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걷기 전도사’ 데이비드 리
‘행복한 걷기 전도사’ 데이비드 리
  • 정민수 기자
  • 승인 2022.03.1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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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멋진 도시에 스피드워킹 알리고 싶다

(내외방송=정민수 기자) 누구나 삶을 살다 보면 중요한 변곡점을 맞게 된다. 이런 인생의 변곡점은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마련이다. 이러한 변곡점이 언제 찾아오는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시기를 잘 활용하는 사람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되지만, 이때를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은 그저 평범한 삶을 살거나 힘든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새옹지마라는 사자성어가 보여주는 교훈처럼 눈앞에 보이는 길흉화복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내외뉴스에서 만난 데이비드 리(본명 이서원)도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도 사람들에게 건강과 행복을 전하는 전도사로서 새 인생을 살고 있었다.

걷기 운동으로 되찾은 건강
1년에 1만㎞를 걸으면서 본인이 개발한 스피드워킹법과 통찰한 건강 이야기를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있는 데이비드 리는 2000년 전후로 전자상거래를 이용한 벤처기업을 운영하면서 남들처럼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는 그저 평범한 삶을 살았다. 그러다 2005년 사업이 실패하면서 그 충격으로 인해 심한 공황장애를 앓게 됐고, 자의반 타의반 모든 걸 내려놓고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우연히 부산 해운대에서 울산 간절곳까지 이르는 38㎞를 4시간 안에 걸을 수 있다고 내기를 하게 된다. 그 먼 거리를 성인 남자가 걸어도 9시간 반이나 10시간은 족히 걸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해도 버스를 두 번 갈아타야 2시간 반은 걸리는 거리였다. 우스갯소리처럼 시작된 내기가 실제로 진행되면서 그는 4시간보다 30분 빠른 3시간 반만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때의 내기 시합은 단순히 이기고 지는 문제를 떠나 데이비드 리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일반인보다 3배는 빠른 속도로 그 거리를 걷다 보니 공황발작이 와도 신체적인 변화가 없고 증세가 많이 호전되는 걸 느끼게 되면서 그 이후로 걷는 걸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사명감으로 전도사 활동 시작
그가 본격적으로 걷기 운동 전도사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2009년 여수에서 개최된 전국체전 경보경기를 관전하면서부터였다. 당시에도 부산에서 여수까지 200㎞가 넘는 거리를 걸어간 그는 자신의 취미인 경보경기를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관람하려고 했지만, 당시 경보경기는 비인기종목으로 사람들의 관심도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경기장 분위기는 서글프고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같은 장소에서 열린 트라이애슬론 경기는 경보경기와는 정반대로 사람들이 환호하는 축제 분위기가 연출되자 자신이 열심히 걸어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경보를 알리자는 사명감을 가지게 됐고, 그때부터 13년째 경보로 전국을 두루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경보를 하면서 본인이 느낀 신체적인 변화와 건강 체험을 기반으로 다양한 강연과 걷기 교실, 칼럼 게재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왔다.

처음에는 공황장애로 힘들어하던 그가 점점 걷기 운동에 미친 듯 집중하자 주변사람들은 처음에 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맛이 조금 갔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이상하게 봤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그가 일관되게 계속 걷기 운동을 하면서 건강을 되찾아가는 모습을 보자 차츰 시선이 바뀌면서 격려와 응원을 보내기 시작하더니 그의 운동법을 배우고자 찾아오는 사람까지 생겨나기 시작했다.

걷지 않으면서 만병이 시작됐다
데이비드 리는 ‘걷기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말은 많은 전문가가 매우 많은 이야기를 했고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면 자료도 많으므로 생략하고 우리가 걸어야 되
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를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 인간의 몸을 개념적으로 들여다보면 뇌하고 근육밖에 없고, 나머지 오장육부를 비롯해 조직과 기관은 뇌와 근육의 활동을 보조해주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현대인들이 바쁘다는 이유로 잘 걷지 않게 되면서 오장육부가 존재의 의미를 잃고 점점 제 기능을 잃어갔고, 제 기능을 하지 않자 많은 병이 거기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에 대한 해법으로 사람이 잘 걸음으로써 뇌의 활동을 더 활성화시켜 주고, 이로 인해 오장육부를 비롯한 조직과 기관이 활발히 움직이게 되면 더욱 건강한 몸으로 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다.

