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을 가다①] 짚과 풀을 가지고 선조들은 어떤 공예품을 만들었을까...초경공예 전시 현장 속으로
[박물관을 가다①] 짚과 풀을 가지고 선조들은 어떤 공예품을 만들었을까...초경공예 전시 현장 속으로
  • 박세정 기자
  • 승인 2022.08.27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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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8일까지 서울공예박물관에서 개최
서울공예박물관, '이 땅의 풀로 엮는 초경공예' 전시장 입구 (사진=박세정 기자)
서울공예박물관, '이 땅의 풀로 엮는 초경공예' 전시관 입구. (사진=박세정 기자)

[편집자주] 정적인 시선이 머무는 전시회. 유명 작가의 전시회부터 신인작가의 개인전, 다수의 작가들이 모여 출품작을 내건 전시회 등 수많은 전시회를 찾아봤다. '내외방송'은 이쯤돼 '박물관을 가다'라는 기획을 설정하고 박세정 기자와 정지원 기자를 박물관에 보내 우리 내 선조들의 공예품과,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한창 진행 중인 전시회 '형상, 표정 짓다(Features: portray)'에서 인물의 표정과 몸짓에서 드러나는 감정을 느끼고 독자들에게 전해주려고 두 차례에 걸쳐 특별기획을 해봤다.

(내외방송=박세정 기자)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공예박물관(이하 박물관). 이곳에서는 지난 3월 1일부터 '이 땅의 풀로 엮는 초경공예'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우리 선조들은 이 땅에서 나오는 주변의 풀과 짚, 덩굴, 나무껍질 등을 이용해 의·식·주에 필요한 공예품을 제작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초경공예 제작자들이 원재료를 다듬고 꼬고 엮고 짜는 등 무늬를 내며 때로는 두 가지 이상의 풀을 섞거나 염색한 아름다움이 더해진 공예품을 볼 수 있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이 땅의 풀로 엮는 초경공예' 전시관 실내 (사진=박세정 기자)
'이 땅의 풀로 엮는 초경공예' 전시관 실내. (사진=박세정 기자)

'내외방송'은 이날 우리 선조들이 자연 재료를 활용해서 만든 공예품을 비롯한 초경공예 작품들을 보기 위해 현장을 직접 찾았다.

전시실은 ▲衣(옷 의), 비옷에서 방한복으로 ▲食(식), 섬에서 가마니로 ▲住(주), 자리에서 의자로 ▲체험 공간으로 크게 나뉜다.

공예품에 쓰이는 식물 재료들 전시 모습 (사진=박세정 기자)
공예품에 쓰이는 식물 재료들 전시 모습. (사진=박세정 기자)

먼저 입구를 들어서면 '공예품을 만드는 이 땅의 식물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전시에는 짚뿐만 아니라 이 땅에 자생하는 모든 공예 재료로서의 草本(풀), 草藁(풀과 짚), 草木(풀과 나무)의 쓰임을 소개했다.

초경공예란 짚과 풀 그리고 나무의 줄기 등을 이용한 공예를 지칭한다.

짚은 이삭을 떨어내고 남은 줄기와 잎을 뜻하는데 농촌 사회에서 수확의 부산물을 넘어 초경공예의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여겨졌으며 볏짚, 보릿짚, 밀짚 등으로 이용했다.

그령, 갈대, 대 (사진=박세정 기자)
그령, 갈대, 대. (사진=박세정 기자)

풀은 줄기가 연하고 물기가 많아 목질을 이루지 않은 식물이며 볏짚을 구하기 어려웠던 도서 산간 지역에서는 질긴 풀을 채취해 갈대, 부들, 억새 등을 이용해 생필품을 만들었다.

나무는 버들, 댕댕이덩굴, 싸리, 소나무, 칡 등이 대표적이며 줄기나 껍질을 가공해 공예품을 만들었다. 

초경이란 용어는 15세기 중후반 김시습(1435~1493)의 詩(시)에서 최초로 등장하며 '현종실록'에 초경은 백성들의 구황식물이란 의미로 기록됐다.

또한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초경이라는 포괄적 용어 대신 국가에 공물로 바치는 다양한 식물의 줄기와 그것으로 만든 기물이 등장하며 초경이라는 용어가 공예품 제작의 포괄적 재료로 사용된 것은 광복 이후로 전해진다.

보리, 벼, 댕댕이덩굴 (사진=박세정 기자)
보리, 벼, 댕댕이덩굴. (사진=박세정 기자)

박물관 관계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은 예로부터 농경이 발달해 초본류를 얻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다"며 "신석기시대 이래로 우리 선조들은 초경식물을 이용해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들어 사용했다"고 전했다.

