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고흐의 바다 이야기 ①
[문화산책] 고흐의 바다 이야기 ①
  • 전기복 기자
  • 승인 2022.08.0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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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스게이트 기숙학교에서 본 대서양 풍경' 영국, 1876년, 반 고흐 미술관

(내외방송=전기복 기자) 고흐의 첫 바다는 영국해협일까. 그렇다면 그에게 바다는 새로운 세상 밖으로 나는 새처럼 불안하기보다는 설렘과 찬가의 현장이었다.

16세인 1869년 7월부터 약 4년여 구필 화랑 헤이그 지점에서 일한 그는 승진해 런던 지점으로 발령받는다. 이때 파리를 방문해 구필 화랑 본사와 유명 박물관을 여행하고 센트 삼촌 부부의 안내를 받아 파리 생라자르 역에서 루앙을 거쳐 대서양 연안의 디에프까지 기차로 이동했다. 여기서 증기선을 타고 생애 처음으로 영국해협을 건너 뉴헤이븐에 이르고, 다시 기차로 런던에 입성한 여정 속의 바다다.

이때가 썰물이 밀려오는 시기의 바다였다면 자연의 이치는 밀물의 때도 그르지 않다는 것. 런던 하숙집 여주인의 딸 유제니에게 사랑에 빠진 고흐는 그녀에게 열렬한 구애를 하고, 약혼자가 있던 유제니는 구애를 거절했다.

이후 고흐는 책을 읽거나 성경을 탐독하는 데 더 관심을 보였고, 자연스럽게 고객 응대에 소홀해지면서 화랑 일에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 회사에서는 잠시 고흐를 파리 본사로 가서 근무하도록 조치해 줬으나 소용이 없었고 결국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해고되기에 이른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던 고흐는 구인광고를 보고 여러 곳에 이력서를 보냈고, 영국의 대서양 해안마을인 람스게이트에 있는 윌리엄 포트 스토크스가 운영하는 사립 기숙학교의 보조교사를 하게 된다.

밀물의 시기 항구에 정박하고자 하는 배는 힘겹기만 하고, 뱃전의 고흐는 떠나 온 네덜란드 육지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선실로 내려가지 못하고 갑판 위를 서성였다. 구필 화랑에서 있었던 수 많은 일들, 헤쳐 나가야 할 앞날에 대한 상념으로 일렁일 바다 위지만, 그래도 영국에 도착하고 부모님께 쓴 편지에는 헤어진 날의 소회를 담담하게 적어놓았다.

"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 갑판에 있었습니다. 망망대해는 검푸르고, 파도는 높이 일렁이다 희게 부서졌지요. 하늘은 옅은 푸른색으로 구름 한 점 없이 맑았지요"

떠나온 바다나 뒤돌아 보이는 바다는 그리움이고 외로움인가 보다. 화가 이전의 고흐가 그린 이때의 그림 '람스게이트 기숙학교에서 본 대서양 풍경'이 그렇게 읽힌다.

종이에 연필, 펜, 잉크로 스케치한 풍경은 그가 프랑스어와 독일어를 가르치던 기숙학교 건물에서 본 모습으로, 현재의 람스게이트의 로열로드와 대서양 풍경이 똑같다고 하니 사실적으로 묘사됐음을 알 수 있게 하나, 가로등도 좌측의 건물 외관의 윤곽선도 가늘고 멀리 바다 위 배들은 작다.

이후 서점 점원으로 목사 지망생에서 평신도 전도사를 전전한 그의 행보를 표현한 듯하다. 왠지 왜소하고 초라한 느낌이 든다. 

이제 그도 화가라는 운명의 항구에서 닻을 내리고, 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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