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선진국이다 ① ‘어메이징 코리아’ 뒤에는 두 사람이 있었다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다 ① ‘어메이징 코리아’ 뒤에는 두 사람이 있었다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0.05.2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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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어메이징 코리아’ 뒤에는 두 사람이 있었다
② ‘Made in Korea’와 태극기에 열광하는 전 세계
③ 우리가 전한 것은 진단키트뿐만이 아니었다
④ K-방역 수출 ‘굿 잡’, 외국 대통령까지 나선다
⑤ 전 세계에 K-방역 노하우 전수
⑥ “한국에 화를 내고 싶어요” 전 세계가 말하는 이유
⑦ 한국이 만들면 모두 유행이 된다
⑧ 점점 더 진화하는 K-방역의료 발명품
⑨ 전 세계가 한국으로 몰려온다

때로는 영화 속의 영웅이 세상을 구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분야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큰 감동을 주는 경우도 있다. (사진출처 = 에펌코리아)
때로는 영화 속의 영웅이 세상을 구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분야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큰 감동을 주는 경우도 있다. (사진출처 = 에펌코리아)

(내외방송=박명식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최근 외국에서는 인종차별적인 사건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지하철에 탑승한 중국인을 향해 욕설은 물론이고, 폭력까지 행사하는 일이 사건이 벌어졌으며, 유럽 각지와 호주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5월 캐나다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한 동양 여성들을 향해 ‘코로나19를 퍼뜨린 중국인들은 자기 나라로 빨리 꺼지라’며, 심한 욕설과 함께 폭력적인 위협도 있었던 것으로 보도됐다.

그런데 캐나다에 거주하는 한 한국 여성이 자신은 중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임을 알리기 위해 한국 태극기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마트에 장을 보러 갔는데, 거기에서 본인도 예상하지 못한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됐다. 한국 태극기 티셔츠를 본 외국인들은 엄지손가락을 올려주거나 ‘대한민국 최고’라고 응원해주고, 자기도 한국 시민권을 받아 한국에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등 사람들은 오히려 아이돌을 대하듯 아주 기분 좋은 대우를 받았다고 한다.

유럽과 미국은 방역 선진국이 아니었다

앞으로 이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대한민국의 위상은 그 이전과 많이 달라질 것이고, 우리가 전통적으로 선진국이라고 믿었던 유럽과 미국은 이번 사태를 통해 그들의 정부 시스템이나 국민들의 시민의식이 전혀 선진국에 걸맞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으며, 상당한 혼란과 피해를 겪고 있다. 북유럽 최고의 선진국인 스웨덴 역시 5월 초 기준 사망자가 3천명을 돌파했다고 한 유튜버가 전했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거짓말하지 않고도 거짓을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실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남을 속이기 위한 의도가 있어야 하는 거짓말 이외에도 거짓말과는 차원이 다른 거짓말이 있다. 몽환적인 나르시시즘에 기반한 ‘Bullshit(개소리)이 그것인데, 해리 G. 프랭크퍼트 교수의 『on Bullshit』에 대비해 보면 적어도 유튜버의 말은 가짜뉴스를 양산하고 있는 보수 유튜버나 민경욱 의원의 ’빼박 증거‘등의 두 종류의 거짓말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최근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사태가 발생했지만, 방역당국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면서 진정세에 접어들고 있고, 미국 유력 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WSJ), BBC 등을 비롯해 주요 외신들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나라의 방역 모범사례를 소개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이와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방역당국의 신속하고 냉정한 판단과 의료진들의 수고, 국민들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 그 두 사람을 소개하고자 한다.

▲ 세계보건기구(WHO)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 (사진=VOA)

이번 사태로 드러난 WHO의 민낯

코로나19로 인한 보건 비상사태가 전 세계를 강타한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이 노골적으로 중국 편향적인 행보를 보이는 등 상식에서 벗어난 발언과 행동으로 거듭 논란을 일으키자 WHO 전체가 비판을 받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번 사태 초기 미온적 대응으로 일관하더니 급기야 “중국의 빠르고 적절한 대처가 감탄스럽다”, “중국의 조처에 국제사회가 고마워해야 한다” 등의 말로 각국의 비판과 분노를 일으켰다.

