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으로 출발...늘 친구 같은 '어린 왕자' 깊은 내면의 세계로
동심으로 출발...늘 친구 같은 '어린 왕자' 깊은 내면의 세계로
  • 이지선 기자
  • 승인 2021.08.2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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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오리지널 삽화 눈길
마음에 와 닿는 구절들 전시회 곳곳에 숨어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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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왕자가 하나하나 방문했던 별들을 특징적으로 한데 모아놓은 곳.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내외방송=이지선 기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 준비가 됐는가? 어린 왕자는 순수한 어린 왕자라는 소년과 비교적 그만하면 주인공 닮아 순수하고 재밌는 사람, 동물, 식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동식물들이 의인화 돼 순수한 주인공과 소통이 가능한 것을 보면서 동화에 점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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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왕자 스토리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오면 더 좋을 법한 전시회.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기 모습.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어린 왕자와 잘 어울리는 문구 '전시는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껴야 해'가 전시회 초입에서 기자를 제대로 반겨주는 듯 했다. 

'자신을 찾는 여정이 되길 바라'라는 문구는 주인공인 어린 왕자처럼 소년, 소녀로 돌아가 순수함이라는 옷을 입으라는 멘트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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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너무 슬플 때 해지는 것을 보고 싶다는 설명이 적힌 삽화.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24일 내외방송에서는 신선하고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늘 소년인 어린 왕자를 보기 위해 서울 인사동 마루아트센터로 향했다. 

생텍쥐페리의 생애에 대해서도 볼 수 있었고, 같은 전시실에는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 우물이 숨어 있어서 그래'라는 의심심장한 구절이 적혀있다.

우물이라는 매력적인 것이 숨겨진 사막이라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사막이어도 기꺼이 품을 수 있다는 뜻도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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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왕자가 새를 따라 살았던 별에서 빠져나오는 장면.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러시아 삽화가 니카 차이콥스카야의 일러스트로 시작이 됐다. 니카는 한국이 좋아서 현재 제주도에 거주하고 있는 작가라고 한다. 

드로잉과 컬러 작업이 손으로 그린 그림 같지 않게 정교하고 자연스러움이 뭍어났다. 파스텔 톤 컬러, 붓 터치가 환상적이었다. 

그림 하나하나마다 옆쪽에 책속의 대사가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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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수진 작가처럼, 어린 왕자 속 장미 정원처럼 나만의 장미, 꽃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곳.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장미꽃이 만발한 정원'이 눈길을 끌었다. 장미는 우주와 자기 별을 통틀어 하나 밖에 없는 꽃이라 했는데 장미가 5000송이나 있었다. 

어린 왕자와 애증의 관계이면서 서로 길들여진 관계, 너무 그것이 극에 달해 지겨워 다른 별로 도망쳐 오게 했던 장미꽃이다. 어린 왕자가 확인한대로 장미꽃이 그렇게나 많지만 어린 왕자와 교류하고 길들인 장미는 오직 한송이 '그 장미' 뿐이다. 나중에 어린 왕자는 이 장미꽃을 다시 찾게 된다.

첫번째 권위를 집착하는 왕이 있는 행성부터 두번째 별엔 허영꾼이 살았고, 세번째 별에는 술주정뱅이가 있었다. 네번째는 사업가, 다섯번째 별에는 가로등에 불을 켜는 아저씨가 있는 행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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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왕자의 모습. 생텍쥐페리가 어린 왕자를 주인공으로 그린 그림 중에 가장 잘 그렸다고 생각했다는 작품.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어린 왕자는 물어본다.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야?" 여우는 "사람들은 거의 잊어버린 말이지,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라고 답한다. 사람들끼리 관계가 형성이 돼야 길을 들일 수도 있다. 점점 개인주의가 돼가는 시대에서 점점 이와 같은 말이 멀게만 느껴지도록 변해가는 건 아닐까 의문을 가지게 됐다. 

명언의 길에는 어린 왕자 속 명언들이 사방의 벽에 적혀 있었다. 예를 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같은 철학적이면서 종교적이기까지 한 멘트다. 

어린 왕자가 방문했던 별들이 다 모여있는 그림도 눈길을 끈다. 각각 별마다 특징을 잘 살렸다. 

