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시진핑의 측근과 ‘리커창 대망론’
사라진 시진핑의 측근과 ‘리커창 대망론’
  • 김연식 기자
  • 승인 2022.06.0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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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국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리커창 중국 총리 (사진=AP 뉴시스)
리커창 중국 총리 (사진=AP 뉴시스)

(내외방송=김연식 기자)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앞두고 중국에서는 대대적인 선전전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시 주석의 측근이 돌연사하고 ‘리커창 대망론’이 피어오르고 있는 등 도무지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엄격한 ‘제로 코로나’와 지나친 사회 통제로 민심을 잃은 시 주석을 대신해 국무원 총리인 그가 대권을 쥐거나 막후에서 실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심지어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리 총리의 ‘집권’을 돕고자 작업에 착수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4월 27일 랴오궈쉰 톈진시장이 돌연 숨졌다고 28일 당 기관지 텐진일보가 SNS를 통해 보도했다. (사진=텐진방송 캡처)
4월 27일 랴오궈쉰 톈진시장이 돌연 숨졌다고 28일 당 기관지 텐진일보가 SNS를 통해 보도했다. (사진=텐진방송 캡처)

급작스러운 텐진시장의 죽음 뒤 의문의 정황

4월 28일 중국 톈진시 당 기관지 텐진일보의 중국판 카카오 스토리인 웨이신에는 올해 59세인 랴오궈쉰 톈진시장이 전날 돌연 숨졌다는 짤막한 부고가 떴다. 웨이신에 실린 부고는 “27일 중공 톈진시 부서기 겸 시장 랴오궈쉰 동지가 돌발 질병에 응급조치도 소용없이 불행히 세상을 떴다. 향년 59세”라는 내용이 전부였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시진핑 사단을 뜻하는 시자쥔으로 분류되는 랴오 시장의 사망 소식이 다음 날 신문 지면에는 보도되지 않았고, 톈진시 정부 홈페이지에서 그의 이름은 재빨리 지워졌다.

누군가 보도 통제를 했고, 라오 시장에 대한 정리작업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라오 시장의 급작스런 죽음이 주목받는 것은 그가 오는 10월 열릴 예정인 중국 공산당 20차 당 대회에서 리훙중 톈진 당 서기 후임으로 권력 서열 25위권인 정치국위원 진입을 노리던 다크호스였기 때문이다. 특히, 사망 이틀 전에는 환경오염방지업무회의에 참석했을 때만 하더라도 건강하던 모습이었다. 그의 활동 모습은 텐진방송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으나, 돌연 사망했다고 소식을 전한 것이다.

촉망받는 차세대 지도자의 의문사 자주 발생

일부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한 것으로 추측하기도 하지만, 직전 회의 참석 때의 모습을 보면 근거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의 사망 소식은 적잖은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치권에서는 2019년 충칭시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최측근이자 차기 최고지도자로 유력한 런쉐펑 충칭시 부서기가 돌연사하는 등 주요 인물의 돌연사나 의문사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당시 충칭시 당국은 급환으로 숨졌다고 발표했지만, 홍콩 명보는 그가 비리에 연루돼 조사받던 중 베이징 징시 호텔에서 투신자살했다고 보도했다.

랴오 시장의 죽음이 석연찮은 것도 이 때문이다.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라오 시장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천진의 코로나19 방역을 진두지휘하면서 코로나19 창궐로 엉망진창이 된 베이징이나 상하이시와는 달리 텐진은 비교적 안정적인 국면을 보여 나름 지도력을 인정받았다”며 “그가 돌연 급서하면서 텐진 역시 언론의 주목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런 부서기의 죽음을 비춰봤을 때 이번 라오 시장의 죽음은 지병으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 타살당했거나 자살했을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은 지난 2013년 4월 당시 부통령으로 중국을 찾은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을 만나 악수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은 지난 2013년 4월 당시 부통령으로 중국을 찾은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을 만나 악수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시진핑 측근 제거한 리커창을 바이든이 돕는다?