급기야 미국 청원사이트에는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왔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중국에 편향돼 있다며 연간 5억 달러가 넘는 WHO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게브레예수스 총장의 친중국 행보는 그가 중국의 전폭적인 지지로 사무총장이 됐고, 중국은 그의 조국 에티오피아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게브레예수스 총장의 사심과 사리사욕으로 전 세계를 위태롭게 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더욱 악화되고 있다. 6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원 외교위 제임스 리시 위원장과 외교위 소속 밋 롬니, 마르코 루비오, 토드 영, 데이비드 퍼듀 등 공화당 상원의원 5명이 WHO를 겨냥해 국제 다자기구의 업무 평가를 요구하며 태스크포스를 설치하자는 내용의 ’2020 다자지원 검토법‘을 제출하며 WHO 때리기에 동참했다.

평가 대상에는 WHO뿐만 아니라 세계은행, 아시아와 아프리카, 북미의 개발은행, 유럽부흥개발은행, 에이즈 등 질병 퇴치를 위한 국제 기금, 몇몇 유엔 산하 기구, 국제적십자위원회 등 38개 기관이 포함된다. 토드 영 의원은 게브레예수스 총장이 외교위 산하 다자기구 소위원회에 출석할 것을 요구해 왔고, 마사 맥샐리 상원의원은 최근 게브레예수스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 한국인 최초로 UN 산하기구 수장에 오른 故 이종욱 박사 (사진=??)
▲ 한국인 최초로 UN 산하기구 수장에 오른 故 이종욱 박사 (사진=약업신문)

추억 속에서 강제소환되는 한 한국인

이러한 가운데 비난여론에 직면한 WHO에서는 십여년 전 WHO를 이끌었던 한 고인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아시아의 슈바이처’, ‘행동하는 사람’, ‘백신의 황제’, ‘조용한 뇌성(천둥소리)’ 등은 그 남자를 칭송하며 붙여진 별명이다. 바로 한국인으로는 처음 UN 산하기구 수장에 오른 故 이종욱 박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WHO를 황금기에 올려놨던 그와 전 세계적인 비난을 받는 현 게브레예수스 총장과 자연스럽게 비교되면서 생전 이종욱 총장의 리더십과 헌신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이 총장은 청년시절 서울대 의대 재학 중 한센병 환자를 위한 봉사활동을 하며, 사회와 이웃에 따뜻한 손길을 전하기 시작했다.

남태평양 사모아의 병원에서 근무할 때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열정을 쏟아 ‘아시아의 슈바이처’로 불렸다. 이때 WHO와의 인연으로 근무하면서 놀라운 추진력과 친화력으로 소아마비, 결핵, 에이즈 퇴치를 위한 상당한 공적을 세웠다. 2003년 한국인 최초로 국제기구의 수장인 WHO의 차기 사무총장으로 당선되면서 재임기간 결핵과 예방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한 어린이 질병, 조류 독감, 에이즈 퇴치에 힘썼다.

이때 세계 언론으로부터 ‘행동하는 사람’, ‘백신의 황제’, ‘조용한 뇌성’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이 총장의 노력과 명성으로 WHO의 위상도 향상됐었다. 총장에 선출된 그가 처음 주력한 일이 내부 반대를 무릅쓰고 설립한 핵심 컨트롤타워인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의 이종욱 전략보건운영센터(JW Lee Centre for Strategic Health Operations, SHOC)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SHOC는 지금까지도 WHO를 대표하는 핵심기구로 평가받고 있다.

감염병 유행 등 인류 건강이 위기에 처할 때 실시간으로 현황을 파악하고 대응전략을 총괄하는 일종의 ‘워룸(War Room)인 SHOC는 감염병 대유행을 경계해온 그가 조류독감, 에볼라 등이 전 세계를 위협했을 때 발 빠른 대처를 가능하게 했다. SHOC 위기대응팀은 2004년 인도양 대지진과 쓰나미, 2009년 조류인플루엔자, 2011년 동일본 대지진,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대유행 등 커다란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가동됐고 발 빠른 대처를 해왔다고 평가받고 있다.

감염병 대유행 대비한 대응시스템 구축

이 총장은 세계보건기구 개혁과 역할을 강화해 회원국을 지원하는 데 헌신했다. 그는 재임시절 1년 중 평균 150일을 전 세계 곳곳으로 출장을 다니면서도 관행상 국가원수급 대우를 받지만, 비행기 일등석을 이용한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아파트 한 채도 없이 청빈한 삶을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5월 말 기준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감염확진자는 500만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는 30만명 이상 기록한 처참한 현실 앞에서 참다운 의료인이자 능력 있는 보건행정가로 평생을 헌신한 그의 부재가 아쉬운 가운데 5월 22일은 그가 2006년 WHO 총회를 준비하다 지주막하출혈로 갑자기 쓰러져 숨진 지 14년째 되는 날이다.

