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로부터 마무리까지 입체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을 받는 이색적 전시 공간
작가에 대한 설명과 제작진들의 인터뷰 등 후기도 재미 쏠쏠해
(내외방송=이지선 기자) 무민 오리지널: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이 2020년 11월 13일부터 2021년 11월 14일까지 그라운드시소 성수에서 열리고 있다.
무민 가족은 총 9권의 소설로, 8권의 코믹스트립, 5종류의 TV애니메이션, 그리고 6편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75년간 사랑 받아왔다.
특히 이번 특별전에서는 작가인 토베 얀손이 무민의 가족을 중심으로 쓴 총 8편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꾸며졌다.
A(인트로)부터 N(무민 코믹 스트립)까지 14개의 챕터로 나눠 1945년부터 1970년까지의 소설 시리즈의 내용과 다채로운 원화와 삽화들을 담았다.
소중한 그림과 글귀들을 통해 작가 토베 얀손은 끊임없이 순간을 즐기고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인트로는 역시 입체적으로 구성될 앞으로의 전시회를 암시해주는 듯 하다. 이후의 여정을 간단히 느껴볼 수 있는 곳. 무민의 집 외경과 무민 파파가 만든 부잔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무민 소설 부분으로 제대로 입성하기 전에는 그림 속에 쏙 들어가 볼 수도 있을 정도로 사방이 전부 입체로 꾸며진 커다란 그림책이 준비돼 있다.
특히 C챕터인 소설 첫 시작 부분에서는 ‘혜성이 다가온다’를 주제로 관심을 자극했다. 충분히 자극할 만도 했던 것이, 혜성이 지구에 떨어지는 위기의 운명에 놓여 진 무민 가족과 소풍을 가장한 피난을 떠났던 동굴 여행을 시작으로 꾸며졌다.
D챕터에서는 무민 마마가 모르고 마법모자에 식물을 넣어 무민의 집을 정글로 만들어 버리고, F챕터는 ‘위험한 여름’으로 가슴 뭉클하고 감동적인 내용이 기다리고 있다. 해일이 닥쳐 무민의 집은 산산조각이 나고 뿔뿔이 흩어지게 된 무민 가족과 무민 친구들은 각자 어디로 흩어져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무민의 마마, 파파는 집을 잃어버린 무민이 집을 잘 찾아올 수 있도록 소극장에서 연극을 하기로 결심한다. 연극을 위한 그 과정이 참으로 훈훈하고 감동적인 소재다.
H챕터의 ‘보이지 않는 아이’에서는 상처 받은 아이 닌니를 보살펴 주는 무민 마마의 따뜻한 마음을 공감할 수 있는 곳이다. 특이한 모습을 했지만 정상적으로 변해가는 닌니를 위해 최선을 다 하는 무민 마마의 온기와 긍정 에너지를 엿볼 수 있다.
I챕터는 ‘무민파파와 바다’로 지루해진 일상을 탈피하고 새로운 모험을 찾아 바다로 떠난 무민 가족들을 보여준다. 바다에 대한 비밀스러운 법칙을 모두 밝혀내고 싶다고 한 무민 파파의 대사가 마음에 남는다. “세상은 받아들일 준비가 된 이들에게는 엄청나게 놀라운 일들로 가득하다”라는 글귀 역시 철학적이면서도 긍정의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
J챕터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는 무민 가족들을 무민의 집에서 기다리는 무민 가족의 친구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거기서 그들은 우정을 쌓아가기도 한다. 공동체와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여유롭고 선물 같은 전시회다,
토베 얀손에 대해 전시해 놓은 공간으로 이어져 그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무민의 창작자이면서도 핀란드를 대표하는 대중문화 예술가였던 그는 헬싱키 시청을 비롯한 건물에 프레스코 벽화 작업을 맡거나 국제 청소년 도서관 설립 운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등 더 나은 사회,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도 엄청난 공을 들였다.
역시나 무민 가족의 모습을 따뜻하고 아늑하게 그려낸 것 같았다. 그녀의 아버지는 조각가고 어머니는 화가였다.
작가가 직접 그린 원화 100점을 볼 수도 있는데 여기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돼 있기도 하다.
무민 시리즈를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무민 밸리’의 일부를 엿볼 수 있고 제작진의 인터뷰도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독특한 색감의 컷툰 등을 볼 수 있는 ‘무민 코믹 스트립’까지 한 편의 입체 영화를 본 듯한 여정이 마무리됐다.
귀여운 캐릭터들에 마음까지 따뜻해지고 사랑스러운 전시회다. 작가에게 배울 점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은 남의 얘기나 가십으로 머릿속을 채우며 즐기려 하지만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재미나게 풀어낼까를 늘 고민했었던 사람으로 인생을 참 열심히 살아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제껏 무민은 귀여운 캐릭터에 점수를 더 주게 됐지만 감동과 사랑, 만화를 인생에 투영해서 생각해보는 시간, 작가의 신념이 녹아있는 여러 부분들을 충족 받을 수 있는 소중한 인생의 한 컷을 선물 받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