뉴스위크 일본판은 18일 시진핑파 고위 관리가 연루된 부패 의혹이 랴오 시장 돌연사의 배경이라고 분석하면서 부패 추방을 목적으로 리 총리가 주도해 만든 ‘염정공작회의(반부패기구)’가 4월 25일 열린 지 이틀만에 랴오 시장이 돌연사했다고 전했다. 리 총리가 주도한 부패추방 운동이 ‘시자쥔’을 정조준했고, 이 과정에서 랴오 시장이 희생양이 됐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은 최근 베이징 정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리 총리의 대망론과 무관치 않고, 시진핑파와 리커창파가 명운을 걸고 격돌에 들어갔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려고 리 총리 파벌을 비밀리에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 진짜 목적은 중국 봉쇄가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 목적은 중국 봉쇄가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해 중간선거 패배의 위기에 직면한 바이든은 지금 중국 봉쇄에 신경 쓸 여력이 전혀 없다”며 “그는 오히려 중국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며 일본 방문의 목적은 다른 데 있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존재감 미미하던 리커창의 귀환에 주목

일본의 닛케이아시아는 19일 ‘리커창도, 리코노믹스도 돌아왔다’ 기사를 통해 “최근 들어 리커창 총리의 집권론이 화제를 끌고 있다”면서 “원래는 중국의 총리로서 거시경제를 책임지고 이끌고 나갔어야 하나, 시진핑 주석이 권력을 완전히 장악함으로써 리커창의 권위는 명목상 존재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리커창의 역할은 지난 한 달여 동안에 극적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14일 인민일보의 제2면에 4월 25일 리커창 총리가 정치국 회의에서 발언했던 연설 전문이 실려 있었다”고 했다. 하루 단위로 뉴스를 전하는 일간지가 한 달 가까이 지난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보도로 공산당 내부가 크게 술렁였다”며 “지난 9년간 강력한 권한을 행사한 시 주석에 균형을 맞추려는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난 9년여간 시 주석에게 권력이 집중되면서 유명무실하던 총리의 권한이 최근 한 달 사이 격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 중심의 권력 체계 속에서 리 총리가 최근 존재감을 다시 드러내고 있다며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중국 경제가 휘청이는 와중에 리 총리 주도의 거시경제 정책을 의미하는 ‘리코노믹스’가 귀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전했다.

소신 발언으로 경제 회복 전면에 나선 리커창

25일(현지 시각)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8~19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창립 70주년 행사에서 리커창 총리가 외국계 기업 임원 30여명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 경제를 되살리는 것과 코로나 확산을 억제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코로나 봉쇄 정책의 문제점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특히 리 총리가 기존의 중국 고위관리들과 달리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해 전혀 옹호하는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을 조명했다.

리 총리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으며, 고령층에 대한 백신 접종을 확대해야 한다는 참석자의 제안에 “백신 접종률을 확대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강력한 방역 대책으로 인해 기업들의 운영이 중단되고 중국을 떠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는 시 주석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하며 정작 중국의 경기 침체에 대해선 말을 아낀 것과는 대조적이다. 리 총리는 또한 좌담회가 열리는 회의실로 들어서자마자 마스크를 벗었다고 WSJ은 전했다.

중국 베이징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베이징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시진핑 건재하고, 리커창 부상론 근거 없어

24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리 총리가 지난달 25일 국무원 염정공작회의에서 발표한 연설문에 한 면을 모두 할애해 소개했다. 명보는 이달 초부터 중화권 매체를 중심으로 ‘전·현직 지도부의 반대로 이미 시 주석의 3연임이 좌절됐다. 리 총리가 새 주석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18일 ‘원로 압력하에서 시진핑은 내려가고 리커창은 부상한다?’는 제목의 평론에서 리 총리의 행보에 주목하는 목소리들을 소개했다.

그러나 명보는 시 주석과 리 총리의 최근 동향을 따져보면 ‘시진핑 하락·리커창 상승’의 결론을 도출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우선, 리 총리의 반부패 회의 발언 대서특필의 경우 인민일보가 2018년부터 그렇게 해온 것이고,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 최신호가 ‘공동부유’ 정책을 강조한 시 주석의 작년 말 중앙경제공작회의 발언을 실은 것이 시 주석 건재의 증거라고 평가했다. 명보가 ‘리커창 부상설’이 별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긴 했지만, 이 같은 보도 자체가 중국 지도부의 현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해 보인다.

