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미술협회 부이사장 '박영길 화백'
[인터뷰] 한국미술협회 부이사장 '박영길 화백'
  • 최유진 기자
  • 승인 2020.07.10 11: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로 언택트 미술에 관한 고민 이어져야 한다"
▲ 박영길 화백이 인사동 지산화실에서 내외방송 카메라를 향해 웃음 짓고 있다. (사진=내외방송)
▲ 박영길 화백이 인사동 지산화실에서 내외방송 카메라를 향해 웃음 짓고 있다. (사진=내외방송)

(내외방송=최유진 기자) ‘한국의 피카소’로 불리는 대한민국 표준영정 67호 지정작가 박영길 화백. 한국미술협회 부이사장이자 서양화가인 그는 후배 미술인들에게 존경받는 미술계 원로이자 많은 화가의 스승이기도 하다. 특히 서양화 중 인물화의 대가로 꼽히는 그는 동양화에도 남다른 감각을 보유하고 있다. ‘미술에는 편식이 없다’고 말하는 그를 종로구 인사동 지산화실에서 만나봤다.

▲ 미소(oil on canvas 72.7x60.6) (사진= 박영길 화백 제공)
▲ 미소(oil on canvas 72.7x60.6) (사진= 박영길 화백 제공)

Q. 본인의 작품 세계 특징과 다른 작가들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우선, 회화를 분류할 때 구상과 비구상으로 나눕니다. 구상은 형태가 분명하게 드러난 그림을 뜻하고, 주로 풍경화나 정물화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반면, 비구상은 추상이라고도 하며, 말 그대로 형태가 불분명하게 표현된 것입니다. 저는 구상화가라서 제 작품을 살펴보면 주로 사실적인 면을 강조해 작품작업을 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들 마다 개성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작가들과 명확하게 어떤 차이가 있다’고 구분 짓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작가들 나름대로 기교를 갖고 자신의 작품에 몰두하기 때문이죠.

▲ 믿음(oil on canvas 72.7x60.6) 독특한 기법으로 바탕을 칠하고 그 위에 물방울을 표현했다. 그 후 또 하나의 캔버스를 그려 넣고 사물들이 어우러져 3차원적인 효과를 주도록 표현했다. (사진= 박영길 화백 제공)
▲ 믿음(oil on canvas 72.7x60.6)
독특한 기법으로 바탕을 칠하고 그 위에 물방울을 표현했다. 그 후 또 하나의 캔버스를 그려 넣고 사물들이 어우러져 3차원적인 효과를 주도록 표현했다. (사진= 박영길 화백 제공)

Q. 작품세계 변화시점을 주제 및 시기로 구분한다면?

명확하게 어떤 시점에서 작품세계가 변화했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물감의 종류나 작품 주제의 변화를 적절히 취하면서 작품에 접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풍경을 그릴 때 그냥 주제 없이 그리지 않고 저 자신을 중심에 두고 바라보는 면이 있습니다. 어떤 자연이나 사물을 볼 때 자연과 사물이 주라고 생각한다면 그대로 끌려 가버릴 수가 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감독의 입장으로 엑스트라와 주인공을 정하면 제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되고 편안합니다. 주로 이런 점을 기조로 두고 작품활동을 이어왔습니다.

▲ 소망(oil on canvas 72.7x60.6) (사진=박영길 화백 제공)
▲ 소망(oil on canvas 72.7x60.6) (사진=박영길 화백 제공)

또한, 작품활동 초기에는 풍경이나 정물, 농촌의 변화무쌍한 모습 등을 자주 표현했는데, 지금은 물방울 또는 그 물방울 내면에 있는 어떤 것들을 표현하고 싶어서 추상적인 개념도 작품에 녹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캔버스속 캔버스’를 이야기할 수 있는데요, 캔버스에 꽃을 그린 후 그 안에 또 다른 캔버스를 창조해 다시 꽃이나 자연을 그려넣는 겁니다. 주변에 물방울이나 다른 소재를 삽입할 수도 있고요. 이런 3차원적인 그림작업을 하다 보니 캔버스에도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또 다양한 성질의 물감을 사용하거나 그리고자 하는 주제를 바꿔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 대한민국 표준영정 67호 장영실 (사진=박영길 화백 제공)
▲ 대한민국 표준영정 67호 장영실 (사진=박영길 화백 제공)

