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9년 예산 7%도 안 썼는데 '따블' 책정
우리 공무원을 살해 했음에도 일방적인 지원을 위한 예산편성
(내외방송=정해권 기자)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우리 측 물자는 물론 표류중인 우리 측 공무원을 살해 하는 상황에서도 통일부가 내년도 대북 보건의료협력사업 예산을 올해 대비 370억 원을 증액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문위원이 "정책적 의지 표명을 위해 370억원을 증액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통일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1년도 보건의료협력사업 세부계획안 현황'에 따르면, 통일부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 및 남북한 방역협력 필요성 증가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면서 내년도 보건의료협력 예산을 올해 584억5900만원에서 370억원 증액된 954억5900만원으로 편성하며, 세부 산출내역을 보면 △보건의료체계 구축 지원(130억원) △질병통제체계 구축 지원(187억원) △의료인력 교육 지원(53억원) 등이다.
그러나 문제는 통일부가 제시한 ‘질병통제체계 구축 지원 내역 사업의 연구용역’ 실시에 필요한 일반연구비 2억원(4건·각 5000만원)을 제외한 구체적인 예산 증액 산출 근거가 없다는 것것과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우리 측 물자 등을 지원받지 않겠다는 상황에서도 계획됐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보건의료협력사업의 최근 3년간 집행 실적을 보면 2018년에는 682억원이 전액 불용됐고, 지난해에는 집행률이 6.9%(724억6900만원 중 50억2300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올해 경우에도 지난 9월 기준 집행률이 0.8%(4억8600만원)인 상황에서 근거도 없이 ‘깜깜이’ 증액을 요청한 것이다.
통일부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이라는 협상 대상이 있는 상황에서 세부 내역안을 공개할 수 없고, 계획안 편성은 정부의 대북 보건의료협력사업에 대한 정책적 의지의 표명"이며, “코로나19 방역 관련 사업이 확대될 것과 백신 개발 등 상황이 벌어졌을 때 적기에 대응하기 위한 것"과 "북한이 물자를 받지 않는 것도 언제 바뀔지 모르니 대응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이러한 통일부의 입장에 대해 논란이 커지는 분위기다. 북한 관련예산의 산출근거는 기밀사항이라 밝힐 수 없으며 사용 내역 역시 북한의 입장을 고려해 밝힐 수 없지만, 북한과의 공동 사업을 위한 정책적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예산을 편성했고 우리 공무원 피살과는 무관하게 북한이 원한다면 언제든 지원하기 위해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의 태도다. 지난 3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대상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북한이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남측의 물자를 받지 않는다. 지난 8월 중순 뇌물을 받고 남측 물자를 북한으로 반입한 세관원들이 대규모로 처벌받았다고 국정원이 보고했다"고 전한 것처럼 북한은 우리의 지원을 받을 의도가 전혀 없으며, 오히려 방역을 이유로 표류중인 우리 공무원을 무참하게 살해했음에도 통일부가 일방적인 구애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최용훈 전문위원은 '통일부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정책적 의지 표명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예산안 또는 계획안 편성은 정책적 의지 표명만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실질적인 집행과 성과가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북한이 보건의료협력 거부정책에 따라 우리 측 물자를 받지 않겠다고 하면서 올해 예산도 거의 사용하지 못했다"면서 "북한의 태도가 바뀐다는 아무런 징후가 없는 상황에서 국민혈세 370억 원을 증액한 것은 얼토당토않은 일이고, 이러니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대해 굴욕적으로 임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 의원은 "예산을 어떻게 사용할지 국회에도 밝히지 않는 남북협력기금의 투명성 문제가 특수활동비보다 심하다. 남북협력기금이 통일부의 쌈짓돈인가"라며 "남북협력기금의 세부 내역을 비공개로라도 국회에 밝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