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붉은 색깔이 바래기 전에’…문웅 박사의 소장전 통해 마음 녹이기
‘저 붉은 색깔이 바래기 전에’…문웅 박사의 소장전 통해 마음 녹이기
  • 이지선 기자
  • 승인 2020.11.23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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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과 삶' 섹션에 있는 '고수'라는 작품. (사진=내외뉴스 이지선 기자)
▲ '사람과 삶' 섹션에 있는 '고수'라는 작품.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내외방송=이지선 기자) 전 호서대 교수인 컬렉터 문웅 교수의 소장 작품을 전시하는 소장품전이 10일부터 29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주제는 ‘저 붉은 색깔이 변하기 전에’로 이 주제를 접하는 순간, 마치 색깔이 바래기 전에 얼른 생생한 무대 위의 쇼의 향연을 펼치고 있는, 하나하나 정성이 들어간 작품들을 만나봐야겠다는 다급한 마음을 갖게도 만들었다.

문웅 박사는 ‘세종 컬렉터 스토리’ 두 번째 주자로 평생 모은 서화미술 3000여점 중 120여 작품을 공개했다.

이번 전시회는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2관에서 전시되며 오윤, 홍성담, 오지호, 민웨아웅, 하리 마이어, 랄프 플렉, 문신 작가의 작품 등이 주를 이룬다.

‘세종 컬렉터 스토리’는 2019년 시작됐으며 미술시장의 활성화와 컬렉터 역할을 재정립하기 위한 것이다. 문웅 박사는 컬렉션을 통한 후원을 50년간 지속해오고 있고, 신인 작가들을 위한 인영미술상을 17년째 시상 중이다.

이토록 뼛속까지 예술가인 그가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은 모두 그 의미와 가치가 깃들여있다.

문웅 컬렉션의 특징은 고서화부터 유화와 콜라주, 현대미술까지 특정 장르에 국한 되지 않는다는 점이고, 이번 전시도 시대와 장르의 경계를 허물어 작품을 주제별로 구분해 전시했다. 유사한 주제인데 시대와 장르, 매체에 따라 달리 연출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 ''정중동' '동중정''섹션에 있는 '사유적 공간'. (사진=내외뉴스 이지선 기자)
▲ ''정중동' '동중정''섹션에 있는 '사유적 공간'.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이를테면, 똑같은 말을 그렸는데, 두 작품은 제목도 의미도 완전히 다르다. 주제별로 전시해 놓아 똑같은 ‘말’이 양 옆에 걸렸지만 두 말의 의미와 표현은 전혀 다르다. 하나는 그냥 ‘말’이고 또 하나는 ‘사유적 공간’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

첫 번째 섹션은 ‘산과 바다에’로 한국과 중국 서구에 이르기까지 강산과 바다 등 자연환경을 그린 작품들이 공개된다. 비슷한 소재가 작가나 매체에 따라 달리 표현되는 것을 느낄 수 있고, 자연환경을 대담한 붓 터치로 내면 표출한 눈길을 끄는 작품들도 여러 점 있었다. 주요 작가는 오지호, 박고석, 이응노, 민웨아웅, 하리 마이어 등이다.

두 번째 섹션은 ‘사람과 삶’으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각양각색의 모습들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이번 전시회의 주제인 ‘저 붉은 색깔이 변하기 전에’가 나오게 된 배경이 바로 홍성담의 ‘옥중편지’라는 작품이다. 민주화운동으로 옥살이를 하던 홍성담이 감옥에서 심은 나팔꽃을 편지에 동봉하며 꽃의 붉은색이 변하기 전에 편지가 도달하길 바라는 애절한 마음을 담은 것이다. 이처럼 시대상을 담고 그 안에서 시대적 아픔을 기억하고 극복하기도 하는 여러 마음과 심정을 담은 작품들로 넘쳤다. 장구를 치고 있는 ‘고수’라는 작품도 눈길을 끌었다. 주요 작가는 오윤, 홍성담, 랄프 플렉 등이다.

세 번째 섹션은 ‘정중동’, ‘동중정’으로 움직임과 멈춤을 생동감 있게 나타낸 작품들을 모았다. 책들을 쌓아놓은 위로 담쟁이덩굴이 감아 올라가는 작품은 한껏 살아있는 작품임을 느끼게 해줬다.

세세한 느낌의 정물화도, 야생마의 작품 속에서도 멈춤에서 율동감이 느껴지고 율동감이 느껴지는 데서 멈춤이 느껴지기도 한다. 주요 작가로는 이응노, 박대성, 배동신, 김녕만, 구본창 등이다.

▲ 여러 '서화미술' 작품들. (사진=내외뉴스 이지선 기자)
▲ 여러 '서화미술' 작품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네 번째 섹션과 다섯 번째 섹션은 각각 ‘서화미술’과 ‘컬렉션 속의 컬렉션’이다. 미술과 서화의 접점을 제시한 서화미술은 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듯 했다. 주요 작가는 김환기, 이응노, 이광사, 김정희, 송운회, 이돈흥 등이다. ‘컬렉션 속의 컬렉션’은 컬렉터의 후원자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낸 아카이브 형식의 작품들이다. 문웅 컬렉터가 각 작가의 작품뿐 아니라 엽서, 스케치북, 앨범 등 아카이브 자료까지 소중하게 모으고 관리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카이브란 소장품이나 자료 등을 디지털화해 한데 모아서 관리할 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손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모아 둔 파일을 뜻한다. 주요 작가로는 이대원, 강연균 등이다.

하나하나 소장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충분히 느껴지는, 아늑하고도 열정 넘치는 두 광경이 공존하는 전시회다. 대체적인 전시 분위기는 깔끔하고 고요한 느낌이지만, 이에 걸 맞는 우아한 느낌의 작품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발랄하고 반란을 일으킬 법한 느낌의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들도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코로나19로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데가 없어 방황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고마운 휴식처 같은 전시회다.

▲ 미술과 서화의 접점을 시도한 '서화미술' 작품들. (사진=내외뉴스 이지선 기자)
▲ 미술과 서화의 접점을 시도한 '서화미술' 작품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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