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방송=석정순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의 온라인 댓글을 통한 여론 조작 활동을 지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1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강성수 부장판사)는 14일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청장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조 전 청장의 보석을 취소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조 전 청장이 정부 정책과 경찰 조직을 옹호하기 위해 경찰관들로 하여금 신분을 숨긴 채 댓글 작성과 트위터 활동 등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해 직권을 남용했다"며, "피고인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리려는 목적이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경찰관을 동원해 정부 옹호 여론을 조성하고, 이에 반대하는 이들을 비난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선고를 받은 조 전 청장은 "댓글 1만여개 중 절반은 집회·시위에 관련된 것으로 경찰 본연의 업무인 공공의 질서와 안녕에 대한 것이었는데, 재판부는 정부 정책에 대한 옹호 여론을 조성한 혐의에 대해서 수차례나 언급했다"면서 "제 지시에 따라 적극적으로 인터넷 여론 대응을 했다고 판결한만큼 선고를 앞두고 있는 부하직원에 대해서는 상명하복에 따라 제 지시를 받을 수밖에 없던 점을 고려해 선처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조 전 청장 지시로 정보 경찰관을 동원해 여론 대응을 했던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당시 부산지방경찰청장)에게는 이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또, 김철준 전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은 징역 6개월의 선고를 유예받았다.
조 전 청장은 서울경찰청장과 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2010년 2월부터 2012년 4월까지 경찰 1500여명을 동원해 정부에 우호적인 온라인 댓글 3만 7천여건을 달게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지시를 받은 정보 경찰관들은 경찰 신분을 숨긴 채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김정일 사망,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희망버스', 제주 강정마을 사태 등 여러 사회적 이슈에 대해 정부를 옹호하는 댓글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잘못된 공권력 행사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며, "조 전 청장은 아직도 본인의 행위가 경찰 조직과 국가기관 전반에 어떤 해를 끼쳤는지에 대한 인식이나 반성의 빛이 없다"고 강조하며, 조 전 청장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2018년 10월 구속기소된 조 전 청장은 지난해 4월 보석으로 풀려난 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