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산책] 한겨울에 만나는 고니
[자연산책] 한겨울에 만나는 고니
  • 정동주 사진전문 기자
  • 승인 2020.03.04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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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방송=정동주 사진전문 기자) 

신화와 전설의 새

유난히 하얀 털과 길고 가는 목 때문에 신화와 전설에 단골로 등장하는 백조. 차이코프스키의 발레음악으로 유명한 ‘백조의 호수’와 안데르센의 동화 『백조왕자』, 로엔 그린 전설, 그리고 미운오리새끼에 이르기까지 백조는 그 우아한 외형 탓에 구전 중에서도 변신 이야기에 자주 나왔다.

생상스의 동물사육제에도 백조가 나오며, 슈베르트의 백조의 노래도 있다. 또, 여름철 대표 별자리로 백조자리(Cygnus)가 등장할 만큼 서양인들에게 백조는 매우 우아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친근한 동물이다.

우아하게 물 위에 떠 있는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정작 물에 잠긴 아래쪽에선 가라앉지 않기 위해 끝임 없이 발을 움직인다고 해 ‘남 몰래 노력하는 사람’을 이 백조에 비유하곤 한다. 그런데 사실은 이 또한 진실이 아니다.

고니 역시 물 위를 떠다니는 다른 새들과 마찬가지로 꽁지깃 뿌리 부근에 물에 뜨기 위한 기름샘이 있다. 대개는 여기서 나오는 기름을 몸에 묻히거나 공기를 채워 그 부력을 이용해 물 위에 뜨는 것일 뿐, 딱히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발을 버둥거리는 것은 아니다.

서양 사람들은 백조는 모두 흰색이라고 알고 있었다. 모든 백조는 흰색이라는 믿음은 18세기 ‘검은 백조’(Black Swan)가 호주에서 발견되면서 깨졌다. 지구 남쪽 호주에 가면 온몸이 까만 흑고니가 야생에서 살고 있다.

서양 사람들에게 ‘검은 백조’는 짐작도 못 했고 엄청난 충격을 줬다. 그 이후 ‘검은 백조’는 ‘불가능하다고 인식된 상황이 실제 발생하는 것’이라는 뜻으로 통용됐다. 그런데 이 백조라는 말은 일본식 표현으로, 순우리말은 ‘고니’다. 고니는 우리나라에 10월 경 겨울철새로 찾아와 저수지나 논, 호수, 늪·하구·만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오리과(Anatidae)에 속하는 대형 물새인 고니는 환경부 멸종 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돼 있고, 세계적인 보호 조류지만, 과거에는 활이나 매사냥으로 고니를 수렵하기도 했다. 일례로, 활을 잘 쏘기로 유명했던 조선 태조는 고니 사냥을 즐겼다고 한다. 또, 조선왕조에서 역대 왕들에게 올리는 제사에 고니 고기가 빠지지 않고 오르기도 했다.

고니의 추운 겨울나기

대표적인 겨울철새 고니는 습지에서 생활하며, 추운 겨울을 버틴다. 고니는 낮에 먹이가 풍부한 하천 본류로 나가 먹이를 찾고, 저녁이면 갈대가 많은 하천지류로 이동해 갈대를 바람막이 삼아 잠을 잔다. 수심이 얕은 곳에서는 물속에 목만 넣어 먹이를 먹고, 수심이 깊은 곳에서는 물구나무를 서듯 꼬리를 하늘로 들고, 긴 목을 물속 깊이 넣어 먹이를 찾는다.

고니는 월동지로 오기 전에 먹이를 많이 먹고, 몸에 지방을 충분히 저장시킨다. 그래서 월동지에서는 주로 식물성 먹이를 먹는다. 수생식물의 뿌리줄기, 열매, 뿌리를 비롯해 검정말, 물수세미 종류의 잎과 뿌리를 먹는다.

또, 밭에서 보리 종자를 먹거나 물이 차 있는 무논에 떨어진 볍씨 등을 먹기도 한다. 반면, 번식지에서는 새끼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얻기 위해서 플랑크톤, 수서곤충 등 동물성 먹이도 먹는다. 번식지에서 지방을 충분히 축적하지 못한 채로 월동지로 오는 경우 탈진해 죽기도 한다.

고니는 너무 추운 날에는 부리를 등쪽 깃털 속에 파묻고, 한 쪽 다리를 배 안에 감춘 채로 한 다리로 서서 체온 손실을 최소화한다. 그리고 아예 움직이지 않고 먹이 활동도 멈춘다.

고니가 부리를 깃털 안에 파묻는 이유는 빽빽한 깃털 사이에 공기층을 만들어 체온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다. 새들이 추운 날 깃털을 부풀리고 앉아 있는 것은 부풀린 깃털 속에 공기를 품어 공기층을 구성해 열 손실을 막기 위한 것인데, 이는 오리털 점퍼의 원리와 같다.

여러 마리가 무리를 지으면 차가운 바람을 막을 수 있고, 서로의 체온으로 열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또, 꼬리 쪽에 기름샘이 있어서 깃털에 수시로 바른다. 기름을 바른 깃털은 잘 젖지 않아서 차가운 물에서 열을 덜 빼앗기게 한다.

야생에서 고니는 나이가 들어 죽는 경우보다 포식자에게 잡아먹혀 죽는 일이 더 많다. 하지만 표식을 단 고니들을 오랜 세월동안 관찰한 결과, 평균수명은 약 10년이며, 최대 24년까지 사는 개체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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