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열대, 지구의 허파가 불타오르다
슬픈 열대, 지구의 허파가 불타오르다
  • 모지환 기자
  • 승인 2020.01.20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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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대기 변화로 전 지구적 기상변화 일으킬 수 있어
브라질 삼림파괴 전년대비 300% 증가...해마다 급증
브라질 정부의 자연보호구역 규제완화로 삼림훼손 키워
▲A fire burns trees and brush along the road to Jacunda National Forest, near the city of Porto Velho in the Vila Nova Samuel region, which is part of Brazil's Amazon. (Eraldo Peres.AP)
▲ 브라질 아마존의 일부인 필라 노바 사무엘 지역의 포르토 벨료 시 근처의 자쿤다 국유림에 가는 길을 따라 나무와 수풀이 불타고 있다. 엘라도 페레스. AP)

(내외방송=모지환 기자) '지구의 허파' 아마존 열대우림의 삼림파괴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 산불에 의한 아마존 삼림훼손은 환경단체나 지역사회를 넘어 국제사회 전반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아마존 산불이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존 우림 곳곳에서 발생한 산불은 사방으로 번지면서 퍼져나간 연기를 우주에서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졌다. 알래스카의 거의 4배에 달하는 크기의 아마존 열대우림은 이산화탄소의 방대한 저장소로 기후변화를 막는 핵심 요소이면서 멸종 위기종을 포함한 생물 다양성의 최후의 보루이기도 하다.

아마존 우림은 지구에서 매년 배출되는 모든 이산화탄소 중 약 5%를 흡수하는 걸로 알려졌는데, 산불에 의해 우림지역이 급감함에 따라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면 전 지구적인 기상변화가 발생할 수 있어 기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더욱 심각한 사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An aerial view shows a deforested plot of the Amazon near Porto Velho, Rondonia State, Brazil, Sept. 10, 2019.
▲2019년 9월 10일 브라질 론도니아 주 포르토 벨료 근처의 아마존의 간벌된 경작지를 보여주는 부감 사진.

세계자연기금(WWF) 아마존 프로그램의 리카르도 멜로 팀장은 과학자들의 연구를 인용해 “아마존 우림이 사바나로 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삼림이 20~25% 파괴될 때 아마존 시스템이 비삼림 생태계로 전환되는 임계점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브라질 아마존 삼림이 약 17% 파괴됐으며, 브라질은 이제 돌아올 수 없는 다리 쪽으로 가까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에 따르면 220만 평방마일에 달하는 면적의 아마존 열대우림이 임계점에 가까워져 가고 있으며, 그 결과 열대 우림의 큰 부분이 완전히 다른 건조 생태계로 변모하여 기후 변화와 함께 많은 종의 손실이 가속화될 것이며 열대우림을 거주지로 살아가는 토착민들에게는 커다란 재앙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목축, 농업, 벌채, 화재, 가뭄 등 현재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30년에는 아마존 우림의 55%가 파괴될 것으로 내다봤다.

WWF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지난 40년 동안 삼림 생물종 개체의 53%가 감소했다고 한다. 2000년대 들어 둔화되던 우림훼손이 최근 다시 가속화되면서, INPE 발표에 따르면 올해 브라질의 화재발생은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한 걸로 나타났다. INPE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브라질에서만 7만2천 건 이상 화재가 발생해 지난 한 해 동안 기록된 4만 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렇게 급증하는 아마존 화재와 관련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친기업 정책이 주요 요인으로 거론되면서 브라질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이 세계적으로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극우 포퓰리스트인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오히려 자연보호구역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경제성장의 숨통을 조였다며 우림지대에서의 벌채·영농·채굴 확대를 주장했다.

구테흐스 UN사무총장 “산소와 생물다양성의 주요 원천 아마존 보호해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리 집이 불타고 있다”
브라질 前환경장관 “반국토범죄, 반인륜범죄”
보우소나루 대통령 “아마존 보호정책으로 국토개발 지연...주권침해” 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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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마에 휩싸인 브라질 아마존 우림 (사진=로이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트위터를 통해 "아마존은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촉구하며 "지구 기후 위기의 한가운데서, 산소와 생물다양성의 주요 원천에 더 심한 손상을 감당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아마존 화재가 ‘국제 위기’라고 규정하면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의 공식의제로 긴급 제안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말 그대로 우리 집이 불타고 있다. 지구 산소의 20%를 생산하는 허파인 아마존 열대우림에 불이 났다"고 시급성을 표현하며 #ActForTheAmazon(아마존을 위해 행동에 나서자) 해시태그를 달기도 했다. 이후 G7 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들은 브라질 산불 대응에 2200만 달러의 지원을 약속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의 제안을 ‘선정주의’라고 맹비난하며 ‘정치적 잇속’을 위해 아마존 산불을 이용한다고 비판했다. 또 마크롱 대통령의 ‘G7 논의’ 제안에 대해서도 "아마존 문제를 지역 국가의 참여 없이 G7에서 논의하자는 제안은 21세기에 걸맞지 않은 식민주의적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것뿐"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하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브라질 환경장관을 지낸 마리나 시우바 전 상원의원은 지난 8월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나는 현 상황을 반국토 범죄, 반인륜 범죄로 여긴다"고 밝히며 심각성을 알렸다.