어린 왕자가 양을 그려달라고 부탁하는데 그 양이 놓여있는 작은 방도 알록달록 예쁜 커튼 사이를 열면 만날 수 있다. 

계단을 오르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에 대한 설명을 읽어볼 수 있는 섹션이 나오는데 연신 "어머 나 이런데~" 등을 체크해볼 수 있는 곳이라 눈길을 끈다.  

어린 왕자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색채로 표현한 작품들도 강렬한 인상을 줬다. 

신수진 작가의 '단 하나뿐인 꽃'은 어린 왕자가 지구에 와 수많은 장미 꽃들을 보면서 자신과 서로 길들여진 그 장미를 다시 한 번 떠올리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신수진 작가처럼, 어린 왕자 속 장미 정원처럼 나만의 꽃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관도 있다.

나만의, 단 하나뿐인 꽃을 만들어 내가 의지할 수 있는, 나아가 나의 소원을 담은 꽃을 직접 만들어 장식해놓고 나오면 기분이 뿌듯해질 것이다.

색종이와 가위, 풀 등이 놓여있는 책상에 모여 많은 관람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광경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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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왕자의 오리지널 삽화를 볼 수 있는 특별한 곳.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액자 속 글들이 눈길을 끌었다. 책의 처음 장면인데, 생텍쥐페리가 비행기를 타다 사막에 불시착하게 되고 양을 그려달라는 어린 왕자를 만나게 된다는 것부터 시작되는 설명이다.

양 대신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 즉 겉만 보면 불룩하니 신사용 모자로 착각하기 쉬운 그림을 그려줬고, 어린 왕자는 신기하게도 보아 뱀을 한 눈에 알아본다. 순수해서 일까. 그리고는 계속 양을 그려달라고 조른다. 

어린 왕자의 오리지널 삽화를 볼 수 있었는데 전시회 초입 부분에서 만났던 니카의 일러스트와 거의 동일한 주제였지만 오리지널 삽화라는 게 의미 있었고, 옆에 적힌 설명 부분이 많은 이해를 돕고, 눈에 들어오는 구절이 많았다. 

"풀 숲에 누운 채로 어린 왕자는 잠시 울었다",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설렐거야" 등 너무 예쁜 마음이 느껴져 살짝 부끄러워지는 구절들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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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의 비밀. 한번 길들인 것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구절이 떠오른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구절이 떠오르는 '장미의 비밀' 작품도 화려하고 화려한 만큼 장미가 어린 왕자에 있어 소중하고 빛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B612 행성을 미디어 아트로 표현한 곳, 자수 프린팅이 새겨진 벽면에 액자와 거울 등이 걸려있었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어린 왕자라는 책이 사실은 아동을 위한 것이지만 성인을 위한 동화도 되며 격이 있는 동화라는 것, 그 품격을 갖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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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를 떠나기 전 여우와 만찬을 했다던 그 식탁.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그들과 함께 하는 식탁으로 초대받을 수 있는 행운이 이번 전시회에 있었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지구를 떠나기 전 여우와 만찬을 했다는 그 식탁에 초대받은 느낌을 가져볼 수 있게 예쁘게 꾸며진 식탁도 실감나기 그지 없다. 

어린 왕자는 이곳 저곳 여행을 통해 결국 장미 만한 존재도 없구나를 깨달으며 장미에게 다시 돌아가기를 시도한다. 

어린 왕자와 장미는 서로 격하게도 길들여졌고, 희노애락이 모두 담긴 정열적인 장미 색깔과 같은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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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612 행성을 미디어 아트로 표현한 작품. 마치 그곳에 나도 함께 있는 것 같아 실감나는 곳이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뱀에게 물려 결국 자신의 별로 조용히 다시 이사가는 데 성공했으리라 믿는다. 

내가 어린 왕자 동화 속에 함께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을 갖기에 충분했다. 그렇지만 어른들에게는 너무나도 순수함에 제3자 입장에서 넋놓고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그런 전시회이기도 하다. 

어린 왕자의 팬이 아닌 초보자도 쉽게 이해하며 극 속에 빠져들 수 있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이 시점, 직접 설명해주는 퍼포먼스 도슨트와 함께도 가능, 강추하고 싶은 전시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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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왕자 2021-08-28 20:24:53
가고싶네요 근데 집이 부산이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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