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방송=김승섭 기자) 알코올중독자가 하루에 유리병에 담긴 소주를 10병 먹으면 대략 동네 슈퍼 기준으로 1만 4000원, 그중 빈병을 모두 반납하면 병 당 100원씩(1400원) 돌려받는다.
그런데 소비자에게 돌려주지 않은 빈병보증금이 무려 400억 원이 훌쩍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빈용기 회수 및 재사용 촉진을 위한 '빈용기보증금 제도'를 통해 걷힌 보증금 중, 소비자에게 다시 돌아가지 않은 보증금이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 기준 빈용기 회수율은 97.9%를 기록했지만 미반환보증금은 4년 동안 큰 폭으로 증가해 2020년 말 기준 426억 원에 이른다.
소비자가 병을 반납하지 않으면, 보증금은 환급되지 않고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 그대로 남게 되는데 이를 '미반환보증금(자원재활용법 제15조의 3)'이라 한다.
그 금액은 지난 2017년 56억 원에 불과했으나 4년 만에 4배로 증가해 2020년에는 426억에 달한다.
이렇게 미반환보증금이 계속 이월되는 것은 법령상 그 사용처가 지나치게 좁기 때문이다.
자원재활용법에 따르면 미반환 보증금은 회수율 향상을 위한 홍보 등 정해진 용도로만 사용 가능할 뿐, 빈병을 직접 회수·반납하는 등 실질적으로 자원 재활용에 이바지하는 소비자와 도소매상의 편익 증진을 위해서는 사용할 수 없다.
문제는 이로 인해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할 보증금이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 그대로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미반환보증금으로 발생하는 이자 수익만 2019년 8억 000만 원, 2020년 5억 2000만 원 등 4년 평균 6억 8000만 원에 이른다.
법적으로 사용 가능한 홍보사업에 14억 원, 보관 및 수집소 설치·지원에 13억 원, 연구·개발 사업에 3억 원 등을 지출하고 있지만 다른 사용처가 없다보니 이월액은 426억 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빈용기보증금은 탄소중립 실현, 순환경제 구축 등을 위해 맥주, 소주, 음료, 먹는 샘물 등 사용량이 많은 재사용 가능 품목을 회수하기 위한 제도이다.
생산자는 보증금액을 제품가격에 포함해 출고하며 동시에 센터에 보증금을 사전에 선납한 뒤, 소비자로부터 병을 회수할 때 보증금을 환급받는 구조다.
이에 대해 장 의원은 "현재 빈용기보증금 제도는 사실상 소비자가 사전에 납부한 보증금과 빈병 반환의 부담에 더해 도소매상들의 빈병 회수를 담보로 운영되고 있다"며 "하지만 빈병 재사용으로 원가절감이라는 이익을 취하고 있는 주류제조업자들은 오히려 어떠한 부담도 지고 않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내년부터는 개정된 자원재활용법이 적용되면서 1회용 컵까지 보증금 적용 대상이 확대된다"며 "현행 제도 하에서라면 미반환보증금의 규모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주류업체들의 주류 원가 산정시, 빈병의 재사용으로 인한 원가절감 분을 포함시켜 소비자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며 "미반환 보증금 및 그로 인해 발생한 편익을 사회에 기여하도록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