사무총장 재임시절에 추진했던 공중보건협약인 담배규제기본협약의 비준, 국제보건규칙의 개정, 인플루엔자, 아시아 쓰나미, 파키스탄 지진활동은 중요한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1983년 WHO 지역사무처 한센병 자문관으로 시작해 사무총장에 이르기까지 여러 직책에서 23년간 세계보건기구에서 활동하면서 서태평양지역의 소아마비 박멸을 주도했으며, Global Drug Facility를 발족시켜 많은 사람들이 결핵치료약을 얻을 수 있게 했다.

2005년에 모교인 서울대학교에서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에 선정됐고, 한국 정부는 세계보건 증진을 위한 혁혁한 업적을 쌓아 국위를 선양한 공적을 기려 2006년 대한민국 국민훈장 가운데 최고등급인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감염병 유행을 경고하며 체계적인 대응시스템을 구축한 이 총장은 WHO 직원들 앞에서 “우리는 올바른 일을 해야 하고, 올바른 장소에서 해야 하며, 올바른 방법으로 해야 한다”며 말했다고 전해진다.

▲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본부장 (사진=TBS)
▲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본부장 (사진=TBS)

선진적인 한국 방역시스템의 아이콘이 되다

얼마 전 대통령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방역시스템을 보강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고,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세계를 선도하는 확실한 ‘방역 1등 국가’를 구축하기 위해 "질본을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며,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지역체계도 구축해 지역의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에 복수차관제도 도입하고자 한다"며, "감염병 전문병원과 국립 감염병연구소 설립도 추진하겠다. 공공보건의료체계와 감염병 대응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보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11일 질병관리본부를 방문해 별도의 밥차에 준비한 특식을 제공하고,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며 노고를 격려하기도 했다.

짐작했겠지만, 두 번째로 소개할 인물은 현재 코로나 방역 컨트롤타워의 최선두에서 사태 초기부터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초대 질병관리청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본부장이다. 정 본부장은 대구 신천지 사태,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등 주요 고비 때마다 냉정함을 잊지 않고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국민들이 불안에 떨치 않도록 신뢰를 주고 있으며, 국민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미국 CNN이 검증한 한국의 방역시스템

5월 1일 미국 언론매체 CNN의 의학 전문가 셉코비츠는 한편의 사설을 게재했는데, 이 사설은 지난 3월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본부장팀이 구로구 콜센터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당시를 정리해 미국 질병통제센터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 대해 다뤘다. 논문에는 당시의 역학조사와 방역과정, 휴대전화 위치데이터를 활용한 방법 등이 소개됐는데, 논문 연구팀은 콜센터 직원들의 자리 배치를 그림으로 작성해 설명하면서 밀집된 근무환경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강조했다.

이 사설에서 셉코비츠는 미국의 경우 이 모든 것이 안 되고 있고, 현재 추세대로라면 미국의 경제 재개는 어렵다고 본 반면, 한국은 빨리빨리 민족답게 세 가지가 잘 시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셉코비츠는 한국의 질병관리본부가 콜센터에서 대규모 코로나19 감염사태가 발생하자 단호한 개입, 전체 건물 폐쇄, 철저한 검사, 감염자.접촉자 격리라는 순서로 대응했고, 이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한국이 한 주만 늦게 대응했어도 대규모 감염이 확산됐을 것이라면서 미국 대형 육류 가공공장의 코로나19 대량확진사태와 비교했다.

셉코비츠는 한국은 이를 통제했다는 것인데, 비록 한 건물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한국이 구로 콜센터 코로나19 사태를 어떻게 통제했는지는 이 문제로 씨름하고 있는 지역과 국가 정책결정자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청사진이라고 평가했다. 그런 다음 이제 경제활동 재개를 놓고 고민하는 미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으로 옮겨가면서 최근 미국의 정책결정권자들이 마치 하룻밤 사이에 백화점 개장하듯 도시를 재개장하겠다는 것은 '헛된 망상'이라고 한국 질병관리본부의 평가를 인용해 충고했다.