걷기 운동을 시작할 때는 제일 먼저 집 주변 접근성이 좋은 걷기 코스를 만든 다음 그것을 일상화시켜야 오랫동안 걷기 운동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걷기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이며, “반드시 실천에 옮겨야 운동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걷기 운동에 있어서 걷는 자세를 제대로 배워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관절과 근육펌프를 잘 작동시키면 몸도 건강해져
데이비드 리의 설명에 따르면, 진시황의 불로초는 인간의 몸에 존재해왔고, 우리 몸에는 순환기능을 위해 심장, 관절과 근육, 횡경막이라는 3가지 펌프가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대로 작동시킬 수 있는 관절과 근육이다. 사람이 잠을 잘 때 관절과 근육은 움직일 수 없고, 심장도 한낮에 혹사되므로 20% 정도로 기능이 축소되며, 횡격막이 오르내리면서 체압을 만들어낸다.

그는 “관절과 근육 펌프를 잘 작동시키면 심장 펌프를 강하게 하고, 횡격막 펌프를 튼튼하게 한다”며, “바꿔 말하면 심혈관 기능을 개선시켜주고 심폐기능을 향상시킨다”고 밝혔다. 이어 “빨리 걸으면 근육이 수축과 이완해 혈액을 더 빨리 순환시키므로 관절과 근육 펌프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걸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며, “그래서 우리가 걷을 때의 자세는 관절과 근육 펌프가 극대화되도록 걸어야 된다”고 덧붙였다. 

걷기 운동은 유산소 운동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면 근육의 질적인 향상은 조금 있을 수 있지만 반드시 근력 운동을 병행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근력 운동 없는 유산소 운동과 유산소 운동 없는 근력 운동도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그래서 특정한 근육보다는 전신 근육을 골고루 발달시켜야 한다. 잘 걷기 위해서는 하체 근육도 발달해야 하지만, 전신 근육이 골고루 발달해야 잘 걸을 수 있다.

SWWM 워킹법 개발로 운동의 즐거움 배가
관절과 근육펌프가 극대화되도록 걸으면 혈관과 림프 순환기능이 개선되지만, 시간이 없는 바쁜 현대인들이 건강에 좋다고 몇 시간씩 걷기 운동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워킹 강도를 높여야 하는데, 거리를 늘리거나 시간을 늘리거나 스피드를 높이거나 경사로를 오르는 방법이 있다. 이 중 시간이 없는 현대인에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경사로를 스피디하게 걷는 방법으로 하루 30분 정도만 해도 몇 시간 걷는 것보다 효과가 좋고 심장기능이 개선된다.

하지만 운동의 강도가 심해지면 힘들고 지치고 하기 싫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때 고려대 재활의학과 강문규 교수와 함께 개발한 SWWM(Speed Warking With Music) 워킹법을 활용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때 음악의 BPM(Beat Per Minute)으로 끌어주게 되면 근육도 이에 맞춰 수축과 이완을 하게 되는데, 분당 비트 수를 단계적으로 올려가면서 강도 높은 걷기 운동을 이어갈 수 있다.

자신에게 맞는 음악의 BPM을 찾아 그 리듬에 맞춰 걸으면 근육과 관절펌프의 지속성을 유지시켜 주고, 혈액과 림프 순환을 비롯해 심장기능도 매우 효율적인 상태로 활성화시켜 준다. 또한, 계속해 빨리 걷게 되면 에너지 대사가 지방을 태우는 것에서 글리코겐(탄소화물)을 태우는 임계점을 높여주고 지방이 잘 빠질 수 있는 몸으로 바꿔줌으로써 수치상 맥박이 떨어지고 수축과 이완이 확장되면서 혈압이 개선된다. 그 과정에서 거의 대부분 건강문제가 해결된다고 한다. 

짧더라도 강도 높게 걷는 게 효과적
일반인의 걸음으로 하루에 만보를 걸으려면 2시간에 7km 정도가 되는데, 생활 속에서 하루 동안 걷고 움직여 만보를 달성한 것은 아주 바람직한 것이지만, 운동이라고 하면서 만보를 걸었다고 하는 것은 효율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그는 “20~30분이라도 짧은 시간 동안 강도 높게 운동하는 것이 효율적인 것”이며 “예를 들어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으러 갈 때 언덕을 올라가는 코스를 개발하면 짧은 시간에도 굉장히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에서 100km 이상 장거리를 걷는 사람들은 있을 수 있지만, 50km 이상을 꾸준히 일주일 이상 걷는 사람은 거의 드물다. 데이비드 리는 부산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560㎞를 8일만에 주파한 적도 있다. 문제는 걷는 데 있어 근육의 질과 회복력이 중요한데, 무엇보다 회복력이 따라줘야 한다. 그도 초기에는 장거리를 걷는다면 그 거리만큼의 마음가짐을 가졌지만, 지금은 훈련된 몸이기 때문에 특별한 마음가짐 없이 언제든지 편안하게 갈 수 있는 상태가 됐다.

