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를 가다]"현대 조각의 동시대성을 견인하다"...정서영 개인전 '오늘 본 것'
[전시회를 가다]"현대 조각의 동시대성을 견인하다"...정서영 개인전 '오늘 본 것'
  • 박세정 기자
  • 승인 2022.09.1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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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3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1층 전시실에서 개최
정서영 개인전 '오늘 본 것' 전시회 내부. 2022.9.15. (사진=박세정 기자)
정서영 개인전 '오늘 본 것' 전시회 내부. 2022.9.15. (사진=박세정 기자)

(내외방송=박세정 기자)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지난 1일부터 정서영 작가의 개인전 '오늘 본 것'이 개최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정 작가가 지난 1993년부터 제작 및 발표한 주요 작품들과 함께 신작 9점을 더해 총 33점을 선보이고 있다. 

큐레이터는 "작가가 매일 본 것 중 색상, 질감, 동세, 부분 등에서 무엇이라고 규정할 수 없는 인상적인 상태를 적어 두는 지난 몇 년의 습관을 전시 제목으로 삼은 것이다"고 밝혔다.

또한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단상 노트 제목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본 것들이 세계를 인식하는 물리적 경로이며 세상과 관계 맺는 장이라는 작가의 조형 인식을 나타낸다"고 전했다.

'내외방송'은 지난 15일 간단하고 일상적인 요소 속에서 다양한 시각을 발견할 수 있는 전시회장을 찾았다.

정서영, '전망대'. 2022.9.15. (사진=박세정 기자)
정서영, '전망대'. 2022.9.15. (사진=박세정 기자)

나무와 유리로 제작된 '전망대'라는 작품은 마치 영화 속에서 보던 나무 위에 설치된 아지트 느낌을 가졌다.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고 싶을 때 찾게 되는 공간처럼 보인다.

하단에는 나무가 상단은 유리가 위치해 나무가 주는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과 함께 유리가 주는 개방감이 동시에 전해진다. 

큐레이터는 전시회를 소개회 달라는 현장을 찾은 취재진의 질문에 "사물을 새롭게 인식하는 경로들을 끊임없이 설정하며 조각으로 형상화한 작가의 작업 세계를 작품이다"며 "이 작품은 작가가 엽서에서 손톱만 한 크기의 전망대 이미지를 보고 이 작은 사물의 이미지를 어떻게 실제 경험으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정서영,'파도'. 2022.9.15. (사진=박세정 기자)
정서영,'파도'. 2022.9.15. (사진=박세정 기자)

금방이라도 만들어진 조각처럼 디테일한 질감 표현은 생동성을 가져온다.

파도라는 거대한 존재를 작은 조각으로 탄생시켰음에도 작품의 이름과 바로 매칭될 만큼 파도의 특징을 잘 살려낸 점이 인상적이다.

큐레이터는 "과거 유토로 만들어진 조각을 제스모나이트로 캐스팅한 버전으로 재제작된 작품이다"며 "멈추지 않고 움직이는 것, 형태조차 없는 것을 고정하는 것을 시도하는 작가에게 문제시되는 것은 조각이 '눈앞에 드러나는 순간과 움직임이 발생하는 상황 자체'이다"고 전했다.

정서영, '1년에 한 번은 치워야 할 것'. 2022.9.15. (사진=박세정 기자)
정서영, '1년에 한 번은 치워야 할 것'. 2022.9.15. (사진=박세정 기자)

새로운 생명력이 태어나기 어려워 보이는 시멘트와 돌 속에서 식물이 피어났다.

두 식물은 곧게 서있는 모습이 강인한 생명력과 굳건함을 보이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나머지 세 식물은 바닥에 축 늘어져있는 동시에 절망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물체가 만나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궁금증을 자아내는 작품이다.

정서영, '조각적인 신부'. 2022.9.15. (사진=박세정 기자)
정서영, '조각적 신부'. 2022.9.15. (사진=박세정 기자)

작품을 보는 순간 이 작품의 이름은 무엇일까 하는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천막이 달린 간이 텐트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바닥에 위치한 도자기에 시선을 빼앗기게 된다.

세 개에 도자기에 예측하지 못한 등장은 어떤 의미를 가진 것일까 의문을 갖게 되는 동시에 강인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얇은 나무 막대기가 홀로 서있었다면 위태롭고 처량할 수도 있겠지만 그 위에 얹어진 천과 다리를 감싸고 있는 세 개의 도자기는 서로를 지탱하며 의지하는 것처럼 어우러져 있다.

큐레이터는 "이 작품은 두 얼굴을 가진 조각이며 부푼 스펀지 주름을 마주하여 풍성한 신부의 드레스 자락을 연상하며 뒤쪽으로 몇 발 자국 내디디면 숨겨진 나무 지지대와 석고 신발이 보인다"며 "물질 표면에는 생각이 머물고 떠오르는 관념은 연쇄적인 작용을 한다"고 말했다.

정서영, '카펫'. 2022.9.15. (사진=박세정 기자)
정서영, '카펫'. 2022.9.15. (사진=박세정 기자)

바닥에 빳빳하게 쫙 펼쳐질 것만 같은 카펫은 무슨 사연인지 한쪽이 돌돌 말려있는 채 멈춰있다.

그 위에는 고정을 하기 위한 것인지 장식을 위한 것인지 궁금한 첨탑이 세워져 있다.

카펫과 동일한 무늬를 한 탓에 본래부터 하나의 형상을 지닌 것 같은 이미지를 가져온다.

큐레이터는 "카펫은 작품명이자, 재료이자, 좌대이며, 조각이 된다"며 "이는 사물에 보다 깊이 개입하여 사물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담기 위한 작가의 시도이다"고 전했다.

한편 큐레이터는 "전시회에 작가의 작품이 그저 그렇게 보이는 간단하고 일상적인 요소들은 오히려 다층적인 의미 분화를 파생한다"며 "듬성듬성 발생하는 공백은 역설적으로 더 풍부한 함의의 여지를 갖게 한다"고 말했다.

현대 조각의 동시대성을 견인하는 정서영 작가의 작품들을 보고 싶다면 11월 13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으로 방문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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