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전 장기화 이어 중동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
우크라이나전 장기화 이어 중동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
  • 김연식 기자
  • 승인 2022.07.03 08:4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서히 단일대오 흐트러지는 서방사회
우크라이나 병사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키예프) 북서쪽 외곽 길가에 널브러진 러시아군 탱크 잔해 곁을 걸어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병사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키예프) 북서쪽 외곽 길가에 널브러진 러시아군 탱크 잔해 곁을 걸어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내외방송=김연식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5개월이 넘어섰지만, 휴전이나 종전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자 전쟁 장기화를 전망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월 24일(현지시간) 전쟁 발발 후 러시아군은 동부 돈바스 지역, 남부 해안지역까지 밀고 들어갔다. 이에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 밀리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자 즉각적 휴전 및 평화협상 개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시리아에서 미군과 러시아 용병기업인 바그너그룹 소속병사들간의 군사적 충돌이 빈번해 전쟁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WP, 한반도처럼 초장기 대치상태 가능성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마치 한반도 상황처럼 ‘종전’ 없이 초장기 대치상태를 이어갈 수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WP는 남·북한이 한국전쟁 이후 1953년 휴전협정을 맺은 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는 전쟁이 마무리되지 않았으며, 중무장 군인이 배치된 남북한 경계선(휴전선)에서 때때로 갈등 수위가 치솟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현재 러시아 점령지역과 나머지 우크라이나군 통제지역간의 대치가 길어지면 두 지역 사이에 한반도의 남북대치와 같은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WP는 우크라이나가 최근 격전이 벌어지는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군을 물리치기가 쉽지 않다고도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서방의 군수물자 지원을 받고 있고 사기도 드높지만, 군의 규모나 전력 면에서 현실적으로 러시아군에 밀리지 않는 ‘교착상태’로 버텨내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넘어 이웃의 나토 회원국까지 넘보는 파국을 막기 위해 글로벌 경기침체나 식량위기 등 부작용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WP는 전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진=뉴시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진=뉴시스)

영국 존슨 총리, 우크라 지원 대책 공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8일 더타임스에 보낸 기고문에서 “영국은 120일마다 우크라이나 군인 1만명씩을 훈련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며 “이 전쟁을 끝내는 조건은 우크라이나가 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즉, 우크라이나 의사에 반하는 영토 할양 등을 전제로 한 평화협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날 그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가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영국은 끝까지 우크라이나와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존슨 총리는 “러시아의 과장된 선전과 가짜뉴스 유포에 속지 말라”고 일갈했다. 전세가 우크라이나에 다소 불리한 것은 맞으나 ‘러시아의 승리’를 단정할 만한 상황은 결코 아니란 것이다. 러시아 측은 돈바스를 거의 점령한 것처럼 강조하고 있지만 존슨 총리는 “러시아군의 진격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더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전쟁은 장기화가 불가피해졌고, 그동안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온 서방도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전 조건은 우크라이나가 결정해야

그는 영국군이 지난 7년간 우크라이나 군인 약 2만 2000명을 훈련시킨 경험을 소개한 뒤 영국과 동맹국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네 가지 중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첫째는 서방은 우크라이나군을 영국군 못지않은 강군으로 키워 침략자(러시아)보다 더 신속하게 무기, 장비, 탄약,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두 번째로 전쟁으로 경제가 거의 파탄이 난 우크라이나의 생존 및 전후 재건을 우크라이나의 EU 회원국 가입 지지 등과 같은 방식으로 서방이 도와야 한다고 했다.

세 번째로 러시아 해군의 우크라이나 항구 봉쇄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이 중단된 국면을 시급히 타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크라이나 항구에 대한 봉쇄를 풀고 해상 수송로를 통한 식량 수출이 반드시 가능해져야 함을 역설했다. 그는 이번 전쟁을 끝내는 조건은 젤렌스키 대통령, 즉 주권국가인 우크라이나 정부만이 제시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이와 함께 “젤렌스키를 지지하는 우방국들이 분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가 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나토 수장, 우크라전 수년간 이어질 수도 있다

