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에서 로그아웃하기
디지털 세상에서 로그아웃하기
  • 박석윤 기자
  • 승인 2020.03.13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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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방송=박석윤 기자)

스마트폰 분리 불안

우리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얼마나 될까? 아침에 눈 뜨자마자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열어 SNS 뉴스피드를 확인하는 것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출근길 지하철 안에도 승객들 대부분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사무실에서도 항상 손닿는 곳에 스마트폰이 자리하고 있고 화장실 갈 때도 가지고 가기 일쑤다. 이런 일상은 잠자리에들 때까지 이어진다.

많은 현대인이 아침부터 밤까지 온종일 스마트폰과 동고동락한다. 엄청난 정보량으로 다양한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키며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스마트폰은 현대인의 필수품이 됐지만, 한편으로는 ‘디지털 중독’이라는 종속적 관계를 만들기도 했다.

영국 케임브리지 사전은 2018년 올해의 단어로 ‘노모포비아(nomophobia)’를 선정했다. ‘노모포비아’는 ‘no mobile phone phobia’의 줄임말로,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을 때 느끼는 공포감과 불안, 초조를 뜻한다. 즉, 스마트폰 분리 불안이다.

애플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폰이 처음 등장한 것이 불과 십여년 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디지털 미디어가 불러일으킨 일상의 변화는 경천동지할 수준이다. 디지털 기기를 매개로 일상이 사이버 세상과 뒤섞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문제는 디지털 기기 의존도다. 2018년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 82.8%가 우리 사회가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심각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조사에서도 스마트폰 이용자 77.4%가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스마트폰을 자주 확인한다’고 응답했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하다고 느끼는 사람의 비율도 35.8%에 달했다. 디지털 기기의 부재로 인한 불안증이 디지털 중독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디지털 중독

국민 메신저로 불리던 ‘카카오톡’이 한창 유행할 때는 ‘카카오톡 감옥’이라는 말도 생겼던 적이 있다. 당사자가 원치 않음에도 그룹채팅방에서 끊임없이 강제로 초대해 업무 지장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탈출방법을 문의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현대인의 삶을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디지털 세상이 역설적으로 인간에게 창살 없는 감옥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현대인은 여전히 스마트폰과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심리적 안정을 찾는 디지털 종속을 당연한 일상으로 받아들인다.

디지털 중독은 사실 마약이나 알코올, 도박 중독 증상과 유사하다. 미국 컴퓨터과학자 주디스 도넛은 관계에서 오는 성취감이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을 분비시키는데, 온라인으로 손쉽게 자주 도파민을 자극하는 일이 반복되면 인간의 뇌는 이를 이상현상으로 간주하고, 도파민 분비를 막아버린다는 것이다.

도파민은 우리가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체내 유해물질을 막는데, 여기에 이상이 생기면 만성피로와 같은 이상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스마트폰 사용자의 약 9%가 이런 중독 증상을 경험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해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디지털 프리 선언

디지털 중독은 물론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디지털 환경이 현대인의 삶에 너무 깊숙이 들어와 있기 때문에 그것을 우리 삶에서 완전히 분리해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디지털 환경에 인위적인 통제방식을 적용하는 것도 하나의 예방법이 될 수 있다.

얼마 전 영국의 한 대학은 재학생들의 디지털 중독을 예방한다는 이유로 교내에서 모든 SNS를 차단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IT산업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들도 디지털 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구글은 디지털 웰빙정책으로 사용자가 특정 앱의 사용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애플은 사용자의 앱 사용시간을 보여주고, 앱별로 사용 가능시간을 미리 정할 수 있는 운영체제를 선보였으며,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는 동영상 시청을 15분에서 최대 세 시간마다 중단할 수 있는 ‘휴식 알림기능(Remind me to take a break)’을 새롭게 추가했다.

전 세계가 디지털 중독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디지털 종속에서 벗어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들을 저마다 내놓고 있다. 그런데 디지털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러한 기능적인 도움 외에도 사용자가 스스로 디지털기기와 멀어지려는 자가 차단 노력도 요구된다.

디지털 미니멀리즘

디지털 중독을 벗어나려는 시도 중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운동이 디지털 미니멀리즘(Digital Minimalism)이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은 조지타운대학교의 컴퓨터공학과 교수인 칼 뉴포트(Cal Newport)가 강조하는 개념이다. 그의 저서 『디지털 미니멀리즘』에 따르면, 디지털 미니멀리즘이란 이메일, 소셜 미디어 등 네트워크 도구의 가치에 스스로 질문하는 철학이자 정신을 뜻한다.