Q. ‘대한민국 장영실 표준영정’과 화제가 된 ‘세계에서 제일 큰 눈’에 대해?

국내에 장영실 영정이 24~25종류로 난립해 있었습니다. 정부에서 이것을 바로잡고자 영정 표준화 작업을 진행했는데, 그때 제가 작업한 장영실 영정이 대한민국 표준영정이 되면서 67호 작가로 지정됐습니다. 이 과정은 녹록지 않았는데요. 우선, 과거의 인물이기 때문에 그분의 인품, 출신을 살펴보기 위해 과거 문헌을 살피는 것에 주력했습니다. 그 후 그분의 후손들과는 접촉해 어떤 골상학을 지녔는지 파악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표준영정으로 지정돼서 우표도 발행되었고 한국조폐공사에서 기념주화도 나왔습니다. 각종 자료에도 실려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두 번째로 질문한 그림은 ‘세계에서 제일 큰 눈’이라는 작품인데요. 그 그림은 가로 약 2m 20cm, 높이 약 1.6m의 크기입니다. 눈만 그린 것이 특징이고요, 눈 속 눈동자에 인물이 담겨 있습니다. 이 그림은 2017 제5회 도전 페스티벌에서 ‘최고기록인증상’을 받았습니다.

Q. 봉사단체인 ‘옹달샘’ 모임활동은어떤 모임인가요?

‘옹달샘’이라는 모임은 14~15년 정도된 봉사단체입니다. 처음에는 해외를 중심으로 봉사활동을 하다가 국내에도 어려운 이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돼 국내에서도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모임의 회원은 화가, 마술가, 예술인, 군인, 경찰, 변호사, 직장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분들로 꾸려져 있습니다. 워낙 훌륭하신 분들이 많은 모임이라 저는 동참하는 정도라서 이렇게 언급하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옹달샘은 지난 1월 눈 내리는 날 우비를 입고 연탄을 나르는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또 독거하시는 분들에게 쌀, 컴퓨터 등을 기증하기도 했고, 회원들이 다재다능하다 보니 그림이나 마술 등으로 재능기부하기도 했습니다. 옹달샘이라는 이름 자체가 의미하듯 계속 새로운 샘을 만들어 내기 위한 취지를 갖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이웃들이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며 굉장한 보람을 얻습니다.

▲ 의지(oil on canvas 72.7x60.6) (사진=박영길 화백 제공)

Q. 얼마 전까지 큰 전시회를 기획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흔히 ‘작가들은 어떤 후원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성장속도가 나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제 작품을 좋아해주는 이가성 회장을 만난 저는 참 행운아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도 이가성 회장이 직접 제 작품을 매입하고, 행사를 기획해줬습니다. 강남에 있는 ‘라움’이라는 곳에서 VVIP 회원을 대상으로 전시회를 열 예정이었습니다.

작품 전시 및 경매까지 여는 큰 행사였는데, 아쉽게도 코로나19로 인해 무산됐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수습되면 다시 진행할 예정이고, 앞서 말씀드린 국내 전시가 잘 마무리되면 홍콩, 마카오에서도 전시회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사실코로나19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일이고, 만약 이번에 준비했던 전시회를 다시 진행하지 못한다고 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이가성 회장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 '눈' 북경 코엑스 경매 모습 (사진=박영길 화백 제공)
▲ '눈' 북경 코엑스 경매 모습 (사진=박영길 화백 제공)

Q. 가장 기억에 남는 해외 활동을 소개하신다면?

북경 박관이 회장의 소개로 이가성 회장을 알게 됐는데요. 박관이 회장이 그 분의 건물에 제 갤러리를 개관할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두 분의 후원으로 중국에서 활동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중국 북경에 가면 외국 정상들이 국빈 방문을 할 때 머무는 영빈관인 조어대 국빈관이 있습니다. 그곳과 북경 코엑스에서 2011년과 2012년에 전시회를 했습니다. 당시 박관이 회장이 북경 코엑스에서 부스 10개를 열어줘 ‘눈’이란 작품을 전시했는데, 그 작품에 대한 현지 반응이 굉장했습니다. 그런 반응에 힘입어 작품이 실제 고가 경매로도 연결된 일이 있습니다.

