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시리아 휴전 합의 "쿠르드족, 120시간 안에 떠나라"
터키, 시리아 휴전 합의 "쿠르드족, 120시간 안에 떠나라"
  • 모지환 기자
  • 승인 2019.10.1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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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 에르도안 회동 후 터키의 휴전 합의 발표...트럼프 "수백만 명 목숨 살려" 환영
터키 '휴전 아니라 작전중단' 온도차...트럼프 '쿠르드 동맹 버렸다' 논란 이어질 듯
공화당내서도 비판 기류…롬니 "승리와는 거리 멀어, 쿠르드 버린 것 美역사상 핏자국"
美상원은 휴전합의에도 對터키 제재법안 그대로 발의
▲ 17일 터키에 도착한 미국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만나 사진기자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AP)
▲ 17일 터키에 도착한 미국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만나 사진기자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AP)

(내외방송=모지환 기자) 터키 정부가 17일(현지시간) 미국의 요청에 따라 시리아 북동부 군사 작전을 중단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터키에서 좋은 소식이 있다"며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회동한 뒤 터키가 시리아에서 진행해온 쿠르드족 공격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합의에 대해 "문명사회에 위대한 날이다. 미국이 나와 함께 필요했지만 다소 파격적인 길을 따라와 줘 자랑스럽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은 여러 해 동안 이 합의를 이루려 애썼다"며 "수백만 명의 목숨을 살렸다. 모두들 축하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합의는 사흘 전이라면 나올 수 없었다. 일을 완수하기 위해 약간의 '거친' 사랑(some “tough” love)이 필요했다"며 "모두에게 잘 됐다. 모두가 자랑스럽다"고 했다.

터키는 쿠르드 민병대가 시리아 북동부를 떠날 시간을 주기 위해 120시간 동안 해당 지역에서 군사작전을 정지하기로 했다고 NBC뉴스, 폴리티코 등이 보도했다. 펜스 부통령은 미국 측이 시리아군과도 이미 접촉했으며 쿠르드족의 철수를 촉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터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7일 시리아 북동부에 주둔하는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발표하자마자 해당 지역의 쿠르드족 소탕 작전에 돌입했다.

쿠르드 민병대 시리아민주대(SDF)가 시리아 북부에 자치구역을 조성해 자국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터키는 주장해왔다. SDF는 시리아의 쿠르드 세력인 민주동맹당(PYD)·인민수비대(YPG)로 구성됐다.

터키는 PYD·YPG가 자국 내 테러 집단으로 간주되는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연계돼 있다고 보고 있다. 터키는 이들이 분리독립을 주장하며 터키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테러 활동을 벌인다고 비난하고 있다.

SDF는 그동안 미국이 이끄는 국제연합군과 협력해 시리아 북부의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격퇴했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북동부 주둔 미군 철수를 발표하자 미국이 쿠르드족을 배신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터키와 쿠르드족의 갈등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사태가 악화하자 터키산 철강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고 펜스 부통령이 이끄는 미국 사절단을 터키에 파견하며 수습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바보짓 하지 말라"며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공격을 만류했다고 알려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의 휴전 요구를 계속 거부했다.

 

뒤늦은 휴전중재 美, '승리' 외쳤지만…"터키 원하는 것 다줬다"

터키의 시리아 공격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미국 대표단으로 현지에 급파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터키와의 '5일간의 조건부 휴전 합의'를 발표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승리'라고 자평했다.

비슷한 시각,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 터키, 쿠르드에 대단한 날"이라며 "전 세계에 대단한 날이다. 모두가 행복한 상황"이라고 '자축'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자축모드'와 달리 당장 터키 측이 "휴전이 아니라 일시적 작전 중단"이라고 주장하고 나서는가 하면 '일시적 휴전'을 대가로 미국이 터키가 원하는 걸 다 내줬다는 평가가 나오는 등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시리아 북동부에 주둔하던 미군 병력 철수 과정에서 불거진 쿠르드 동맹 경시 논란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다시 한번 확인된 트럼프 행정부의 '불(不)개입·고립주의'도 동맹들에 '트럼프 리스크'라는 불안요인을 남겼다.

일각에서 '절반의 중재', '상처 뿐인 중재'라는 박한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날 펜스 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의 5시간에 가까운 '마라톤회담' 후 발표한 미·터키 간 합의 내용은 쿠르드 민병대(YPG)가 안전지대 밖으로 철수할 수 있도록 터키 측이 120시간 동안 군사작전을 중단하고, YPG의 철수가 완료되면 모든 군사작전은 종료된다는 내용이다.

안전지대의 관리는 터키군이 맡게 된다.

펜스 부통령은 터키에 대한 추가 제재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완전한 휴전이 이뤄지면 모든 경제적 징벌 조치를 철회할 것이라고 이날 발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철군' 결정으로 터키의 시리아 공격에 길을 터줬다는 엄청난 역풍에 휩싸이자 대(對)터키 제재 단행 등의 칼을 뒤늦게 뽑아들며 '뒷북 대응'에 나섰다. 이와 함께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미 대표단을 현지에 보내 '휴전 중재'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안전지대의 관리는 터키군이 맡도록 한 이날 합의는 지난 8월 미국과 터키가 안전지대 설치에 합의한 이후 터키가 요구해온 조건을 미국이 전면 수용한 것이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이번 합의는 제재 철회, 'YPG 없는 안전지대 지지' 등 터키가 원하는 것을 줬다"고 지적했다.

또한 쿠르드 측이 이번 '휴전 합의'를 준수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긴 했지만, 미국이 쿠르드 동맹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터키의 시리아 공격을 묵인해놓고 사태가 악화하자 '뒤늦은 수습'에 나서면서 인명 피해 등을 방치했다는 비난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악시오스는 "쿠르드족은 이제 120시간 이내에 그들의 영토에서 떠나야 한다"며 "게다가 수백명의 쿠르드족이 살해당하고 수천 명이 쫓겨났으며 1천명의 ISIS(이슬람국가의 옛 이름) 포로가 탈출하는 등 이미 심각한 피해가 초래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펜스 부통령은 '시리아에 있는 쿠르드족에게 미래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오늘의 합의는 폭력 사태에 즉각적으로 종지부를 찍어줬다"고 답변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내가 이해하는 바로는 이것은 휴전이 아니다"라며 쿠르드족 입장에서는 '우리가 너를 죽이기 전에 여기서 나갈 100여 시간이 남아 있다'는 메시지라고 비판했다.

펜스 부통령의 합의 발표에도 불구, 미 상원도 이날 친(親)트럼프게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 의원과 민주당의 크리스 반 흘렌 의원이 주도한 터키 제재 법안을 예정대로 발의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우리는 터키가 시리아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터키를 세게 후려칠 준비가 돼 있다"며 이날 펜스 부통령의 발표가 고무적이긴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을 믿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해온 밋 롬니 공화당 상원의원도 이날 '휴전 합의' 발표 후 열린 상원 본회의 연설을 통해 "오늘의 발표는 승리로 묘사되고 있지만, 승리와는 거리가 멀다"며 "갑작스러운 시리아 미군 철수 결정 과정과 그 배경에 대한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트럼프 행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고 의회 전문 매체 더 힐이 보도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미국의 역할에 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번 휴전 합의가 미국이 쿠르드족을 버렸다는 사실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이 죽음과 사상자들로 고통받고 있는 순간에도 치욕에 모욕을 더하며 거만하고 경솔하게 말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제 동맹을 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쿠르드족을 버린 결정은 우리의 가장 신성한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우리가 쿠르드족에 한 것은 미국 역사상 핏자국으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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