19일 AFP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존슨 총리의 발언 직후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이 ‘수년간’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날 독일 매체 빌트암존탁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 수년간 지속될 것에 대비해야 한다”며 군사적 지원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한편으로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식량가격 상승 등 부작용도 언급하면서 “많은 비용을 치르더라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만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의 ‘목적’을 달성한다면 우리는 훨씬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최신예 무기체계 지원이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군을 격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록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이긴 했으나 대러시아 전쟁의 선봉격인 나토 수장의 장기전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앞선 16일 나토 국방부 장관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동유럽 지역의 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군의 우세 속 상처뿐인 승리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러시아군의 우세가 분명해지면서 이 전쟁이 승패가 판가름 나는 ‘변곡점’으로 치닫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14일 발표된 우크라이나군의 일일 전황 보고는 불리한 전황을 우려하는 경고로 가득 찼다고 전했고, CNN은 개전 후 110여일을 넘긴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적인 승패를 점칠 수 있는 ‘결정적 국면’에 도달했다고 전했으며, AP통신은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을 장악한 뒤엔 남부의 주요 항구도시 오데사와 제2의 도시 하르키우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두 나라가 가장 격렬하게 맞붙고 있는 곳은 루한스크주의 도시 세베로도네츠크로, 러시아군은 이 도시의 80% 정도를 장악한 채 우크라이나군을 밀어붙이고 있다. 러시아군이 슬라뱐스크에 대한 공세 전개를 준비하고 있고, 리만, 얌필, 시베르스크에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모두 세베로도네츠크의 서쪽 도시들로 이 지역을 잃으면 루한스크주 전체를 러시아에게 내주게 된다. 현재 러시아는 루한스크의 95%, 도네츠크의 50% 등 돈바스 전역의 80~90%를 점령하고 있다.

러시아는 최소한 돈바스 지역이라도 확실하게 장악해야 확전 또는 휴전을 놓고 검토할 수 있는 상황이고, 반면 우크라이나는 돈바스를 사수해야 하며 이미 러시아군이 장악한 지역도 반격을 계속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가 손실을 얼마나 더 감당할 수 있느냐다. 러시아군도 침공 장기화와 소모전으로 대대적인 손실을 입고 있다. 러시아군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사기 저하다. 문제는 이렇게 끊임없이 지속되는 전투를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지에 대해 유럽사회가 의견이 분분해지면서 분열되고 있다는 점이다.

18일 오후(현지시간) 주말을 맞은 키이우 시민들이 우크라이나 키이우 중심인 성 미하일 황금 돔 수도원 앞에서 열린 러시아 침공군의 파괴된 무기 전시회를 찾아 관람하고 있다. 키이우는 하루에 몇 차례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지만 2주째 러시아군의 직접적인 공습은 없었다. (사진=연합뉴스)
18일 오후(현지시간) 주말을 맞은 키이우 시민들이 우크라이나 키이우 중심인 성 미하일 황금 돔 수도원 앞에서 열린 러시아 침공군의 파괴된 무기 전시회를 찾아 관람하고 있다. 키이우는 하루에 몇 차례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지만 2주째 러시아군의 직접적인 공습은 없었다. (사진=연합뉴스)

전쟁 종결 놓고 갈라진 유럽, 비둘기파와 매파로 분열

영국의 더타임스는 15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른 시일 내에 전쟁 종결을 주장하는 ‘비둘기파’와 푸틴의 패배선언 때까지 전쟁을 지속해야 한다는 ‘매파’가 유럽연합을 분열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유럽인들은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두고 ‘매’와 ‘비둘기’로 갈렸다.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양보하더라도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비둘기파가 우크라이나를 끝까지 지원하자는 매파보다 더 우세했다.

비둘기파의 대표적 인물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15일 루마니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관리들은 어느 시점이 되면 러시아와 협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전에도 우크라이나를 일방적으로 편드는 다른 서방국 지도자들과는 다른 발언을 해왔다. 매파의 대표적 인물인 폴란드의 두다 대통령은 푸틴의 체면론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고, 에스토니아도 프랑스와 독일 정상이 생각 없이 러시아가 또 다른 폭력을 저지를 길을 터준다고 비판했다. 여론조사에서도 이런 현상은 확연히 드러난다.

비둘기파(평화 회복) 35% vs 매파(정의 확립) 23%

유럽국제관계협의회(ECFR)가 전쟁 100일을 맞아 이달 초 유럽 10개국 시민 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15일 발표했는데,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양보하더라도 빨리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비둘기파(평화 회복 우선)는 35%였고, “러시아의 침략을 처벌하고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매파(정의 확립 우선)는 22%였다. 응답자의 20%는 확고한 양측 의견을 오가는 부동층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에 대한 강경정책을 지지하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는 것도 두려워하는 이들이다. 나머지 23%는 의견을 정하지 못했다.

