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은 지역구, 비례한국당은 비례대표 집중 핵심
인지도 높은 인사·비례대표 17명 전원 이동 가능성
'군소정당 난립' 반대행동에 스스로 모순 만들 수도
(내외방송=정영훈 기자) 자유한국당이 공식적으로 '비례한국당' 창당의 뜻을 표명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뼈대의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것을 대비한 '플랜 B'다.
한국당은 지난 19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 같은 안을 논의했다고 20일 밝혔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당시 "만일 더불어민주당과 좌파연합 세력들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선거법 개정안을 밀어붙인다면 우리는 '비례한국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4+1(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공조'가 선거법 단일안 마련·처리 움직임을 보이자 이 같은 구상을 밝힌 것이다.
그간 한국당 안에선 현재 '4+1 공조'의 논의 방향으로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내년 총선 때 한국당은 지역구 후보만 내고, 일종의 페이퍼 정당인 '비례한국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몰아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바 있다.
다만 당 지도부가 공식 석상에서 '비례한국당' 구상을 밝힌 것은 19일이 처음이다. 아직까지는 '4+1 공조' 논의를 와해시키기 위한 압박용이라는 의견이 강하지만, 한국당 내부에선 '비례한국당' 출연에 따른 진지하게 손익계산에 들어간 모습이다.
한국당 일각에선 이미 보수 진영 내 압도적 지분을 갖는 만큼, 보수 유권자의 결집만 이끈다면 진보 진영을 압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진보 진영에는 열성 지지층을 품은 뿌리 깊은 군소 정당이 많아 결집이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가)표만 잘 모을 시 선거법 개정안은 우리에게 더욱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당 실무진은 이미 '비례한국당' 구상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물밑에선 비례대표 전원(17명)을 비례한국당으로 옮기고, 전희경 의원 등 이 중 인지도가 높은 인사를 대표로 내세우는 등 방안도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당이 기존 보수 정당 중 하나를 ‘비례한국당’으로 포섭할 수도 있다. 원내로는 새로운보수당과 우리공화당, 원외로는 자유의새벽당과 기독교 계열 정당 등이 각 당 의사와 상관없이 거론된다. 창당 과정이 복잡하고 돈이 많이 쓰이는 만큼, 이 방향으로 무게가 쏠릴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한국당이 '비례한국당'을 만들게 될 시 그간 '군소정당 난립' 등으로 선거법 개정안에 반대했던 행동에 스스로 모순을 만드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이에 따른 여론의 역풍도 의식을 해야 할 모습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얼마나 세련된 명분을 만드느냐가 관건”이라며 “여론이 한국당 편을 들어주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