성공적인 코로나19 통제를 해낸 한국조차 일상적인 삶으로 돌아가는 것, 경제활동 재개하는 데 과학적 근거를 적시한 논문을 통해 더없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기 위한 조건으로 필요하다면 전체 건물을 봉쇄하는 단호함, 광범위한 검사와 빠른 결과 그리고 공공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기꺼이 격리를 감수하는 시민들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조건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청사진을 채택해야 이른바 경제활동 재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   (사진=SBS)
▲ WSJ는 정은경 본부장을 집중 조명했다. (사진=SBS)

WSJ, 정은경 본부장 집중 조명하면서 ‘진짜 영웅’

이에 앞서 WSJ는 지난 4월 4일 코로나19 사태에서 자신의 활약을 내세우지 않는 "진짜 영웅"들을 소개하는 글에서 우리나라 코로나19 방역을 지휘하고 있는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의 대처능력에 대해 집중 조명하면서 카리스마 있는 선출직 지도자들보다 전문성을 갖춘 보건당국자들이 진짜 영웅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WSJ는 "정 본부장이 1월 첫 브리핑 때 입었던 깔끔한 재킷은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의료용 옷으로 대체됐고, 머리를 다듬지 않기 시작했다. 정 본부장은 거의 자지 못하며 퇴근하지 않는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2월 중순 정 본부장이 자신의 안녕보다 대중을 보호하는 데 헌신하고 있다는 건 아주 명백했다"며, "3주 전만 해도 정 본부장의 이름을 몰랐던 사람들은 소셜미디어(SNS)에 (정 본부장을) 걱정하는 글을 올렸다"고 밝혔다.

WSJ은 “정은경 본부장은 솔직한 발언과 정보에 입각한 분석, 침착함이 일관되게 결합됐다”면서 “정 본부장의 영향력은 강력해졌으며 (코로나19로 초조했던) 한국인들에게 정서적으로 위안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은 본능적으로 정 본부장을 신뢰한다”면서 “한국인들은 정 본부장이 믿는 것을 사실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정 본부장에게 ‘계속 힘냈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또한, “3월 12일까지 한국은 (입국 금지 등) 강력한 봉쇄조치를 취하지 않고 공격적인 검사 프로그램을 실시하면서 새로운 확진자 수를 회복자 수 밑으로 만들었다”면서 “소셜 미디어(SNS)에서는 정 본부장을 ‘전사’와 ‘영웅’으로 칭송하는 글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WSJ는 카리스마 있고 정치적으로 계산적인 지도자보다 자기 분야의 전문가들이 진정한 영웅으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재능과 자격을 갖췄는 데도 1순위 지도자보다는 '넘버2'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정 본부장이 "매일 브리핑을 하면서 지금까지는 성공적으로 진행된 한국의 팬데믹(대유행병) 대응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정 본부장의 일관된 솔직한 발언, 정보에 입각한 분석, 침착함은 강력하다"며, "정 본부장이 단호하게 말하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정 본부장을 신뢰했다"고 전했다. 정 본부장은 자신에 대해 말하는 걸 싫어하고 SNS를 피하며, 인터뷰 요청을 정중하게 거절해왔다고 밝혔고, 수면시간과 관련해서는 "1시간보다는 더 잔다"고 짧은 대답만 내놨다고 전했다.

미국의 블룸버그는 정 본부장을 '바이러스 사냥꾼'이라고 불렀다. 블룸버그는 '바이러스 사냥꾼이 전염병과 싸우는 법을 보여주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정 본부장의 코로나19 대응은 그를 국가적 영웅과 바이러스 전사들의 잠재적인 롤모델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 한국을 무시했던 일본 언론도 정은경 본부장의 리더십을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 한국을 무시했던 일본 언론도 정은경 본부장의 리더십을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韓 무시하던 日 언론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4월 29일 정 본부장의 리더십에 주목했다. 한국의 방역 대책이 성공한 배경에 대해 검사, 격리, (정보)공개 세 단계로 나눠 상세 설명했다. 신문은 '한국에서 코로나19 만연 막은 신뢰의 선순환'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은 절정기 900명을 넘었던 하루 감염자 수가 10명 전후까지 줄어 감염 억제의 길을 열었다"며, "도시 봉쇄나 외출 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고도 극복한 대책의 기저에는 무엇이 있는가"라고 소개했다.

신문이 기사 초입에 소개한 것은 정 본부장이었다. 신문은 "하루도 쉬지 않고 기자회견에 임해 감염 상황을 전달한 사람이 사령탑 질병관리본부 정 본부장"이고, "이 여성이 짧은 머리로 바꾼 것은 '머리 감는 시간이 아까워서'"라며 수척해지고 흰 머리가 증가하자 인터넷상에는 응원 메시지가 잇따랐다고 전했다. 이어 "국민 공감을 부른 것은 그의 대응방식과 함께 과학적 지식에 바탕을 둔 설명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도 설명했다.