브라질 우주연구센터(INPE)에 따르면, 올해 7월 삼림파괴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0% 가까이 증가했다. 화재의 절반 이상이 아마존 지역에서 발생했으며, 그 결과 지역 환경과 생태에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전했다.

INPE의 선임 과학자인 알베르투 세처(Alberto Setzer)는 화재의 99%가 “의도적이든 사고든" 인간에 의해 발생한다고 말했다. 세처는 소규모 관행농업에서부터 기계화되고 현대화된 농업 프로젝트를 위한 대규모 삼림 벌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방화가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와 연구자들은 친기업 정책을 펼치는 브라질 대통령에 의해 자신감을 얻은 목축업자들과 벌목업자들이 땅을 개간하기 위해 산불을 이용한다고 분석했다. 기상학자들과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와 열대우림 파괴를 산불 대형화의 배경으로 꼽았다. 

국제 앰네스티는 아마존 원주민 보호지구 부근에서 불법 경작과 방화가 다수 발생한 것을 들어 화재에 대한 책임은 "명백히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그의 정부에 있다"고 추궁하면서 "열대우림 파괴의 길을 열어준 재앙적인 정책이 현재의 위기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개발주의자'인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전 세계로부터의 염려의 목소리를 오히려 '주권 침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아마존 보호정책이 국토개발을 지연했다고 주장하며 개발을 지지, 환경단체와 대립하고 있다. 

그리고 서방이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를 문제시하며 결정한 지원예산 집행에 대해서도 '주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페이스북 생방송을 통해 "여기 돈을 보내는 나라들은 비영리 지원활동이 아니라 우리 주권을 침해하려는 목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INPE의 데이터가 언론에 보도된 데에 불만을 품고 “INPE가 보고서를 날조해 국제무역협상에서 나라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비난한 뒤 책임자를 해임하고 그 자리에 군 장교를 앉혔다. 그리고 아무런 근거 제시도 없이 “아마존 산불의 원인은 한 NGO의 소행”이라는 엉뚱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sad photo
▲ 브라질 산불로 수많은 생물종들이 죽음을 맞았다.

아마존 삼림파괴를 막기 위한 전 세계의 노력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완강한 태도에 막혀 교착상태에 놓여 있다. 아마존은 개발이냐 보호냐의 논쟁으로 단순히 환원하기에는 너무 중차대한 전 지구적 문제다. 거기엔 단지 브라질의 미래가 아니라 지구와 인류의 미래가 걸려있다.   

구조주의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는 1930~40년대 남미 오지 탐험을 떠나 브라질 원주민들의 생활을 관찰하고 후에 <슬픈 열대>를 집필한다. 이 책에서 그는 ‘문명’과 ‘야만’이라는 이분법에 길들여진 서구인들의 경박한 이국취향과 함께 그들의 제국주의적 면모를 통렬히 비판한다. 여기서 그는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는 브라질 원주민들의 탁월한 문화가 서구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의 탐욕에 의해 파괴되는 현실을 고발한다.

기계문명이라는 덫에 걸려든 불쌍한 노획물인 아마존 삼림 속의 야만인들이여. 부드러우면서 무력한 희생자들이여. 나는 그대들을 사라지게 한 운명을 이해하는 것까지도 참을 수 있다. 하지만 탐욕스런 대중 앞에서 사라진 그대들의 모습을 대신하는 총천연색 사진첩을 자랑스레 흔들어대는 요술, 당신들에 비해 보잘것없는 요술을 부리는 자들의 속임수에 넘어간다는 것은 도저히 견딜 수 없다. 

제국주의가 맹위를 떨치던 20세기 브라질 원주민들의 삶과 오늘날 아마존의 현실이 오버랩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우리는 또 다시 슬픈 열대를 마주하게 될 것인가? 어쩌면 우리는 언젠가 레비 스트로스의 말처럼 영원히 사라진 아마존 정글을 사진첩에서나 보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면 국제적 노력이 성공을 거듭해 카타스트로피의 시간을 다소간 지연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마존 강
▲아마존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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