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뉴스=정다연 기자/촬영=정동주 사진 전문기자)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아 서울시 강동구청 앞에 평화의 소녀상이 생겼다.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인 지난 14일 오후 5시 강동구청 앞 열린뜰 잔디광장에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열였다. 이날 제막식에는 이정훈 강동구청장을 비롯해 소녀상을 제작한 이행균 작가, 소녀상 모델 박세희(19) 양 등이 참석했다.
강동구 평화의 소녀상은 실제 해당 구에 살고 있는 박세희 양의 얼굴을 하고 있다. 앉아 있는 모습의 기존 소녀상과 달리 강동구 소녀상은 곧게 서서 한 발을 내딛고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소녀상은 왼손에 위안부 피해자 김순덕 할머니 그림인 '못다 핀 꽃'을 차용한 꽃가지를 들고 어깨에 나비를 얹고 있다. 소녀상을 제작한 이행균 작가는 "과거 상처를 날려 보내고 새 희망으로 미래의 꿈을 펼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행균 작가는 박세희 양을 소녀상의 모델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박 양이 나눔의 집에서 몇 년 동안 봉사활동을 했다. 그러면서 박 양의 진정성을 생각하게 됐고,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에 끌려갔을 당시 평균 나이가 박 양과 비슷한 연령대 이면서 이미지도 비슷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작가는 "(소녀상을) 박 양과 똑 닮게 만들지는 않았다"면서 "강조할 부분은 강조하고 생략할 부분은 생략하되 체형은 박 양과 닮게 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소녀상을 제작하면서 얼굴 부분을 1년 정도 작업했다. 소녀상에 슬픈 눈을 담고 싶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얼굴 전체가 슬프면 안 되기 때문에 입술에 미래에 대한 굳은 의지를 묘사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박세희 양은 소녀상의 모델이 된 소감으로 "10대 친구들과 비슷한 나이인 제가 모델이 됐는데, 지나가는 친구들이 또래 소녀상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이날 열린 제막식에 대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위안부 피해자 분들의 희생과 아픈 과거를 잊으면 안 된다"라면서 "앞으로 강동구에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과 민족의 슬픈 과거를 잊지 않고 평화와 인권, 복지가 더욱 확대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이 희생된 분들의 뜻을 기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더불어 잔디광장 앞에 소녀상을 설치하기로 한 이유로 "행정타운이 있는 열린뜰은 주민들을 위해 조성된 공간이기 때문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교육적인 측면도 고려해 이곳으로 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동구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려는 움직임은 지난해 7월 21일 강동구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추진위)가 만들어지면서 본격화됐다. 추진위와 자원봉사자들이 지난해 9월부터 매주 진행한 정기 캠페인 외에도 거리 모금, 바자회 등을 통해 건립비 5000만원을 모았다. 시민 1000여명이 동참했다.
지역 청소년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중·고등학교 학생회의 자발적 참여가 이어졌다. 지난해 강동선사문화축제에서 중학생 네트워크 '아름드리'가 금액을 모아 추진위에 전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