제로 코로나 정책의 실패로 시진핑 괴소문 양산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고수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의 실패가 리 총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면서 당내 권력투쟁의 서막이 열리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원래 중국은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차기 정권을 둘러싼 주도권을 쥐기 위한 치열한 물밑 투쟁이 벌어진다. 최근 충격적인 중국 경제상황에 시 주석의 입지도 그만큼 흔들리게 됐다. 상하이 봉쇄 여파로 4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여러 산업분야에서 시 주석이 주도한 규제 철퇴도 중국 경제를 추락하게 한 요인으로 꼽혔다.

인도 ANI통신은 14일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경기침체와 더불어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경기침체로 시 주석이 사임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으며, 시 주석 사임설을 담은 동영상이 중국 당국 검열로 삭제되기 전에 소셜미디어에서 돌았다고 소개했다. 뉴스위크는 17일 지난주 영국 타블로이드지인 데일리메일과 더선 보도를 인용해 68세에 흡연자인 시 주석이 뇌동맥류 진단을 받았지만, 수술을 거부하고 중국 전통약품으로 치료하고 있다며,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문이 해외 중국인 커뮤니티 사이에서 떠돌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헝다 그룹 사태에 이어 올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중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헝다 그룹 사태에 이어 올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중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사진=뉴시스)

짧은 시간 내 경제 성과 이룩해야 하는 리커창

중국 경제를 진두지휘할 기회를 다시 잡은 리커창이지만, 10월 또는 11월에 개최될 당대회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짧은 시간 동안 경제를 살리기 쉽지 않는 등 그가 직면한 도전은 만만치 않다. 리 총리는 최근 “부동산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토지와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부동산 규제 완화를 시사하는 한편, 디지털 경제와 기업 국내외 상장에 대한 지원을 거듭 강조하는 등 경제 정책에 있어서 시 주석과 전혀 다른 행보를 보였다.

이는 시 주석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보일 수도 있다. 리 총리가 규제 조치를 철회하는 등 시 주석 정책 중 일부를 뒤집더라도 그 효과가 당장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시 주석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강하게 고수하고 있다는 점도 중국 경제가 이전의 활력을 되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닛케이는 “리커창이 내년 봄 총리직에서 내려올 예정이나 다음 5년간 상당한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시 주석이 지금과 같은 1인 집권 체제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 것이다.

시진핑 역할 줄이고 리커창 역할 늘려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11일 리 총리가 서구식 자본주의에서 벗어나게 하면서 경제를 침체하게 만들었던 일부 조치들을 철회하도록 1인자인 시 주석을 압박하는 모양새라고 정부 관료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렇다고 해서 시 주석이 당을 장악한 상황에서 리 총리가 주석 자리에 오를 가능성은 희박하다. WSJ는 “시진핑은 여전히 막강한 권력을 유지할 것”이라며 “그러나 리커창은 자신의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되면 시 주석과 균형을 맞출 후임 총리를 선택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시 주석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시 주석의 역할을 줄이고 리 총리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시 주석은 경제 문제와는 거리를 두고 있으며, 자신의 권력 기반이 되는 공안 분야를 재조직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리 총리마저 경제를 살리는 데 실패하면 중국은 물론 시 주석의 운명도 더 불확실해질 수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이 중국 내에서 강한 분노와 많은 어려움을 유발하면서 시 주석이 3연임을 달성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강화되고 있다.

시진핑 대신 주목받는 리커창, 문제는 경제회복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이 같은 보도들에 대해 ‘진위가 확인되지 않을뿐더러 현실성도 크지 않다’고 일축하고 있다. 또 시 주석의 1인 권력 체제가 여전히 공고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처럼 리 총리에 대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는 것은 중국 내에서 시 주석의 권위주의 행보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반대로 시장경제를 중시하며 유연한 리더십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리 총리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리 총리는 23일 경제 충격이 커지자 재정·통화와 금융 정책, 공급망 안정 등 6개 분야에 걸쳐 30조원에 가까운 추가 감세안 등 33개 종합 대책을 내놨다고 인민일보가 다음날 밝혔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내놓은 종합대책은 경기안정대책을 일부 보완한 수준으로 평가돼 급랭하는 경기 흐름을 바꿔놓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지도부는 당 대회를 원만하게 치르길 원하나, 코로나19 확산과 우크라이나 전쟁, 경제 활력 상실 등의 난제가 불거지면서 차기 권력 지형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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