도 아마 그런 사회였을 것이다.

모 언론에서 몇 년 전 시인 100명에게 애창곡을 물었더니 ‘봄날은 간다. (솔로원 작사. 박시춘작곡)가 1위로 뽑혔다. 계간(季刊) ’시인세계‘의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랫말’ 조사에서도 1위였다. 대중가요가 시인들의 애송시(愛誦詩)대접을 받은 셈이다. 천양희 시인은 “이 노래만 부르면 왜 목이 멜까”라고 했고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라는 첫 구절을 부를 땐 아무렇지도 않더니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따라 울던’ 이 대목을 부르고 나면 나도 모르게 슬픈 그 무엇이 느껴졌고 눈물이 나려고 했다.”고 소개했다. ‘봄날은 간다’라는 제목을 단 시도 많다. ‘이렇게 다 주어버려라/ 꽃들 지고 있다/(...)/지상에 더 많은 천벌이 있어야겠다/ 봄날은 간다.’ 고은은 봄날의 허무 속에서 퇴폐와 탐미를 찾았다. 안도현은 ‘꽃잎과 꽃잎 사이 아무도 모르게/ 봄날은 가고 있었다.’고 탄식했다. 29세에 요절한 기형도는 ‘봄날이 가면 그뿐/ 숙취는 몇 장 지전(紙錢) 속에서 구겨지는데’라는 시를 남기고 생의 봄날에 떠났다. ‘봄날은 간다’를 패러디한 시도 많다.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우는/ 누구에게도 그런 알뜰한 맹세를 한 적은 없지만 봄날은 간다/ 시들시들 내 생의 봄날은 간다’ (정일근). ‘낯선 도시 노래방에서 봄날은 간다.(...)/ 당신은 남고 봄날은 간다./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새파란 풀임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이승훈). 원로가수 백설희의 대표곡 ‘봄날은 간다’는 1953년 대구에서 유성기 음반으로 발표됐다.

화사한 봄날에 어울리는 밝은 봄노래의 정형을 벗어던지고 너무도 환하게 부르다 보니 더욱 슬픈 봄날의 역설이 애틋했을 것이다. 또한 전쟁에 시달린 사람들의 한 맺힌 내면의 풍경을 아싸하게 했기에 청 노년층의 공감을 샀을 것이다. 백설희는 낭랑하면서도 체념한 목소리로 알뜰한 맹세가 실없는 기약이 되는 슬픔에 젖은 여심(女心)을 강렬하게 표현했다. ‘봄날은 간다’는 이미자 배호 조용필 나훈아 장사익 등이 제각각의 음색으로 부른 불후의 명품 명곡이다.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줘 작년이든가 25현(絃) 가야금 연주가 정민아는 이 노래를 주제로 한 연주회를 열기도 했다. 같은 이름의 영화와 연극도 나왔다. 백설희는 갔어도 노래 ‘봄날은 간다’를 향한 한국인의 사랑은 결코 식을 줄 모른다. 백성을 행복하게 할 화창한 봄날은 언제 쯤 올까? 삼동의 한파가 너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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