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방송=장진숙 기자) 21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정부재정 지원을 통한 대학등록금 환급요청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가 ‘불가’의견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환불에 나서는 것은 환영하지만, 국민이 낸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다. 다만, 여당 내 의견이 아직 일치점을 찾지 못했다.
이는 3차 추경에 관련예산을 반영해 등록금 일부를 환불해주자는 요구에 대해 ‘어렵다’고 밝힌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대학등록금 반환 문제는 기본적으로 대학과 학생 사이에 발생한 일로 당사자 간에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본다”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학생들의 처지를 이해하지만, 이런 상황을 재정을 투입해 해결할 일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등록금 반환문제는 등록금을 수납받은 대학이 자체적 결정할 문제”로 "정부가 지원대책을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발언과 일치한다.
교육부도 18일 브리핑에서 "등록금 문제는 기본적으로 대학이 학생과 소통하면서 해결할 문제"라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도 "3차 추경을 통한 등록금 지원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17일 확인한 바 있다.
여당 내에선 추경 확대를 통한 등록금 지원방안을 주장하는 의원들이 있으나, 아직 의견 통일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당 지도부는 난색을 표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결국 시간을 두고 간접 지원안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이처럼 부정적인 것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대학생의 등록금을 반환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정된 예산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학이나 대학생에 직접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도 있다.
기재부는 "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가장 힘든 것은 자영업자나 실직자 등 취약계층 아니겠냐"면서 "정부가 예산으로 지원한다면 이런 취약계층에 우선순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형편이 어려운 상당수 대학생이 이미 국가장학금을 받는 상황과도 연동된다. 정부는 195만명에 달하는 대학생 중 48%가 국가장학금 지급 대상인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즉, 대학등록금을 내는 대학생들은 월평균 950만원 이상을 버는 가구의 대학생이다.
다만, 정부는 등록금 환불로 재원이 어려워진 대학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현재 8천억원에 달하는 대학혁신지원사업 예산을 활용하는 방식을, 기재부는 사학진흥기금 융자를 통해 지원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내에선 교직원들의 급여 일부로 총 50억원의 재원을 조성한 계명대를 모범사례로 꼽고 있다. 대학생들은 코로나19로 학습권에 침해를 받은 만큼 등록금 일부를 환급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