그는 일반인들이 장거리를 빠른 속도로 가야 한다면 스피드워킹을 반드시 배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만약 스피드워킹을 배우지 않고 가게 되면 얼마 걷지 못하고 지쳐서 포기하게 된다. 그리고 스피드워킹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몸을 세우고 일정한 주기로 움직이는 진자운동처럼 걸어야 된다. 

스피드워킹과 건강법 보급에도 앞장서
그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 해운대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걷기교실을 운영하면서 사람들에게 제자리 워킹법과 음악을 통해 스피드워킹을 가르치기도 했다. 대단히 강도 높은 제자리 워킹법이 몸에 익숙해지면 아주 잘 걷기 시작하는데, 초기에는 30명 정도의 회원으로 시작했다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직전이었던 2020년 봄까지 35회차까지 진행했다. 당시 참가자가 100명에 육박해 교육시간을 바꾸기도 했지만, 현재는 코로나 때문에 중단된 상태다.

2019년 9월에 영국 공영방송 BBC가 비용이 많이 안 들어가는 건강법과 공황장애에 포커스를 두고 ‘한국의 포레스트 검프’(South Korea’s Forrest Gump)이라는 제목으로 그의 인생 스토리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동안 해운대구 행복학교, 연제구청, 서울시의회 등 전국에서 스피드워킹 강연을 했고, ‘건강 놈놈놈’(건강에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갱년기 이야기 등의 강연 커리큘럼이 있으며, 지역신문에 건강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데이비드 리가 추천하는 산책로
우리나라에는 일반사람이 걸으면 좋은 길과 아름다운 길은 많다. 그런데 일반사람이 좋아하는 길과 스피드워킹을 즐기는 데이비드 리가 좋아하는 길은 좀 다를 수가 있다. 그래서 그에게 기억에 남는 길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하자 서울에 오면 잠실에서 양평 또는 가평까지 걸어가는데, 자전거 도로로 일정하게 걸어가면 한 50~60km 정도 된다. 그중에서도 팔당대교를 지나 두물머리 방향으로 가면 양수리와 양수대교 길 주변의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고 추천했다.

최근 부산에 블루라인 길이라는 매우 핫한 워킹로드가 하나 생겼는데, 미포에서 송정까지 해운대 해변열찻길 옆으로 해변 데크길로 산책로 주변 경관이 빼어나고 바다 조망과 함께 산책이 가능해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다. 제주도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길은 서귀포에서 성산포로 걸어가다 보면 표선에서 성산포로 가는 해안도로 구간이 있는데, 아름다운 해안풍경과 함께 제주 바다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데이비드 리가 지금까지 걸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길이자 가장 추천하고 싶은 길은 우리나라에 딱 하나밖에 없는 부안에서 군산까지 뻗어진 새만금방조제길이다. 전북 부안군과 김제시, 군산시를 잇는 총길이 33.9㎞가 고속도로처럼 시원하게 뚫린 직선도로로,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긴 거리가 곱게 뻗어있는 길은 유일하다. 그 길을 쭉 걷다 보면 하늘, 구름, 바람, 바다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스피드워킹을 즐기는 데 최적지라고 한다.

앞으로 더 많은 활동 이어나가고 싶다
데이비드 리는 주로 강연에서 가장 많이 강조하는 내용으로, 건강에 관심 있는 50~60대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갱년기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나이가 들어서 힘이 빠지고 늙어가는 게 아니라 힘이 빠졌기 때문에 나이가 들고 늙어가는 것”이며 “건강을 원한다면 많이 움직이면서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다. 이것을 꼭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어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제가 걸으면서 통찰한 건강론과 건강워킹법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며 “그때를 위해서 강연자료 등을 항상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
지막으로 데이비드 리는 “그동안 다져진 몸으로 전 세계의 멋진 도시를 걷는 게 앞으로의 계획이며, 그 도시에서도 활동하면서 경보를 널리 알리고 싶다”며, “걷기가 주는 효과와 바르게 걷기를 건강에 관심 있는 이들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무대를 넓혀나가 누구나 건강한 삶을 누리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 이상현 기자 / 데이비드 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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