폴란드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비둘기파가 매파보다 우세했다. 비둘기파의 비율이 높은 나라는 이탈리아(52%), 독일(49%), 루마니아(42%), 프랑스(41%) 등으로 이들 국가는 매파 비율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반면 매파가 우세한 나라는 폴란드(41%)였고, 영국, 핀란드 등은 양측 찬성자가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 이번 조사에 의하면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는 전쟁이 생활비와 에너지 가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반면, 스웨덴, 영국, 폴란드, 루마니아는 핵전쟁의 위협에 대해 더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둘기파와 매파는 우크라이나의 NATO와 EU 가입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였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비둘기파의 40%는 반대했고 찬성은 37%에 그쳤다. 반면 매파는 71%, 부동층은 75%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찬성했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42%가 자국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의견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인접한 폴란드(58%)와 루마니아(56%)에서 두드러졌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문제로 에너지 가격 상승이 1순위(61%)로 꼽혔으며, 남유럽 쪽에서 이에 대한 우려가 특히 높았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 (사진=AP 뉴시스)
러시아 푸틴 대통령 (사진=AP 뉴시스)

원칙론 강조하는 미국의 속내 진짜일까?

우크라이나 침공 100일째를 맞았던 지난 3일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함께 할 것을 약속하면서 푸틴 대통령을 향해 전쟁 종식을 촉구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국무부 홈페이지 게재 성명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자국군에 우크라이나 추가 침공을 명령한 지 100일이 지나는 동안 세계는 자국을 위해 싸우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용기와 결의를 목격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63억 달러(약 7조 8500억원) 이상의 안보·경제·인도적 지원을 해왔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말해 왔듯 우리의 목표는 간단하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추가적인 공격에 맞서 자신을 방어하고 (적을) 억지할 수단을 갖춰 민주주의적이고 독립적이며 자주적이자 번영하기를 원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계속되는 전쟁과 늘어가는 억압이 가져올 것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향유할 자격이 있는 러시아 시민을 매우 존중한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미국은 당신들과 함께한다”라며 “우리는 당신이 자주성과 영토의 온전성을 수호하도록 도울 것이며, 이 전쟁이 끝날 때 재건을 도울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것”이라는 말로 성명을 끝맺었다.

전쟁 장기화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시기

그런데 이러한 미국의 태도에 약간의 변화가 감지된다. 블링컨 장관은 14일 미 PBS 방송과 인터뷰에서 “아무리 부당하더라도 현재 전세를 볼 때 우크라이나가 동부 영토 일부를 러시아에 내주는 게 불가피해 보인다”는 진행자의 말에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우크라이나 국민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궁극적으로 그런 결정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포함해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할 것”이라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내리는 결정을 미국은 지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발언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서방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 후 나왔다는 점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내 원칙은 우크라이나를 제외한 채 문제를 논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정부에 영토를 양보하라는 것은 내 원칙에 위배되며 이런 압력은 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 CNN방송은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에서 우세를 보이면서 서방의 경제와 무기 비축량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서방도 지금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분기점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미국·러시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

물론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포기한 것은 결코 아니다. 서방 국가들의 지원이 없다면 우크라이나는 패배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소모적인 전쟁을 언제 종료할 수 있을지가 미국의 고민이다.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것도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중무장은 공급하지 않고 있다. 서방 지도자들은 이번 전쟁이 재앙적인 세계 대전으로 확산되는 것을 피하고자 한다. 바이든 정부는 우크라이나가 이 무기로 러시아를 공격할 경우 러시아의 반격으로 상황이 걷잡을 수 없게 될까 봐 우려해 제공을 거부했다.

물론 그렇더라도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내세워 러시아와 벌이는 대리전에서 물러설 생각은 결코 없다. 미군을 직접 파견하지 않은 것을 두고 논란이 많았는데 우크라이나에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을 내주고 마무리된다면 모양새가 좋지 않게 된다.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우크라이나에서의 미군 전략을 지켜본 중국이 대만과의 갈등국면에서 이를 역이용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다른 딜레마는 서방의 경제 위기다. 서방의 러시아 제재는 양날의 칼이다.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주지만, 동시에 유럽연합(과 미국)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러시아의 푸틴 역시 딜레마에 빠져 있다. 푸틴은 이번 전쟁에서 초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점, 최소 3만명 이상 전사자 속출, 핵심 무기 고갈 등으로 인해 이미 실패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5월 초순까지 러시아 전체 탱크 전력의 40%가 파괴됐다. 서방사회가 러시아의 점령지역에 대해 귀속권을 인정해주더라도 러시아는 상처뿐인 승리라는 점이다. 휴전 및 종전 이후 가해진 제재를 어떻게 해제할지, 전쟁 후유증과 제재 효과 본격화로 인해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승리자로서 휴전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크라니아 남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 탱크가 아파트를 공격하는 모습이라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사진=KBS News 캡처)
우크라니아 남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 탱크가 아파트를 공격하는 모습이라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사진=KBS News 캡처)

시리아에서 미·러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

우크라이나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시리아에서 미군과 러시아군이 직접 충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CNN은 16일 “러시아가 이번 주 초 시리아 동남부 일대에서 미국에 협조 중인 지역세력을 공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면서 “미군이 그 지역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 15일 러시아군이 시리아 남동부의 알-탄프 수비대를 공습했다”며 “러시아군이 시리아에서 미군의 활동을 적극 제지하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고 17일 보도했다.