칼 뉴포트 교수는 소셜 미디어의 사용 형태가 마치 카지노의 슬롯머신과 같다고 봤다. 카지노에 가서 슬롯머신을 하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바를 내리듯 사람들은 핸드폰을 통해 소셜 미디어의 정보를 지속해서 ‘새로 고침’을 하고, 쉽게 클릭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디지털 미니멀리즘에서 궁극적인 메시지는 “디지털 또는 반디지털의 사회적 이슈가 아니다”고 했다. 디지털 미니멀리즘 개념을 통해 온라인에 제한적으로 로그인하면서 질 높은 오프라인의 삶에 집중하는 방법을 논의하는 것이다. 그래서 과잉정보시대에 어떻게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방법론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디지털 라이프를 한 번에 ‘로그아웃’할 수는 없지만, 한 번이라도 의미 있는 아날로그적 경험을 하면 디지털 환경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 일례로, 정기적으로 휴대전화 없이 외출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그 중 하나다. 로그아웃된 삶이 주는 적당한 고립은 사색의 시간을 제공한다. 하루 중 특정 시간을 정해 그 시간 동안은 SNS, 온라인 뉴스 검색 등 모든 디지털 활동을 중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디지털 디톡스 캠프

디지털 미니멀리즘에는 넘쳐나는 정보를 간소화하는 것에서부터 디지털 기기로부터 완벽하게 차단된 환경을 만드는 것까지 다양한 시도들이 있다. 디지털라이프 또한 습관이기 이전에 공기와 같은 환경이므로 디지털 기기로부터 점진적으로 멀어지는 일이 생각만큼 힘들 수도 있다.

일상에서 디지털 라이프의 환경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것이 디지털 디톡스 캠프(digital detox camp)다. 캐나다와 미국 등지에서 활발히 행해지는 디지털 디톡스 캠프는 참여하는 동안 일정 장소에 모여 모든 디지털 기기와 완벽하게 절연된 채 자연 속에서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는 프로그램이다.

디지털 디톡스 캠프는 최근 들어 유럽에서도 많이 증가하는 등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디지털 디톡스 캠프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캠프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디지털 기기를 완전히 차단하고, 본명 대신 별명을 사용하며, 직업이나 나이를 묻지 않는다. 사진 촬영 역시 할 수 없다. 이런 규칙들을 통해 테크놀로지의 억압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완전히 드러내고, 자연의 일원으로서 인간적인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다.

디지털 병리학

캐나다의 미디어학자인 마셜 맥루언은 ‘미디어는 육체와 정신의 확장’이라고 했다. 스마트폰만큼 인간 정신을 극적으로 확장하는 미디어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스마트폰과 관련된 현상은 심지어 현대인의 불안증까지 그대로 확장한 듯한 모습이다.

스마트폰 분리 불안증인 노모포비아를 비롯해 스마트폰 없이 단 몇 초의 공백도 참지 못하는 ‘초미세 지루함(micro-boredom)’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또한, 메시지를 보낸 후 바로바로 반응이 없으면 몇 분을 참지 못하고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퀵백(Quick-back)’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실시간 댓글 반응에 익숙한 이들에게 몇 분의 공백은 불안과 초조를 유발한다. 이것은 분명 병적인 행동으로 보인다.

영국 공중보건협회의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사용이 불안감, 우울증, 숙면 방해 등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영국에서는 한 달간 모든 소셜미디어의 사용을 금지하는 드라이파이(Dry-fi january) 캠페인을 펼친다. 와이파이를 끄자는 의미의 드라이파이는 디지털 중독의 한 대안으로, 이 캠페인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에서는 칼 뉴포트 교수가 제안한 ‘디지털 미니멀리즘 캠페인(Cal Newport’s 30-Day Digital Declutter Experiment)’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018년 1월 이래 이 캠페인에 참여하겠다고 한 사람이 2천명에 달하며, 효과를 본 이들의 후기 덕분에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드라이파이와 디지털 미니멀리즘의 취지와 방법은 거의 비슷하다. 한 달간의 디지털 휴식기 동안 휴대폰이나 노트북 등 디지털 기기로부터 떨어져서 자기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며, 그러한 직접적 경험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발견하자는 것이다. 디지털 기기에서 잠시 멀어지는 것만으로도 자기 삶에서 주도성을 갖게 될 여지가 충분하다. 물론, 스마트폰, 이메일로 비즈니스와 업무를 봐야 하는 시대에 100% 아날로그의 삶은 불가능하다. 결국, 디지털에 속박되지 않으면서도 디지털에서 얻은 정보를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드는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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