신문은 개인 리더십 뿐 아니라 한국의 방역대책의 성공요인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검사단계에서는 민간 기업이 개발한 진단키트 사용을 정부가 신속하게 승인하고 '드라이브 스루'나 '워킹 스루' 방식도 조기에 도입한 점, 격리단계에서는 증상에 따라 환자를 3단계로 나누고 규칙 준수를 하지 않은 사람들에 감시 팔찌를 도입한 점, 공개단계에서는 감염자 동선을 정밀 추적해 익명으로 인터넷에 공개한 점 등을 꼽았다.

일본 보수언론인 요미우리신문도 5월 11일 정 본부장을 ‘진정한 영웅’으로 극찬했다. 신문은 ‘한국에 등장한 코로나 대책의 진정한 영웅, WHO 사무총장으로 추천하는 목소리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질병관리본부를 이끄는 정 본부장이 주목받고 있다”며 “기자회견에서 차분한 말투로 브리핑하는 모습이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고 했다. 특히 정 본부장이 이태원 일대 클럽 방문자에게 자발적인 검사를 받기를 부탁드린다며, 클럽 출입자들에게 차분하게 호소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정 본부장의 경력과 WSJ에서 언급한 흰 머리카락, 수면시간, 단발머리 스타일에 대해 자세히 다뤘다. 특히 “한국 언론이 정 본부장을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 국면의 ‘진정한 영웅’으로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그를 세계보건기구 차기 사무총장으로 추천하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도 올라왔다”고 했다. 신문은 “정 본부장이 자신에 대한 높은 평가에 대해서는 ‘주위에 늘 감사하고 있다’며 겸손하게 답하고 있다”고 했다.

▲(사진=유튜브 CKB 채널 캡처)
▲ 정은경 본부장이 WHO 차기 사무총장으로 거론되자, 일본 산케이신문은 '일본에서 사무총장을 내자'며 경계했다. (사진=유튜브 CKB 채널 캡처)

WHO 차기 사무총장으로 거론

최근 주요 외신들이 한국의 방역사례를 소개하면서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정 본부장을 WHO 차기 사무총장으로 내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 본부장이 질병관리청과 WHO 사무총장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 주목된다. 물론, 정 본부장이 지금까지 언론과 대중에 알려진 것처럼 그런 행복한 고민보다는 현재의 코로나 사태가 안정적으로 종식되는 것을 확인하고 후속대책까지 마련되는 것을 자신이 직접 검증해야 안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와 같은 흐름은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5월 18일 보도를 통해 세계적으로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의 사임을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으며, 사령탑의 공백이 발생하면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승리가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요 7개국(G7)은 2022년 차기 사무총장 선거에 후보를 내세워 WHO 정상화를 위한 역할을 완수해야 한다"면서도 "일본이 사무총장을 내는 것도 유력한 선택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차기 사무총장 선거에 한국이 코로나19 대책으로 세계적인 평가를 얻었다고 전하면서 "(한국에서) WHO 사무총장 후보자를 내려는 움직임이 전해지고 있다"며, "즉시 (일본) 총리관저에 사령부를 설치하고 정부가 한덩어리가 돼 (일본이 WHO 사무총장을 배출하기 위한) G7 각국 등의 지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언론이 주목하는 한국과 정 본부장에 대한 견제가 들어간 셈이다.

국내에서도 정 본부장의 WHO 차기 사무총장설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의 신뢰가 더해지면서 본부장으로 파격 승진한 데다 질병관리청으로의 승격, 국립 감염병연구소 설립 추진 약속 등이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WHO 사무총장은 지역별로 순환해 후보자 1명을 190여개 회원국들이 직선제 방식으로 선출하고 있다. 故 이종욱 박사가 2003년 6대 사무총장에 선출됐기 때문에 예외적인 케이스를 적용받지 못하면 사실상 WHO 사무총장에 선출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말이다.

무엇보다도 이 박사가 총장으로 재임하던 시기를 그리워하던 WHO 내부조직이 정 본부장에 대해서 얼마나 호의적이며 곁에서 도와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본래 사람들은 곁에 있을 때는 고마움을 모르다 정작 그 사람이 사라졌을 때 비로소 안다고 한다. 과거 이 총장이 워 룸 설치를 추진할 때도 이곳이 WHO에서 얼마나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지 모르고 반대하기에 급급했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차라리 지금까지 정 본부장과 손발을 맞춰온 사람들과 함께 곧 설립될 질병관리청에서 기반을 닦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코로나19가 올해 종식될 가능성도 낮아진 상태에서 앞으로 또 다른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인 확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가능성을 떠나 과연 문 대통령과 우리나라 국민들이 정 본부장을 떠나보낼 준비가 돼 있는지가 관건이다. 물론, 선택은 정 본부장이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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