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정신 못 차리는 민주당 vs 아직도 꿈속을 헤매는 통합당
아직 정신 못 차리는 민주당 vs 아직도 꿈속을 헤매는 통합당
  • 김준호 기자
  • 승인 2020.06.29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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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원구성 협상이 결렬된 채 민주당 의원들이 상임위원장단 선출을 위해 투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원구성 협상이 결렬된 채 민주당 의원들이 상임위원장단 선출을 위해 투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외방송=김준호 기자) ‘적’과 ‘동지’는 동전의 양면처럼 반드시 양립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누구보다도 든든한 ‘우군’이 되기도 하지만, 실익을 놓고 방금 전까지 우호적이었던 상대에게 칼을 휘두르는 ‘적’으로 급변하기도 한다. 그래서 외교관계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군도 없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가장 가깝게 중국과 일본의 사례만 들어도 알 수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을 이끌어준 1등 공신국이었으나, 사드 배치 등을 비롯해 자국의 이익과 배치됐을 때 경제적 보복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혀 경제적 속국으로 전락하게 만든다. 이런 우려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서는 중국 중심의 경제성장에서 벗어나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으로 중국 의존도를 벗어나 경제적 자립도를 높여가고 있다.

일본 역시 한국에 가마우지 경제를 이식해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일본 의존적인 경제체제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한국 경제성장률이 일본을 위협하고 문재인 정부 들어서 강제징용 및 위안부 배상판결을 비롯해 일본에 반기를 들자 화이트리스트로 촉발된 한일 무역전쟁을 선포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실제로 일본이 받은 경제적인 타격이 더 심하고 한국이 국산화에 성공하자 ‘이웃’이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이처럼 아무리 가까운 이웃이라 해도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외교관계가 정립될 수밖에 없다. 오랜 기간 동안 가깝게 지냈다 해서 자신의 손실까지 감안하면서까지 우리를 도와줄 친구는 그다지 많지 않다는 사실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교훈 중 하나다. 그동안의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자세에서 탈피해 우리 스스로가 주체가 돼 국제관계를 바라보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됐다.

이는 비단 국제관계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분야의 문제들이 국민 개개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리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굵직한 역사적인 사건부터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가는 청원글 역시 우리 세대를 비롯해 다음 세대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우리를 둘러싼 모든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그래야 사회가 발전할 수 있게 된다.

협상에 실패한 민주당

국회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29일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끝내 국회 원구성 합의가 최종 결렬되면서 민주당이 1985년 12대 국회 이후 35년만에 상임위원장 전석을 차지하게 됐다. 물론, 내일 오전까지 물밑교섭을 통해 최종 합의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극적 합의’를 제외하고는 여야의 간극차가 너무 커 현재로서는 그리 높지 않다.

문제는 국회가 ‘협치’과정을 통해 운영된다고는 하지만, 민주당은 너무 명분에만, 통합당은 너무 실리에만 집착했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 이번 총선을 통해 21대 국회가 민주당 177석, 통합당 103석이라는 거대 양당체제로의 복귀했음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이기적인(?) 집단들이 자신들의 실익을 위해 국민을 볼모로 한 정치적 무책임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원내1당인 민주당은 총선 과정에서 국민들이 몰아준 표심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원구성 협상과정에서 통합당에 계속 끌려다니는 인상을 보였다. 국정 파트너인 통합당과의 협상을 통한 원활한 합의도 좋지만, 예전의 관성을 버리지 못한 통합당의 실체를 보지 못하고 독단적인 강행처리에 대한 비난여론만을 의식해온 측면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원구성 협상을 협박하는 통합당에 맞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의 결기도 이제 전혀 새로워 보이지 않는다. 통합당은 국정조사와 공수처 설치를 두고도 계속 전선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데, 원구성 합의부터 협상과 합의라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전술을 보임으로써 국민들로부터 받게 될 실망감은 다음 대선과 지자체 선거, 총선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다.

