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메뚜기떼로 ‘비상사태’ 선포
소말리아, 메뚜기떼로 ‘비상사태’ 선포
  • 이기철 기자
  • 승인 2020.02.0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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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땅메뚜기 떼의 습격으로 식량 안보가 위협받자 소말리아 정부가 2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사진은 1일 케냐 북부지역 들판에 메뚜기 떼가 날아다니는 모습. (케냐=AP 연합뉴스)
▲이집트 땅메뚜기 떼의 습격으로 식량 안보가 위협받자 소말리아 정부가 2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사진은 1일 케냐 북부지역 들판에 메뚜기 떼가 날아다니는 모습. (케냐=AP 연합뉴스)

(내외방송=이기철 기자) 아프리카 동부지역에 메뚜기 떼가 급증하면서 급기야 소말리아 정부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소말리아 농업부는 2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이집트 땅메뚜기의 급증으로 그렇잖아도 취약한 식량안보가 위협받고 있다"면서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계기로 기금 조성 등을 통해 4월 수확기 전까지 메뚜기 떼를 막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상기후로 인해 급증한 메뚜기 떼가 농작물을 대거 먹어 치우면서 식량안보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소말리아는 최근 몇 년간 계속된 극심한 가뭄으로 전체 인구의 15%인 220만명 가량이 심각한 식량부족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지난달부터 메뚜기 떼가 창궐해 일반 농작물은 물론 가축 사료까지 먹어 치워 사실상 재난 상태에 이른 것이다. 당장은 메뚜기 떼를 성공적으로 퇴치하더라도 기후변화 문제의 해결 없이는 위기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말리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케냐와 에티오피아 등의 상황도 비슷하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이번 동아프리카 지역에서의 메뚜기 떼 출현을 25년만에 최악의 상황이라며 "앞으로 1년 안에 메뚜기 떼를 퇴치하지 못해 상황이 악화될 경우 ‘역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1㎢ 규모의 메뚜기 떼가 지나가면서 먹어 치우는 농작물은 3만5000명의 하루치 식량에 맞먹는다. 게다가 메뚜기 떼는 바람을 타면 하루에 최대 150㎞를 이동한다. 

지난달 31일 파키스탄 정부도 메뚜기떼 창궐 때문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바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이란에서 메뚜기떼가 넘어 들어와 목화, 밀, 옥수수 등 농작물을 황폐화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20여년 만에 최악의 메뚜기 떼 습격을 받았다"며 "농가와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정부는 항공기로 살충제를 대량 살포하는 등 메뚜기떼 박멸에 필사적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최근 케냐에서 메뚜기 떼는 70년 만에 최대 규모이고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에서도 각각 25년 만에 가장 많은 메뚜기떼가 출현했다. FAO는 동아프리카에서 메뚜기떼 규모가 올해 6월까지 현 수준의 500배로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유엔은 "동아프리카는 이미 가뭄과 홍수, 정치·종교적 분쟁 등으로 식량 부족이 심각해 1900만명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메뚜기떼로 인한 식량 안보, 생계, 영양실조의 위협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메뚜기 떼 출현의 원인이 ‘기후변화’라고 지적한다.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해 가을 동아프리카를 강타한 폭우와 홍수이지만, 메뚜기의 산란·서식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 ‘물폭탄’은 인도양 동서 간 해수면의 큰 온도차이에서 기인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일부 지역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면 이 같은 양상은 더 자주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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