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현대판 '음서제'에 대해
[데스크칼럼] 현대판 '음서제'에 대해
  • 김승섭 기자
  • 승인 2021.11.2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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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섭 정치부장
김승섭 정치부장

(내외방송=김승섭 기자) 음서제(蔭敍制). 고려·조선 때 왕족의 후예와 국가에 특별한 공로가 있는 공신, 5품이상 고위 관료들의 자손들에게 그 지위가 세습되는 것을 말한다. 

달리 말하면 이른바 양반일지라 하더라도 과거에 급제하지 않으면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관직에 진출할 수 없고, 조상이 왕족·공신·고위 관료 출신이 아니면 평생을 '안빈낙도'함을 수긍해야한다는 것이다.    

순조를 끝으로 조선왕조가 그 명을 다한지 어느덧 100여년이 훌쩍 넘었지만 21세가 '현대판 음서제'를 요구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지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소속인 기아자동차 노조를 두고 하는 말이다.

기아차 노조 소하지회가 임직원 자녀들에 대한 우선 채용을 또 주장하고 나섰다. 단협에 명시된 '정년퇴직자와 25년 이상 장기근속자 자녀에 대해 채용 규정상 적합한 경우 우선 채용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을 이행하라고 회사 측에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5년 만에 생산직 충원에 나서는 기아차는 "아직 공식 결정된 바 없다"며 입장을 명확히하지 않고 있다. 

단체협상상 명시된 한줄에 얽매여 있는 듯하다. 이 같은 일은 비단 기아차 노조만의 문제도 아니다. 임직원 자녀 고용세습을 단협 조항으로 둔 대기업은 한둘이 아니다. 

예전 '개천에서 용났다'는 말을 듣게 했던 사법시험(5급)도 폐지됐다. 유명 대학의 법대를 나와도 로스쿨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면 무용지물이란 소리다. 로스쿨과 의학전문대학원 등을 졸업하는데 천문학적인 학비가들어간다. 

돈없으면 개천 아니라 넓은 강에서도 용은 못나온다는 것과 귀결된다. 그나마 행정고시, 입법고시가 살아있어 다행이다. 하지만 그 경쟁률은 더 치열해졌고, 학생들은 7급에서 9급으로 행로를 바꾸거나, 또는 법무·행정·세무·회계사 자격 취득으로 눈을 돌려야만 했다. 

설상가상으로 2년째 코로나 19가 이어지고 하루 4000명 대에 근접한 확진자가 나오면서 기업의 활동이 위축되며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은 물론, 그 여파로 취업시장은 그야말로 '드라이아이스'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국가유공자나, 그 자녀에게는 국가 공무원 시험이나 공공기관, 사기업 취업시 가산점이 부여된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데 대한 최대한의 보상이다. 

그런데 일부 귀족노조가 주장하는 고용세습은 무엇일까.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했으니 자녀들을 우선 채용하라'.  

과거 조선의 상계를 이끌었던 만상 도방 혹득주도 일개 유기전 사환이었던 임상옥에게 그 공로를 인정해 도방자리를 생전에 내준 적이 있다. 이같은 예를 볼 때 할말은 없다. 하지만 홍 도방의 결정은 특수한 경우다. 

임상옥은 우리나라 최초로 중국과의 국경지방 인삼무역권을 독점하며 다 쓰러져가던 만상을 일으켜 세운 공이 있었다.  

현재 이 땅의 수많은 청년들은 좌절하고 있는 상황. 청년(15~29세) 체감 실업률은 25%를 넘나든다. 4명 중 1명은 일자리가 없어 절망한다. 구직을 포기한 청년을 포함하면 그 비율은 훨씬 높다.

25년 이상 회사를 위해 일한 공로를 사 국가유공자녀의 경우처럼 자녀들에게 시험시 가산점은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아차 노조의 요구는 그들 자녀를 우선 채용하고 나머지 일자리를 두고 청년들에게 경쟁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기회의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해야한다고 했던 이들의 말이 절실히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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