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뉴스=정다연 기자) '한강 몸통 사건'의 피의자 장 모씨(39·모텔 종업원)는 지난 17일 자신이 경찰에 범행을 자수하면서 검거됐다. 그러나 당초 피의자가 서울지방경찰청 야간 안내실에 자수를 하겠다며 찾아갔지만, 근무자들이 인근 경찰서로 가라며 돌려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7일 새벽 1시쯤 장 모씨는 서울지방경찰청 야간 안내실을 찾아가 자수를 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당직자는 장 모씨에게 무엇 때문에 자수하러 왔냐고 물었지만 장 모씨가 "강력 형사에게 이야기하겠다"라는 말만 되풀이하자 당직자는 "인근 종로 경찰서로 가라"고 말했다.
당시 안내실에는 의경 2명과 수사 부서가 아닌 일반 부서의 경찰관 1명이 근무 중이었다.
안내실을 나온 장 모씨는 근무자의 말에 따라 택시를 타고 3분 뒤인 새벽 1시 4분쯤 종로 경찰서에 도착했고, 종로서 경찰들은 장 모씨를 살인 등의 혐의로 긴급 체포해 사건을 담당하는 경기 고양경찰서에 넘겼다.
논란이 된 건 '자수를 하겠다'는 민원인을 신병 확보도 없이 그대로 보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장기 미제 사건이 될 뻔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논란이 일자 경찰 관계자는 "자수하러 온 민원인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매뉴얼이 없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대응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장 모씨의 신상 공개 여부에 대해 검토했지만, 일단 장 모씨의 정신병력 여부와 유전자 감식 결과가 나온 뒤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앞서 장 모씨는 지난 8일 오전 서울 구로구 자신이 일하는 모텔에서 투숙객 B(32)씨를 둔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여러 부위로 훼손해 12일 새벽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한강에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손괴, 사체유기)로 18일 구속됐다.
12일 B씨의 몸통 부위가 발견되고 16일 오른팔 부위가 발견되는 등 수사망이 좁혀오자 장 모씨는 17일 오전 1시쯤 경찰에 범행을 자수했다.
장 모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동기에 대해 "(피해자가) 숙박비 4만원을 안 주려했고, 반말을 하며 기분 나쁘게 해서 홧김에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범행 과정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머물던 방을 열쇠로 열고 몰래 들어가 잠든 틈에 둔기로 살해한 뒤 모텔 내 방 안에 방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하기에 수법 등이 매우 잔혹한 점으로 미뤄 범행 동기에 대해 보강 조사 중이다. 또한 해당 사건에 대한 현장검증 여부도 검토 중이다.
B씨의 시신은 아직 전부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 12일 오전 9시 15분쯤 경기도 고양시 한강 마곡철교 부근에서 피해자의 몸통 시신이 발견됐다. 이후 16일 오전 10시 48분에 시신의 오른팔 부위가 한강 행주대교 남단 500m 지점에서 검은 봉지에 담긴 채로 나타났으며, 17일 오전 10시 45분쯤에 한강 방화대교 남단에서 시신 일부로 추정되는 머리 부위가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