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칼라스의 천상의 소리로 올 가을을 풍요롭게…
마리아 칼라스의 천상의 소리로 올 가을을 풍요롭게…
  • 이지선 기자
  • 승인 2020.11.0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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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소리꾼’ 마리아 칼라스의 생애
세계 최고 소프라노 칼라스도 발성의 고충 겪다
칼라스의 뒤를 잇는 '연주가', '조력자' 많이 배출돼야
▲ (사진=뉴욕타임즈)
▲ (사진=뉴욕타임즈)

(내외방송=이지선 기자) 성악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성악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소리’이다. 기자가 몇 년 전 한국의 최고의 테너 박인수 선생님을 만나서 들었던 말이기도 하다. 미모도 기교도 음악적 감성을 타고 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악가에게 있어서는 첫째도 소리, 둘째도 소리, 셋째도 소리다. 그리고 그 소리는 갈고 닦고 연마하는 것이다. 그리고 노래 부르는 사람의 가장 큰 목표는 자신이 만족하는 음악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감동을 받고 즐거워하고 감흥을 일으켜야 한다. 대중의 ‘귀’를 잡고 감흥을 일으키는 소리를 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역시 ‘목소리(칼라)’다. 훌륭한 성악가들의 무대 위 모습 뒤엔 각자의 좋은 목소리를 내는 법을 ‘알기 위한’ 피나는 고통과 노력이 있었다. 진정한 소리를 위한 발성 연구는 평생을 걸쳐 이뤄진다.

그 평생을 걸쳐 이뤄내는 발성 연구는 혼자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리를 전수해주는 조력자를 잘 만나야 한다. 그리고 누구든지 노력과 좋은 선생님에 의해 목소리가 좋아질 수 있고 좋은 음악가로 성장할 수 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것. 그것이 성악가들이 밟고 나가야 할 가장 중요한 길이다.

클래식이 왕성하던 시대에는 클래식 음악이 바로 ‘대중음악’이었지만, 지금은 이 시대의 대중음악에게 많은 자리를 빼앗긴 상황이다. 그러나 여전히 고전의 힘은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키고, 변함없이 끊임없는 팬들과의 소통을 만들어 간다.

‘진정한 소리’를 통한 대중에게 진정한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했던 마리아 칼라스와 같은 대가를 잇는 성악가가 끊이지 않고 계속 되길 기대해본다.

세계 최고의 소리를 가진 성악가 마리아 칼라스.

“쓰디 쓴 눈물은 흘러 온 대지를 뒤덮고 저기 저 하늘 위, 나는 기도하리라. 그대 위하여 오직 그대 오심에... 하늘은 더없이 아름다워라. 나를 위하여. 아! 그렇게. ”

피투성이의 단검을 손에 쥐고 피로 얼룩진 가운을 길게 늘어뜨린 루치아가 정신 착란 상태에서 “광란의 아리아”를 부르기 시작한다.

도니제티의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Lucia di lammermoor)의 3막 2장에 나오는 오페라의 절정부분이다. 루치아는 정략결혼을 강요하는 오빠 엔리코의 계략에 아르투로와 결혼하게 되고 첫날밤에 신랑을 살해하고 피뭍은 가운을 입고 피로연 하객 앞에 나타난 루치아가 환청과 착시에 빠져 부르게 되는 광란의 장면이다.

우리는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 1923.12.2 – 1977.9.16)에 열광한다. 칼라스에 대해 여전히 언론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고 전 세계를 칼라스 열풍으로 식을 줄 모르게 하고 있지만 어쩌면 능란한 성악가의 기교보다는 그 가수의 삶과 생활과 인생관을 먼저 이해하고 선율보다는 가사와 곡의 배경에 더 비중을 둬야 할지도 모르겠다.

칼라스의 전성기였던 1950년에서 1960년대 초반까지 세계의 거의 모든 언론매체들은 그녀를 ‘탐욕’스럽게 대했다. 진실이든 허위든 마구잡이로 기사화했으며 마리아 칼라스의 아리아 한곡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까지도 호기심으로 그녀를 새장 속에 갇힌 새로 만들었다.

인기의 절정에 있었던 1956~57년 시즌에는 칼라스의 사소한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기사거리가 됐을 만큼 자유도 없었고 언론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미리 생각하기 전에는 말과 행동도 자유로이 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대중들은 그녀가 몸이 아프다는 것조차 용납하려 들지 않았을 정도였다.

그녀가 죠반니 바티스타 메네기니(1896~1981)와의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오나시스에게 갔을 때 언론은 극에 달했다. 사람들은 메네기니와의 결혼생활도 그저 돈 많은 졸부와 철없는 여인의 장난질 정도로 치부했다. 그러나 칼라스를 향한 메네기니의 진심 어린 사랑을 알게 되면 제멋대로 내리는 판단과 고정관념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알 수 있다.

