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에 발병 억제책 제거되면 -4.0%
(내외방송=장진숙 기자) 세계은행(WB)은 8일(현지시각) 전 세계 183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의 여파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 전망치(2.5%)보다 무려 7.7%p나 떨어뜨린 –5.2%로 예상했다. 내년 성장률은 4.2%로 전망했다.
특히,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은 자료 분석을 시작한 이래 처음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등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라면서 하방 위험성이 큰 시나리오에서는 -8%까지 역성장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세계경제 성장률을 1월 전망치(3.3%)보다 6.3%p 떨어진 –3.0%로 예상했다. IMF가 사용하는 구매력평가(PPP) 모형을 적용한 전망치는 -4.1%로, 이 기준으로 봐도 IMF보다 성장률 전망치가 낮다.
WB가 산출한 성장률 전망치는 시장환율 기준이다. WB는 1870년 이후 1차 대전 첫 해(1914년)와 대공황(1930~1932년), 2차 대전 직후(1945~1946년) 이래 네 번째로 극심한 경기침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공황 때에는 전 세계 성장률이 -14.5%, 2차 세계대전의 전쟁 특수가 끝난 1945~1946년에는 -13.8%였다. 또 90% 이상 국가에서 일인당 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는 1870년 이후 가장 많은 국가가 타격을 받은 것이다.
세일라 파자르바시오글루 세계은행 부총재는 “전염병 대유행만으로 촉발된 첫 경기침체로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7천만명에서 1억명을 하루 1.9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극도의 빈곤에 빠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직전 전망 때 극빈층 규모는 6천만명이었다. 아이한 코세 WB 전망 담당 국장은 이번 전망이 가장 빠르고 가파른 낙폭을 기록한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 경제가 1월 전망치(1.4%)보다 8.4%p 떨어진 -7.0%,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은 1월(4.1%)보다 6.6%p 내려간 -2.5%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신흥․개도국이 1960년 자료 분석 시작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권역별로는 동아시아와 태평양 지역(0.5%)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선진국에서는 미국 -6.1%, 유로존 -9.1%, 일본 –6.1%로 전망됐다.
신흥․개도국에서는 중국 1.0%, 러시아 -6.0%, 브라질 -8.0%, 인도 -3.2% 등으로 예상됐다. 중국은 1976년 이래 최저 성장률이다. 또 미국, 유로존, 중국 성장률이 동시에 1% 하락할 경우 이로 인한 다른 신흥국과 개도국의 성장률 하락폭은 1.3%p로 추정했다.
세계 교역 규모는 13.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전망은 선진국에서 올해 중반까지 코로나19 확산 억제책을 제거하고 금융시장 혼란이 오래가지 않는다고 가정한 것이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대유행이 예상보다 오래가면 성장률을 -8.0%, 단기에 발병 억제책이 제거될 경우 -4.0%로 예상한 두 가지 시나리오도 함께 제시했다.
파자르바시오글루 부총재는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드는 전망이다. 건강과 경제 비상사태 대처가 첫 번째 의제”라며, “더 많은 사람이 가난과 실업에 빠지는 것을 막으려면 가능한 한 빠른 회복을 재건할 방법을 찾기 위해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