통합당에게 법사위원장을 주지 않기로 당론을 세웠다면 통합당의 반발도 미리 예상했을 것이고, 책임정치로 압박하는 통합당에 책임정치로 맞서면 되는 것이다. 민주당 혼자서 독박을 쓰는 게 부담이 됐다면 177석을 그냥 내려놓으면 된다. 어린이에게 맡겨도 그처럼 무책임하지는 않는다. 하물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치 앞도 모르는 긴박한 상황에서 그런 무책임한 행동을 과연 국민들은 어떻게 이해할까 자문하고 싶다.

대안 없이 20대 국회 연상시키는 통합당

통합당은 몽유병 환자처럼 굴지 말고 제발 꿈에서 깨어나라고 주문하고 싶다. 지금의 103석이 통합당만의 자력으로 얻어낸 의석인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20대 국회 내내 삭발과 단식, 장외집회를 떠돌면서 민생은 팽개쳐 놓고 이번 총선과정에서 통합당을 향해 성난 바닥 민심을 스스로 보지 못했냐고 말하고 싶다. 이를 부정하려면 선거 막판에 왜 그렇게 국민들에게 민주당의 폭주만은 막아달라고 읍소했는지 묻고 싶다.

통합당에서는 이번 총선이 177대103이 아닌 49%대41%였다고 강변하는데, 그렇게 믿으면 자기 위안이 스스로 되기라도 한다는 건지, 그것이 국민들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가진 청사진인지 되물어봐야 한다. 더불어 선거 막판에 국민들이 통합당에 몰아준 표 중에는 통합당을 지지하는 국민들도 있지만, 민주당이 싫거나 민주당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당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통합당에 표를 몰아준 국민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로부터 시간은 불과 2달 반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마치 지금의 모습은 20대 국회의 데자뷰처럼 보이는 건 단순한 착각일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 정리 없이 대안정당으로서 용도 폐기된 채 국회를 무력화한 책임도 지지 않고 또 다시 국회를 파행에 몰아넣었다는 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법사위원장을 사수하려고 했으면 20대 국회에서의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했다면 민주당에서 끝까지 고집했을까 되물어봐야 한다.

103석의 통합당이 177석의 민주당을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상대해야 한다는 게 얼마나 버거운 일인지 모르는 바는 아니나, 이번 파행을 두고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쳐질지 생각하지 않는다면 2년 후 대선에서 통합당이 받게 될 성적표는 ‘안 봐도 비디오’다. 국민 중 어느 누가 대안과 논리도 없이 떼를 쓰는 정당의 대표인물에게 이 나라를 맡기고 싶어 할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는 감정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법사위원장을 얻지 못했다고 해서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이 다 가지라고 하는 것도, 민주당 혼자 독박을 쓰라는 것도 지금까지 협치를 강조해온 통합당이 할 말은 아니라고 본다. 정진석 의원의 국회부의장 수락 거부도 같은 선상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자신이 얻어야 할 실리가 있을 때는 협치를 강조하고, 자신이 얻고자 하는 개 사라졌을 때 이제 의미가 없다는 건 일종의 ‘자기 편리’한 방식이 아닐까 한다.

앞으로 더 큰 문제는 통합당이 팽개쳐 버린 밥그릇에서 자신들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데 있다. 상임위원장 자리를 민주당에게 모두 양보(?)하면서 통합당은 자연스럽게 주도권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고, 통합당의 역할은 축소되면서 또다시 국정 발목잡기 등이 재연될 수 있기 때문에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발 꿈에서 깨어나 실리라도 챙기라고 말하고 싶다.

국회 원구성 합의가 실패로 끝나면서 이러한 책임에 대해 민주당과 통합당 모두 자유스로울 수 없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무엇보다 표심이나 지지층에 숨어 자기변명이나 합리화해서는 고도화된 국민들의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민들이 겪고 있는 불안감과 탄식을 무기로 사용해서는 안 되고, 미증유의 사태 속에서 겪게 될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는다면 우리 국민들은 국회의원들에게 국가적인 재난을 초래했다는 비판에서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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