보석함, 반짇고리 등이 전시된 모습 (사진=박세정 기자)
보석함, 반짇고리 등이 전시된 모습. (사진=박세정 기자)

전시공간 중 제일 먼저 衣 전시 코너로 향하자 도롱이, 정동말총벌립, 짚신, 동고리, 보석함 등을 볼 수 있었다.

이중 도롱이는 갈대, 띠, 볓짚, 부들, 억새, 왕골, 칡 등을 엮어 만든 비옷이다. 

겉을 층층이 엮어 아래로 드리우는데 이는 빗물이 타고 흘러내리도록 고안한 것이다.

맨 좌측에 도롱이가 전시된 모습 (사진=박세정 기자)
맨 좌측에 도롱이가 전시된 모습. (사진=박세정 기자)

조선 왕실에서는 왕실에 필요한 도롱이를 만들도록 했는데 임금이 몸소 착용했으며 중국 사신에게 선물하거나 관리들에게 하사품으로 전달했다.

농가에서는 도롱이를 비 오는 날의 노동복으로 사용했으며 농촌 필수품으로 요긴하게 쓰였으나 1960년대 이후 비닐이 등장하면서 점차 자취를 감췄다.

곤대구덕, 채독 등이 전시된 모습 (사진=박세정 기자)
곤대구덕, 채독 등이 전시된 모습. (사진=박세정 기자)

그 다음은 食과 관련된 전시공간으로 향하니 채독, 찻상, 곤대구덕(가는 대바구니), 섬 등이 눈에 띄었다.

가을철 수확해 햇볕에 말린 나락은 섬이나 항아리, 멱서리 등의 갈무리 도구에 담아 보관했다.

그중에 섬은 섬틀을 이용해 짚으로 거적처럼 짠 뒤 양 끝을 안으로 욱여넣고 상자처럼 꿰맨 자루이다.

표면이 거칠어서 굵은 벼와 보리, 콩 등을 담아 두기 적합했고 곡물이 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짚을 두툽하게 짰다.

우리의 전통 섬은 일본에서 가마니가 들어온 후 자취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죽부인, 빗자루 등이 전시된 모습 (사진=박세정 기자)
죽부인, 빗자루 등이 전시된 모습. (사진=박세정 기자)

그 옆에 위치한 住와 관련된 전시 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협탁, 이층롱, 빗자루, 용문석 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중 자리가 눈에 띄었는데 자리는 실내외 바닥에 사용한 깔개로 사람들의 형편에 따라 짚, 갈대, 부들, 왕골 등으로 만들어 깔았다.

용문석 (사진=박세정 기자)
왕골로 만든 전남 보성의 용문석. (사진=박세정 기자)

전시관 한편에는 왕골로 만든 전남 보성의 용문석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지역의 명물이자 왕실 진상품으로 예부터 이름이 나있다.

그 옆으로는 19세기 말 개항 이래 점차 입식 생활이 보편화하면서 장인들은 자리 문화를 계승하면서도 현대에도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풀과 짚 등으로 만든 의자도 볼 수 있었다.

장인의 제작 노트 (사진=박세정 기자)
장인의 제작 노트. (사진=박세정 기자)

전시관 한편의 위치한 장인의 제작 노트를 보니 자리를 만들기 위해 치수를 계산하고 날대 개수와 방향 등 엮는 방법을 기록한 것을 통해 고심한 흔적들과 함께 장인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체험공간 (사진=박세정 기자)
관람객들이 앉아볼 수 있게 마련된 체험공간. (사진=박세정 기자)

마지막으로 체험공간을 보니 평상 같은 공간 위에 사초로 만든 자리를 깔아 관람객들이 앉아볼 수 있게 마련했다.

직접 앉아보니 제법 두툼한 두께가 느껴져 이를 자세히 살펴보니 견고한 짜임새 속에서 장인의 손길과 정성을 엿볼 수 있었다.

사초로 만든 자리 (사진=박세저 기자)
사초로 만든 자리. (사진=박세저 기자)

박물관 관계자는 "급속한 산업화와 현대화의 물결에 떠밀려 우리의 초경공예가 단절될 위기에 처했다"며 "일회용 물건과 산업폐기물이 넘쳐나는 시대 속에서 장인들은 친환경적인 공예품을 만들며 오늘날까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차가운 느낌의 금속과 플라스틱과 달리 따뜻하면서도 자연 친화적인 공예품을 보고 싶다면 서울공예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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