▲ 축복의 통로(oil on canvas 72.7x60.6) (사진=박영길 화백 제공)
▲ 축복의 통로(oil on canvas 72.7x60.6) (사진=박영길 화백 제공)

Q. 최근 미술계 이슈 및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방향에 대해

코로나19 때문에 국내 및 해외 모든 이들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종식되길 바라고요. 미술계도 정부 지침에 따라 전시회가 취소되는 등 많은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입장에서 굉장히 아쉬움이 큽니다. 앞으로 미술계는 작가들의 꾸준한 자기 계발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변화에 한발 앞선 모습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작가는 기본기가 중요한데요. 회화의 기본이 되는 소묘 등을 통해 기본기를 탄탄히 유지하면서 다른 작가들을 모방해 좋은 점을 배우면서도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나가는 작업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자신의 패턴을 바꿔가며 작업하는 것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저도 계속해서 저만의 기법을 표현한 작품들을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또 후배 작가들도 적극적으로 이끌고 싶습니다.

더불어 ‘언택트 미술’ 등을 위해 미디어 활용 및 도입을 위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무엇보다 이런 고민은 작가들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봅니다. 작가들이 깨닫고 변화를 위한 움직임을 시작한다면 국내 미술계도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을 것이고, 국제사회 속에서 한국 미술의 경쟁력도 상승하리라 생각됩니다.

▲ 인사동 지산화실에서 내외방송 취재진에게 '즉석 동양화 그리기'를 선보이는 박영길 화백 (사진=내외방송)
▲ 인사동 지산화실에서 내외방송 취재진에게 '즉석 동양화 그리기'를 선보이는 박영길 화백 (사진=내외방송)

Q. 끝으로 화백님의 앞으로의 계획이있다면?

오는 7월 23일부터 23일간 강산 박육철 현대 서각과 제 막내딸 박소현 서양화가와 함께하는 3인전을 준비 중입니다. 전시회 이름은 ‘고향 가는 길’이고요, 현대 서각과 서양화가가 선보이는 컬래버레이션 전시회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에 앞서 박영길 화백은 내외방송 취재팀에게 즉석 동양화 그리기를 선보였다. 보통의 작가들이 작업 모습을 공개하지 않는 것과는 달리 그는 자신의 기법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저는 이런(기법) 것 공개하는 걸 꺼리지 않는다. 누구나 빨리 배워 더 좋은 걸 그리면 훨씬 많은 그림을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여유가 1980년 인사동에 둥지를 틀어 수많은 제자를 배출하면서도 개인전 26회, 단체전 400여회를 이어온 박 화백의 저력이 아닐까 싶다.

박영길 화백 주요 경력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졸업
2010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2011 중국조어대 국빈관 개인초대전(6자회담장소)
2012 대한민국미술대전 운영위원
2013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 작가
대통령 표창 미술부분 공직상
글로벌 한국인 미술대상수상
2015 글로벌 자랑스런 인물대상 수상
대한민국 최고 기록인증서
대한민국 행복나눔 봉사대상
대한민국 미술의 날 미술인상

현(現)
중국 길림예술대학교 종신교수
한국미술협회 부이사장
한국 인물화 미술작가협회회장
대한민국 표준영정 67호 장영실 지정작가


관심기사

오늘의 이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법인 : (주)내외뉴스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04690
  • 인터넷신문등록일자 : 2017년 09월 04일
  • 발행일자 : 2017년 09월 04일
  • 제호 : 내외방송
  • 내외뉴스 주간신문 등록 : 서울, 다 08044
  • 등록일 : 2008년 08월 12일
  • 발행·편집인 : 최수환
  • 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로 13 (뉴스센터)
  • 대표전화 : 02-762-5114
  • 팩스 : 02-747-5344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유진
  • 내외방송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내외방송.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wtn.co.kr
인신위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