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포명사십리와 해당화군락지의 추억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칠포명사십리와 해당화군락지의 추억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 편집국
  • 승인 2019.06.16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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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최수환
▲발행인 최수환

여름이 오면 나이 지극한 이 필자가 아직도 그리워하는 것은 옛적, 칠포해변의 명사십리와 그곳에서 자생하던 해당화의 아름다움을 결코 잊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작은 해당화가 그토록 잊을 수 없는 요염한 꽃일 수 있나? 그 이유를 나는 아직도 모른다.

해당화는 저 멀리 고려시대 이전부터 이 땅에서 자리 잡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던 꽃나무로 널리 알려져 있다. 어쩌면 시를 닮은 꽃 해당화! 고려사에 실린 당악(唐樂)에 보면 ‘봄을 찾아 동산에 가니/고운 꽃 수놓은 듯 아름답게도 잘 피였네/해당화 가지에 꾀꼴 새 노래하고/...’라고 하였으며 동국이상국집의 ‘해당화’에는 ‘하도 곤 해선가 머리 숙인 해당화/양귀비가 술에 취해 몸 가누지 못하는 듯/꾀꼬리가 울어대니 단꿈에서 깨어나/ 방긋이 웃는 모습/ 더욱 맵시 고와라’라고 소개하고 있다.

북한의 원산 남동쪽에 있는 명사십리는 바닷가 약 8Km가 넘게 펼쳐진 흰 모래밭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해수욕장이 있다. 여기에는 해당화가 해수욕장을 가로질러 붉게 피어있고 뒤이어 긴 초록빛의 곰솔 숲이 이어지며 흰모래와 어우러진 옥빛 바다는 명사십리의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명물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곳의 해당화는 너무나 유명하여 고전소설 장끼전에도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 진다고 한탄마라. 너야 내년 봄이면 다시 피려니와 우리 님은 이번 가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는 내용이 나온다. 몽금포타령에 나오는 황해도 용연의 몽금포, 북한 김일성권력자의 별장지로 알려진 화진포 등이 모두 해당화로 유명한 곳이다.

세종실록지리지의 황해도 장산곶 설명을 보면 ‘3면이 바다에 임하였으며 가는 모래가 바람을 따라 무더기를 이루고, 혹은 흩어지며, 어린 소나무와 해당화의 붉고 푸른 것이 서로 비친다’고 하였다. 해당화는 이름 그대로 바닷가 모래사장이 바로 그가 좋아하는 고향 땅이다.

해당화는 넓디넓은 바다를 바라보면서 소금물 투성이 모래땅에 뿌리를 박고 산다. 피어나는 주홍빛 무리를 마주하고 있으면 애달픈 사연을 묻어둔 여인의 넋이라도 담겨있는 듯하다. 그래서 1970년대를 풍미하였던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을 비롯해 사랑을 노래한 우리의 대중가요에 해당화는 흔히 등장한다. 꽃이 가진 상징성만이 아니라 실제의 쓰임새도 많다. 향수의 원료가 되고 꽃잎은 말려 술을 담그거나 우려서 차로 마시기도 한다. 향수를 대신하는 향낭, 즉 향기 나는 주머니를 만들어 혼기 찬 아가씨들이 차고 다녔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방에서는 주로 뿌리를 쓰는데 치통과 관절염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꽃은 수렴, 진통, 지혈 및 설사를 멈추는데 유용하다고 전한다. 요즈음에는 신경통에 좋다는 소문이 돌아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해당화들이 뿌리째 뽑혀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한자 이름은 해당화(海棠花)외에 매괴(玫瑰)라고도 하는데, 특별히 겹 해당화를 매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겨울에 잎이 떨어지는 키 작은 꽃나무다. 그러나 깊은 산골이 아니면 전국 어디에서나 잘 자란다. 높이 1m 정도이며 줄기와 가지에 예리한 가시가 있고 털이 촘촘하다. 잎은 어긋나기로 달리고, 깃털 모양으로 7~9개의 작은 잎으로 구성되어 전체적으로 새 날개 모양이다. 잎은 두껍고 타원형으로 주름이 많고 윤기가 있으며 뒷면은 잎맥이 튀어나와 있다. 잔털이 촘촘하며 선점이 있고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다. 꽃은 새 가지 끝에 꽃대가 나오며 5월에서 8월에 걸쳐서 붉은 꽃이 핀다. 늦여름에 동그란 열매가 붉게 익는다. 정원수로 키워도 주먹만 한 꽃송이가 탐스럽고 예쁘게 핀다.

당시의 명사십리 칠포해변은 욱어진 해변의 숲속에는 해변잔디와 숲속에는 사시사철 솟아나는 샘이 있어 여름철 피서객이 쉬어가는 해변의 풍광으로 유명했다. 또한 해변에는 시원한 동해의 바닷바람과 능수버들의 풍광으로 전국에 유명세를 떨쳤다. 특히 해풍으로 조성된 울퉁불퉁한 맑은 백사장은 촌 노들의 찜질하는 곳으로도 소문나 여름이면 전국에서 모여든 찜질 텐트백사장으로써 장관이었다.

해변 폭이 2-3백 미터로 십리에 이르는 백사장은 과히 명사십리를 자랑하고도 남는다. 거기다 북한의 김일성별장이 있는 거진해수욕장과 쌍벽을 이루는 칠포해수욕장의 유명세는 아직까지도 쟁쟁하다. 해당화에 얽힌 슬픈 바다이야기가 아직도 눈에 선한 이유다. 특히 가수 박양숙의 애절한 ‘어부의 노래’가 딱 맞아 떨어지는 곳이 옛 칠포해수욕장의 풍광이다. “뭉게구름 둥둥 떠가는 푸ㅡ른 물결 춤추고, 갈매기가 넘나드는 내 고향 오막살이집 한 채, 고기 잡던 아버지와 조개 줍던 어머니, 그리고 집에 남아 집 지키는 어린애기의 기다림이 애절하게 묻어나는 곳, 칠포해변이 눈에 선한 사람이 어데 나뿐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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