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방송=서효원 기자) 코로나19 창궐 배경을 조사하겠다며 지난달 중국에 파견했던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팀이 정작 코로나 바이러스 기원지로 알려진 중국 우한을 방문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대해 WHO는 “우한 방문 계획이 없었다”며 “전문가팀이 사전 작업차 방문한 선발대다”라는 엉뚱한 입장을 밝혀 비판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지시각 27일 코로나19 기원을 조사하겠다던 WHO 전문가팀이 우한을 방문하지 않은 채 조사를 끝냈다고 보도했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전문가팀은 지난달 10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3주동안 머물렀다. 전문가팀은 동물 보건 전문가와 전염병 학자 2명으로 구성됐으며, 이들은 코로나19 기원을 밝히기 위해 중국 당국 관계자들을 만나 조사에 착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당시 WHO는 이 같은 계획에 대해 발표했으나 구체적인 과정이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FT에 “WHO 전문가팀은 3주간 베이징에 앉아 우한에 가지 않았다. 사건을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단서인 ‘스모킹 건’을 찾을 기회는 이제 없다”고 말했다.
◇ 말 바꾸는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 ‘중국 봐주기’ 다시 도마 위로
WHO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FT를 통해 “전문가팀은 우한의 바이러스 전문가들과 화상 통화를 통해 대화를 나눴고 이번 조사는 본 조사가 아닌 사전 조사다”라고 해명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전문가팀이 우한에 가지 않은 사실을 인정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전문가 두 명은 코로나19 기원 조사가 아니라 향후 중국에 파견할 국제 전문가팀을 위한 사전 작업차 방문한 선발대”라며 “연구를 시작하는 것은 그들의 목적이 아니었으며 우한으로 갈 계획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어 “공식적으로 연구는 국제 전문가팀이 시작할 것이며 이 팀은 코로나19 발병이 처음 보고된 우한을 갈 것이다. 일부 기사를 봤는데 틀렸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은 전문가팀을 중국에 파견하며 밝힌 바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지난 6월 30일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파견 계획을 알렸다. 언론 브리핑 속기 자료에 따르면 그는 “코로나가 어떻게 기원했는지를 포함해 우리가 바이러스에 관한 모든 것을 알아야 더 잘 싸울 수 있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 다음주 중국에 조사단을 보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문가팀이 어떻게 바이러스가 시작됐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길 희망한다”며 코로나19 기원을 밝히러 중국에 전문가팀을 파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말을 바꾸며 변명에 가까운 해명을 내놓자, 호주 하원의원인 데이브 샤르먀는 FT에 “세계 공중 보건을 책임지고 있는 WHO를 불신하게 만드는 또 다른 사건이 될 것이다. WHO는 중국을 불쾌하게 하는 것을 피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꼬집었다.
WHO는 국제 보건 전문가들 사이에서 ‘중국 봐주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중국의 자금 지원에 상당부분 의존하는 WHO가 중국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WHO에 따르면 2020~2021년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분담금을 지불하는 국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