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부여된 사주팔자...작업의 끝과 그림의 탄생
다양한 관계 속 만들어지는 마음의 점과 선...'나와 당신의 연결고리'
(내외방송=정지원 기자) 그림에게도 '사주팔자'가 있다.
'133006092021'이라는 이름의 작품은 2021년 6월 9일 13시 30분에 완성된 그림이다.
그림이 완성되는 순간 붓은 몸짓을 멈추지만, 이제 막 태어난 그림은 앞으로 많은 사람에게 특별한 영감과 경험을 줄 본연의 역할을 시작한다.
지난 14일 '내외방송'은 서울 종로구 푸시 투 엔터 갤러리에서 한창 열리고 있는 전시회 '999908262022'를 찾아 시작과 끝, 사람과 관계라는 연결고리를 느껴봤다.
'2022년 8월 26일 99시 99분'
존재하지 않는 이 시간에서는 나와 당신의 관계도, 나와 자연의 관계도 모두 소멸되는 것일까?
이날 모든 작품 작업은 끝났지만, 관람객을 만날 시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수많은 점과 선,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낸 면으로 가득 채워진 작품.
김정희 아트디렉터는 "작가님의 최신 작품일 수록 가장자리에서 중앙으로 그림이 채워진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또 추억거리를 쌓다 보면 서로 유대감이 형성되기 마련이다.
100m 이상 떨어져 있던 마음도 추억이라는 점을 찍고 또 찍다 보면 하나의 선이 되는데, 이것이 마음의 거리를 좁혀주는 실이 될 것이다.
비로소 면대면으로 맞댈 수 있는 하나의 관계가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조 작가도 다양한 관계를 만들면서 점점 중앙으로 중앙으로 그림을 더해갔을 것이다.
김 디렉터는 왼쪽 작품을 "작가님이 가장 심적으로 힘들어했을 때 그린 그림"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시간이 지나 마음을 다잡은 작가님이 말풍선을 추가해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은색 구름과 소용돌이처럼 보이는 그림과 주변을 둘러싼 붉은 표시는 당시 조 작가의 힘든 마음을 표현한 것일까?
시간이 흘러 검은 구름 위에 덧칠한 하얀 말풍선은 '이제는 괜찮다'라는 조 작가의 메시지를 담은 것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우리의 마음은 어떤 점과 선으로 연결될까?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은 오히려 다른 곳으로 연결될 또 다른 시작일지도 모른다.
오는 25일까지 이곳에서 '내 연결고리'는 어떤 것일지 느껴보기 바란다.
한편, 조현민 작가는 국민대학교에서 의상디자인을 전공한 후 2018년 영국으로 건너가 다양한 질감의 재료를 사용해 회화 작업을 했다.
현재는 추상적이거나 묘사하기 어려운 영역들을 회화와 연결하려는 실험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