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이 가져온 변화, 국가 자부심·단결력↑...“헬조선 아냐”
K-방역이 가져온 변화, 국가 자부심·단결력↑...“헬조선 아냐”
  • 석정순 기자
  • 승인 2020.05.2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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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이후 달라진 한국사회의 인식’ 조사 결과 (사진=KBS)
▲ ‘코로나 이후 달라진 한국사회의 인식’ 조사 결과 (사진=KBS)

(내외방송=석정순 기자) 2010년 한 인터넷커뮤니티를 통해 ‘헬조선’이란 단어가 퍼지기 시작했다. 헬조선은 ‘지옥’(Hell)과 ‘조선’(朝鮮)의 합성어로, 마치 지옥과 같은 한국이라는 뜻을 담은 신조어다. 신조어 자체는 2010년을 시점으로 만들어졌지만, 2014년부터 유행하기 시작하더니 2015년에는 더욱 유행하며 지금까지 쓰이고 있다.

각종 언론사에서 2015년 신조·유행어 중 가장 많이 쓰는 유행어 2위를 차지했고, 1위는 금수저(일명 수저계급론)이다. 그만큼 한국 사회가 근본적인 사회문제로 살아가기 어렵고, 인생이 고통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이러한 인식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KBS와 시사IN, 서울대학교가 ‘코로나 이후 달라진 한국사회의 인식’을 공동 조사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5월 7일~5월 8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95% 신뢰수준, ±3.1%p)으로 웹조사한 결과, 중앙방역대책본부를 중심으로 한 체계적인 대응 덕에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대응을 어떻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란 질문에 응답자의 44%가 ‘대체로 잘하고 있다’고 답했고, 매우 잘하고 있다(37.9%), 대체로 못하고 있다(10%), 매우 못하고 있다(5%), 잘 모르겠다(3.1%)란 응답이 뒤를 이었다.

긍정적 인식변화는 과거 조사와 비교해보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12월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여론 속의 여론’ 조사와 지난달 시사IN과 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진 사회다’란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한 비율이 반년만에 20%p정도 상승한 결과를 보였다.

또, ‘우리나라는 사람들이 서로 믿고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다’란 질문에도 30% 미만이 긍정적으로 답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응답자의 과반수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사법기관에 대한 신뢰도는 여전히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에서 법은 공정하게 집행되고 있다’에 동의한 비율은 세 번의 조사 연속 10%대에 그쳤다. ‘이밖에 우리 사회는 계층상승의 기회가 열려있다’는 명제엔 23.3%(2019.12)에서 25.7%(2020.04) 31.4%(2020.05)로 꾸준히 소폭 상승했다.

국가 자부심과 단결력도 한층 강화된 것으로 조사됐는데 특히, ‘한국은 희망이 없는 헬조선 사회’란 명제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 70%에 육박(67.8%)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한국을 헬조선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25.9%에 그쳤다. 그밖의 응답자들은 ‘모르겠다(6.3%)’라고 답했다.

코로나19 등장 이전인 지난해 4월 조사결과와 비교해보면 차이가 확연하다. 응답자의 과반수 이상인 57.4%의 비율이 ‘그렇다’고 대답했던 것에 비해 두 배 이상 줄었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대한민국 국민이 되고 싶다’는 명제에 대한 반응도 변화가 컸다. 반년 전인 지난해 12월 시행한 조사에서 46.4%가 ‘그렇다’고 한 것과 달리, 이번 조사에선 63.7%로 상승했다.

국가 자부심이 강화됐다는 지표는 또 있다. 한국과 선진국의 국가역량을 비교하는 질문에 ‘한국이 더 우수하다(39.2%)’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고, 비슷하다(30.5%), 선진국이 더 우수하다(25.4%), 모르겠다(4.9%)가 뒤를 이었다.

시민 역량으로 범위를 좁혀 한국과 선진국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는 격차가 더 벌어졌다. 과반수 응답자가 ‘한국이 더 우수하다(58%)’고 답했고, 비슷하다(25.5%), 선진국이 더 우수하다(14.1%), 모르겠다(2.4%) 순으로 답변 비율이 낮아졌다.

조사 결과를 종합해보자면 코로나19를 함께 이겨내며, 사회구성원들 간의 신뢰와 결속력도 한층 더 강화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장덕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어떠한 재난이든 차별적이고 불공평하게 영향을 미치는데, 감염병이라는 재난은 안전한 쪽에 속한 사람의 입장에서도 다른 사람이 낫지 않으면 언제든 자신이 걸릴 수 있다는 인식을 품게 한다”면서 “연대를 해야만 살 수 있는 코로나19 국면을 거치며, 한국사회의 연대감이 코로나 이전보다 더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대부분의 응답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만약 정부가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란 질문엔 응답자 중 97.4%가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내가 확진자가 될까봐 두려운(63.7%)이유’도 컸지만, ‘나로 인해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이 더 두려웠기(86.0%)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국 수평적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공감 능력이 높은 사람들이 방역에 열심히 참여했다는 것이다. 헬조선과 국가 자부심에 대한 인식 변화는 이런 의식 있는 사람들이 이끌었다 봐도 무방하다. 이런 사람들이 점차 늘어난다면 헬조선이 아닌 ‘헤븐(heaven)조선’이 새로운 유행어로 떠오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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