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북한. 대북비판 왜 자제하나
수상한 북한. 대북비판 왜 자제하나
  • 배동현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5.0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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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리스트 배동현

5월은 부모, 아이, 가정, 스승 등 우리 주변을 둘러싼 인간관계들을 촘촘한 그물망으로 체크하며 고마움을 표시해야만 하는 아주 중요한 달이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소중한 사람들, 당연히 우리 곁에 있는 것으로 생각해 왔던 그 사람들에게 한 번 더 고마워해야 하는 그리움의 달이이기도 한 5월, 그러나 ‘우리 주위’만 챙기는 우리의 습성은 이러한 감사의 뜻을 오히려 이기적인 것으로 변질시키는 폐단을 많이 낳아왔다. 모두 ‘우리 주위’를 챙기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 왔기 때문에 이런 풍토에 대한 문제제기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최근 이러한 가족주의에 반기를 드는 연구결과들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학문과 국가가 할 일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마땅히 국가가 할 일을 가족에게 떠넘기며, 온 사회가 가족이란 신성한 것이라고 찬미해주는 ‘가국체제(家國體制)를 고착화시켜 왔다. 국가. 사회. 개인이 각각 할 일의 경계선을 흐리게 하면서 국민의 희생을 개개인에게 지우는 도구가 ‘가족주의’인가?

문학평론가 권명아의 ‘가족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책세상.2000년)도 한국문학의 깊은 골을 성큼 뛰어넘지는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가장 최근의 자극적인 연구서 제목은 역시 이득재 교수의 ‘가족주의는 야만이다’(소나무)이다. 저자는 우리나라가 가족이 문제 특히 소설에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어떤 비중을 차지하고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를 명료하게 보여주는 예들이 많다.

한국전쟁 이후 ‘믿을 건 내 피붙이뿐’이라는 생각이 문학에 어떻게 반영되어 왔는지 또 그것이 자기 가족 이외의 사람들에게 얼마나 냉혹하게 작동하여 왔는지를 확연하게 보여주는 타자 배제의 원리’를 당연시 해왔다. 또한 박완서의 대표소설 ‘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세계2000)에 대한 분석에서도 볼 수 있듯이, 혈연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여주는 가족이라는 생각은 신화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우리는 가족 안에만 있으면 모든 슬픔과 외로움이 사라질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혀 있지만, 사실은 가족 안에서도 끊임없이 사회적이고 계급적인 갈등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애써 감추고 있다. 우리 사회가 가족주의의 도그마를 힘겹게 깨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가족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연구자들이 비판하려 한 것은 개개인이 가족에 눈멀어 사회적인 의무와 책임들을 방기하고 있는 기현상일 것이다.

어린이날이 내 아이를 데리고 하루 밖에 나가 노는 날이 아니라 세계의 모든 어린이들을 생각하는 날로 바뀌고, 어버이날이 내 부모님께 용돈 드리는 날이 아니라 노인문제의 해결에 힘을 쏟는 날로 바뀐다면 가족주의에 대한 비판은 사라질 것이다. 한국인의 가족사랑은 너무도 강한 품앗이 문화로 정착해 왔다. 품앗이는 너와나의 공동의 나눔이다. 그렇다 하여 작금의 남과 북이 공동한다며 품앗이를 꼭 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진실을 왜곡하면서 까지 꼭히 그렇게 해야 할 필요는 없다.

요즘 한국 지식인들의 대북자세는 위험수위에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와 같은 태도는 우리나라 언론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북한이 그렇게 요구하기도 했지만 우리의 언론. 정부 쪽에서도 남북화해를 위해 북한에 대한 비판이나 부정적인 보도는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 결과로 그동안 북한을 다녀온 언론인들이 많았지만 북한사회의 실상에 대한 보도는 하나도 없었다. 미국 국무장관과 동행했던 미국 기자들이 북한사회의 현실에 대해 보도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물론 북한과 직접 협상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은 이해할 수 있다. 정부가 추구하는 목표는 북한상황의 실질적 개선이지 북한체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에 있지도 않는 민간 지식인의 경우에도 정부가 마찬가지의 논리로 대북 비판을 자제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북한체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경우는 다르다. 진정으로 북한에 인권탄압이 없고 세습독재가 문제가 되지 않으며 개인의 자유와 존엄이 건재하다고 믿는다면 그런 사람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대북 침묵의 문제와는 다른 문제의 제기다. 그렇지 않고 북한체제에 문제가 있고, 그 문제는 인간의 기본권과 개인의 존엄성을 부정하는데 있으며, 이런 기본적인 문제가 우리의 통일을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남북화해와 협력을 위해 스스로 침묵을 지키는 지식인의 자세는 결코 옳은 일이 아니다.

북한에 대한 비판은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동의할 확률이 많아지고 북한체제를 비판하면 남북관계가 더욱 좋아진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북한체제에 대한 비판과 압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북한은 전술적으로나마 변화를 보여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작금의 행태를 보면 북한의 술수가 뻔하게 보인다. 동족을 향한 총구를 무시해버리는 한국정부의 무모함은 국가의 안위조차도 무시하고 있다. 과연 이 행태는 합당한 것인가 물어야 한다. 그냥 두고 모른 척 넘어가도 좋다는 것인가? 이제는 국민의 동의를 받을 때가 되지 않았나? 현 정부에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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