더타임스는 16일 “미군 특수부대가 IS의 고위 지도자를 체포하기 위해 치누크와 블랙호크 헬리콥터를 이용해 급습하여 체포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쿠르디의 체포작전은 시리아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에서 미군이 전격적인 체포작전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라고 전했다. 그런데 WSJ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바로 이 작전을 방해하기 위해 러시아는 2대의 SU-34 전투기를 보냈지만, 미군이 F-16전투기를 출격시키자 러시아 전투기들이 곧 바로 철수하는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분쟁지역마다 러시아 용병기업이 문제 일으켜

그동안 러시아군은 시리아에서 우발적 충돌이 몇 차례 있었다. 미군은 성명을 통해 “최근 들어 러시아의 행동이 도발적이어서 위험은 더 고조되고 있다”며 “2020년 8월 러시아군 호송대와 충돌한 다수의 미군이 부상을 입었으며, 2018년 2월에는 러시아 용병기업인 바그너그룹 소속병사들과 미군이 충돌해 교전을 벌인 바 있다”고 WSJ은 밝혔다. 특히 바그너그룹 문제는 심각하다. 바그너그룹은 분쟁지역에 파견돼 러시아군 배후에서 또는 독자적으로 활동하지만 민간인 학살이나 인권 유린을 자행해도 러시아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

바그너그룹은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병합 할 때도 혁혁한 전과를 세웠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역시 마리우폴이나 부차지역의 전쟁범죄에 적극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시리아에서도 러시아를 대신해 시리아 정부를 돕고 있으며 이들이 미군과 종종 충돌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충돌이 미국과 러시아간의 직접적인 전투로 비화될 수 있다는 것이 미군의 우려다. 특히 미군 주변을 러시아군이 공습한다면 미군이 정면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18일 오후(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남부 40여Km에 있는 광활한 평야에서 파종된 밀이 자라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비옥한 토지를 이용해 밀과 옥수수를 생산하는 세계 5대 곡창이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흑해 연안 수출항의 이용이 불가능해지면서 우크라이나에서 지난해 재배된 밀과 옥수수의 재고분과 올해 생산분은 육로를 통해 수출해야 할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18일 오후(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남부 40여Km에 있는 광활한 평야에서 파종된 밀이 자라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비옥한 토지를 이용해 밀과 옥수수를 생산하는 세계 5대 곡창이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흑해 연안 수출항의 이용이 불가능해지면서 우크라이나에서 지난해 재배된 밀과 옥수수의 재고분과 올해 생산분은 육로를 통해 수출해야 할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곡물 시리아로 빼돌리다 발각

여기에 러시아군이 중동지역에서 미군에 대한 직접 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16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업위성업체 맥사가 찍은 위성사진에 지난달 러시아 국기를 단 벌크선 2척이 곡물을 실은 채 크름반도(러시아명 크림반도) 주요 항구 도시인 세바스토폴에 정박한 모습이 포착됐다. 맥사는 며칠 뒤 같은 선박들이 러시아 동맹국인 시리아에 정박한 채 화물칸 문을 열어놓은 모습도 촬영했다. 항구에 늘어선 트럭이 곡물을 배에서 옮겨 싣고 수송하는 장면도 위성 카메라에 잡혔다.

17일 ABC 등에 따르면, 또 다른 러시아 선박의 모습이 6월에도 우크라이나에서 탈취한 곡물을 시리아로 빼돌렸다가 미국의 위성에 의해 발각된 적이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수확된 곡물을 부당하게 빼돌린다는 정황이 나온 것이다. 러시아가 침공한 지난 2월 이후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이 봉쇄되면서 전 세계 식량 안보에도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이러한 시리아를 미국은 응징하고 러시아는 바로 그 시리아를 보호하기 위해 미군에 대항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시리아에서도 미군과 러시아군의 충돌 위기는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오늘의 이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법인 : (주)내외뉴스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04690
  • 인터넷신문등록일자 : 2017년 09월 04일
  • 발행일자 : 2017년 09월 04일
  • 제호 : 내외방송
  • 내외뉴스 주간신문 등록 : 서울, 다 08044
  • 등록일 : 2008년 08월 12일
  • 발행·편집인 : 최수환
  • 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로 13 (뉴스센터)
  • 대표전화 : 02-762-5114
  • 팩스 : 02-747-5344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유진
  • 내외방송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내외방송.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wtn.co.kr
인신위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