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인구 절벽', 지난해 합계출산율 역대 최저 0.92명
올해부터 '인구 절벽', 지난해 합계출산율 역대 최저 0.92명
  • 김택진 기자
  • 승인 2020.02.26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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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국가들 가운데 꼴찌
지난해 출생자 30만명, 인구 8천명 자연증가...사실상 '0'
전문가 "땜질식 처방, 획기적 패러다임 변화 필요"
정부 "대책 발굴 중"

(내외방송=김택진 기자)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2019년 출생·사망 통계'를 보면,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92명으로,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후 가장 낮은 수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전체 출생아 수는, 2018년 출생아 32만 7천명보다 7.3%나 줄어든 30만 3100명에 그쳐 30만명을 겨우 넘겼다. 1970년대 100만명대였던 한해 출생아 수는 2002년에 40만명대로 떨어졌고, 2017년부터 30만명대로 진입했다. 지금 속도대로라면 내년에는 30만명선도 깨질 것으로 보인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합계출산율이 1명을 밑돈다는 것은 한 세대가 지나면 출생아 수가 지금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인구 유지를 위해서는 합계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한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5개 회원국 중에서 가장 낮다.

이에 따라 인구 절벽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출생아 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데 반해, 노인 인구 증가로 사망자 수는 완만하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출생아와 사망자(29만 5천명) 숫자를 비교한 자연증가는 8천명에 그쳐 역대 최소치를 기록했다.

김진 과장은 "자연증가 8천 명은 사실상 0에 가까운 숫자"라며, "출생아 수가 계속 줄고 사망자 수는 고령화 때문에 늘어나는 추세가 지속하면 올해 자연감소가 발생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통계청은 지난해 3월 발표한 '장래인구 특별추계(2017~2067년)'에서 2019년부터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통계청의 '2016년 장래인구 추계(2015~2065년)'에서 예측된 인구 자연감소 시점은 2029년이었다.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급격한 저출산·고령화에 통계청은 지난해 장래인구 특별추계를 공표한 것이다. 3년 만에 인구 자연감소 시점 예측이 10년이나 앞당겨진 셈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185조 원을 저출산 기조를 막기 위해 썼지만 이런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예산을 세부적으로 보면 2006~2010년 1차 기본계획 때는 약 20조 원, 2011~2015년 2차 기본계획 때는 약 61조원을 저출산 대책을 위해 사용했다. 2016~202년에 걸쳐 추진 중인 3차 기본계획에는 작년까지 약 104조원이 투입됐다.

지난 14년간 투입된 총액 185조원은 '초슈퍼'라는 수식어가 붙는 올해 정부의 전체 예산(512조원)의 3분의 1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이지만, 합계출산율은 2006년 (1.13명)보다 오히려 0.21명 줄어든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정책이 저출산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문제를 해소하기에 급급한 '땜질식 처방'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4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에는 획기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삼식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정부의 1~3차 정책을 보면 근본적인 원인을 치유하기보다는 땜질식으로  처방해 왔다"며, "주로 기혼 여성이 양육할 때 생기는 애로사항을 지원하는 방식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를 키운 데 돈이 많이 드는 이유는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노동시장에서 차별이 생기는 고도의 경쟁 사회이기 때문이며, 사교육에 따 고비용 구조로 이어지는 것"이며, "사교육을 없애고 학벌 차이를 없애는 구조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사회·문화 구조 등은 그대로 두고 지원을 하다 보니 국민 입장에서는 여전히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저출산 늪에 빠져 이 상태로 계속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우려된다"며, "출산율은 국민의 결혼, 출산, 양육 등에 관한 질이 숫자로 표시된 만 그 자체에 숨어있는 의미를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정부예산은 주로 복지분야에 집중돼 있었으며, 최근에는 젠더분야에도 눈을 돌리고 있지만, 잘못된 진단이라고 본다"며, "미국이 복지제도가 있어서 출산율이 높은 것이 아니고, 젠더 모델은 우리와 토양이 다른 유럽 사례이기 때문에 들어맞지 않는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인구학에서는 경쟁이 격화되고 물리적 밀도나 심리적 밀도가 높을 때 생존이 힘들어지며 출산을 하지 않는다고 본다"며, "우리나라는 모든 자원이 서울에 집중돼 있고 대학도 서울에 가야 하므로 경쟁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에서 페스트가 급속히 확산했던 시대에 출산율이 급감했듯, 다소 반등할 것으로 보였던 출산율이 코로나19에 따라 내년에는 최악이 될 가능성도 있다"며, "잘못된 진단으로 시작한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방향부터 다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정부 관계자는 "작년 진행한 1기 인구구조 태스크포스(TF)에 이어 2기 TF에서 여러 대책을 발굴 중"이며, '올해는 삶의 질 제고를 통한 출산율 출격 완화를 목표로 2021~2025년 4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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