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강제징용 피해자들 1심 '이례적' 패소
법원, 강제징용 피해자들 1심 '이례적' 패소
  • 신새아 기자
  • 승인 2021.06.0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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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 "즉각 항소할 것"
▲ (서울 용산구에 위치해 있는 강제징용 노동자상. 사진=내외방송DB)
▲ (서울 용산구에 위치해 있는 강제징용 노동자상. 사진=내외방송DB)

(내외방송=신새아 기자)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기업에 끌려가 강제노역에 시달린 국내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기업 16곳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앞선 대법원의 승소판결에도 불구하고 중앙지법이 이례적으로 내린 결정이다.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양호 부장판사)는 이날 강제징용 노동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내리는 결정으로,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점에서 원고 패소 판결과 동일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개인 청구권이 한일청구권 협정에 의해 바로 소멸되거나 포기됐다고 할 수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할 수 없다"는 게 재판부 판시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낼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한일청구권 협정 제2조는 대한민국 국민과 일본 국민의 상대방 국가, 그 국민에 대한 청구권까지 대상으로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청구권 협정을 국민 개인의 청구권과는 관계없이 양 체약국이 서로에 대한 외교적 보호권만을 포기하는 내용의 조약이라고 해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이나 일본 국민에 대해 보유한 개인 청구권은 한일청구권  협정에 의해 소멸하거나 포기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한 마디로 개개인 청구권 소멸됐다고는 할 수 없으나 소송으로 행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더해 재판부는 "비엔나협약 제27조에 따르면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국내법적 사정만으로 식민지배의 적법 또는 불법에 관해 상호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일괄해 이 사건 피해자들의 청구권 등에 관해 보상 또는 배상하기로 합의에 이른 '조약'에 해당하는 청구권 협정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여전히 국제법적으로는 청구권 협정에 구속된다. 대한민국과 일본 사이에 그동안 체결된 청구권 협정 등 각종 조약과 합의, 청구권 협정의 일괄처리 협정으로서의 성격, 각국 당국이 이 사건과 관련해 한 언동 등은 적어도 국제법상의 '묵인'에 해당한다"며 "그에 배치되는 발언이나 행위는 국제법상 '금반언(estoppel)의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아 이 사건 청구를 인용하는 것은 비엔나협약 제27조와 금반언의 원칙 등 국제법을 위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여러 소송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알겨졌다. 피해자들은 17곳의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1곳에 대해서는 소송을 취하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소송을 낼 권리가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오자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제 강점기 당시 아버지가 징용으로 끌려갔던 임철호(85)옹은 판결 직후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 나라가 있고 민족이 있으면 이런 수치를 당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의 소송을 대리한 강길 변호사는 "오늘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정반대로 배치돼 매우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번 판결은 지난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과는 상반된다. 당시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일본 기업들이 1인당 1억씩 지급하라는 판결을 확정하며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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