1982년 메네기니가 출간한 ‘나의 아내 마리아 칼라스’를 출간하기 전까지 칼라스에 대한 자서전 등 많은 책들은 그녀에 대해 한 두 번 보고 단 몇 분 얘기해보고 출간한 책들에 불과했다. 그녀의 음악 세계에는 관심도 갖지 않고 그녀를 싸구려 디바로 혹평하고 싶었던 것이다.

메네기니를 통해 칼라스의 인간적인 면을 알 수 있었고, 이런 인간미를 갖고 있지 않았다면 그녀가 그토록 많은 오페라의 주인공을 충실히 재현해 낼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알고 보면 그녀는 적어도 메네기니와의 12년 결혼생활 동안에는 그에 대한 사랑과 행복한 가정만이 최대 관심사였다.

칼라스의 목소리는 개발되기 전에는 평범한 것이었다. 눈물겨운 각고의 노력 끝에 자신만의 강렬한 발성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 칼라스의 노래 인생은 처음부터 잘 풀리지 않았다. 오디션마다 떨어졌고 이유는 뚱뚱하고 평범한 가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칼라스는 무료로라도 좋으니 ‘토스카’에 출연하게 해달라고 했을 정도였다. 그녀의 노래 인생이 피기 시작했던 건 그녀를 도와주겠다고 나선 평생의 반려자요 조력자였던 메네기니를 통해서였다.. 칼라스는 행운아였다. 형편없는 체구와 무명가수였던 그녀를 그대로 껴안은 메네기니가 아니었으면 그녀의 아성은 존재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메네기니는 진심으로 칼라스를 사랑했다. 그가 책을 쓴 가장 큰 이유는 언론에서의 근거 없는 칼라스에 대한 난도질 때문이었다. 노래에 대해서는 극찬을 하면서도 그 노래가 탄생하게 한 장본인과 그들 부부에 대한 서슴없는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메네기니의 책을 보면 메네기니는 마리아를 위해 살았고, 마리아도 마찬가지였다. 메네기니가 없으면 한 순간도 살 수 없었다. 누가 칼라스를 오만하고 변덕스런 프리 마돈나의 대명사라 하겠는가. 그는 누구보다 상냥한 아내였으며 무대에서는 철저한 프로였다.

칼라스는 메네기니와 이혼 후 선박왕 오나시스를 만나 모든 것을 잃었다고 고백한다. 처음에는 목소리를 잃고 나중에는 자신을 잃었다고 후회했다. 그녀는 죽기 전 이렇게 지인에게 털어놨다. 그녀의 사인은 수면제 과다 복용에 의한 것이었다. 그녀는 1977년 9월 16일 54세로 타계했다. 그녀의 죽음은 그러나 영원히 의문 투성이다.

“이 끔찍한 순간에 내게 남은 건 그대 뿐. 그대만이 내 마음을 유혹한다. 그것은 내 운명의 마지막 부름. 인생의 노상에서 마지막 건너야 할 길”

‘라 죠콘다’ 4막에 나오는 유명한 아리아 ‘자살’. 칼라스의 이탈리아 무대 첫 오페라 곡도, 죽음을 앞두고 적어둔 다섯 줄 글귀도 이 아리아의 도입부였다.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앞서 언급했던 오페라 ‘루치아’의 그녀도 어쩌면 그녀 자신이었을지 모른다. 피를 토해내는 격정과 분노 그리고 옛 시절에서의 회상은 섬뜩함과 함께 불의가 판치는 세상에 대한 경고의 몸짓과도 같다.

벨리니의 ‘노르마’를 부활시킨 건 칼라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달의 여신에게 직접 말을 거는 ‘정결한 여신’은 이 오페라의 절정이며 가장 설득력 있는 명곡이다. 칼라스의 ‘Casta Diva’는 온갖 고뇌를 짊어진 여사제 노르마의 심정을 극명하게 드러내주고 있다. 노르마를 칼라스만큼 잘 소화해내는 여가수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영원히 그럴지도 모르겠다. 칼라스의 노르마는 단 한 명 칼라스 자신뿐이므로.

칼라스의 인생은 메네기니를 만나면서부터 모든 게 펼쳐지기 시작했다. 음악도, 사랑도. 그녀의 음악, 오페라는 글로 담아내기 힘들 정도로 훌륭하고 세계적인 것이었다. 마리아 칼라스라는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 정도로 그녀는 세계 최고의 소프라노다. 이탈리아의 창법 벨칸토(Bel Canto) 오페라 레퍼토리들, 즉 벨리니, 도니제티, 로시니 등의 음악을 부활시킨 칼라스는 벨칸토 창법을 ‘목소리를 악기처럼 최대한도로 활용하고 제어하는 기법’이라고 정의했다. 칼라스의 뒤를 이은 대표적 벨칸토 가수들은 조안 서덜랜드, 에디타 그루베로바, 체칠리아 바르톨리 등이 있다. 노래는 ‘예술’이고, 발성은 ‘기술’이라는 말이 있다. 벨칸토 소프라노라 일컬어지는 마리아 칼라스의 음악은 그야말로 이탈리아의 냄새가 날 수 있도록 최대한 정제된 고귀함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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