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를 가다]먼 훗날엔 '아무것도 아니야'...삶의 현장에서 깨달은 것
[전시회를 가다]먼 훗날엔 '아무것도 아니야'...삶의 현장에서 깨달은 것
  • 정지원 기자
  • 승인 2022.09.25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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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희수갤러리에서 열려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받은 위로
현재 고민은 미래에 '아무것도 아니야'
이수영 작가의 '연극이 끝난 후(2022년)'.2022.09.22.(사진=정지원 기자)
이수영 작가의 '연극이 끝난 후'.2022.09.22.(사진=정지원 기자)

(내외방송=정지원 기자)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 큰 시련을 겪기 마련이다.

지인들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혼자 곰곰이 생각하면서 해결책을 찾아보기도 한다.

고민을 털어놓자 지인이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고, "에이~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말해주면서 위로를 해준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시간이 약인 경우도 있다.

그 당시에는 정말 힘들고 슬펐던 상황이었어도 몇년이 흐른 후에 다시 생각해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난 22일 '내외방송'은 서울 종로구 희수갤러리에서 한창 열리고 있는 전시회인 '아무것도 아니야'를 방문해 삶을 바라보는 방법을 찾아봤다.

길을 지나다가 가발가게를 본 적이 있는가?

가발가게의 마네킹들은 무서운 천둥이 쳐도, 사나운 개가 짖어도 한결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수영 작가는 어느 곳에도 휘둘리지 않는 마네킹 같은 마음을 닮고 싶어했다.

불빛이 꺼져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 이 작가에게 위로를 줬다고 한다.

이수영 작가의 '친구'.2022.09.22.(사진=정지원 기자)
이수영 작가의 '친구'.2022.09.22.(사진=정지원 기자)

양복을 입은 중년 남성 두 명이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술 한잔 하고 있는 모습이다.

희수갤러리 관계자는 이날 '내외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작가님이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옆 테이블의 노신사들이 달밤 아래 밥과 술을 먹으면서 정다운 이야기를 하는 모습에서 '친구가 주는 위로'를 느꼈다"고 설명해준다.

이 작가는 많은 시간을 살아온 노신사들이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에서 지금의 고민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수영 작가의 '곤란한 남자'.2022.09.22.(사진=정지원 기자)
이수영 작가의 '곤란한 남자'.2022.09.22.(사진=정지원 기자)

누가 봐도 곤란해보이는 이 남성.

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이 여성은 친구일까, 친누나일까?

이 여성을 정말로 좋아한다면 저런 표정을 짓고 있지 않을 터.

술을 도대체 몇병이나 마신 건지 신발도 제대로 못 신고 그대로 엎어져버렸다.

소주잔에 들어 있는 소주는 웅덩이가 돼버렸는데, 술에서 깨고 얼굴을 들 때의 그 찝찝함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다.

이른바 '흑역사'를 남긴 이 여성, 훗날 이 장면도 아무것도 아니길 바란다.

이수영 작가의 '우는 청년'.2022.09.22.(사진=정지원 기자)
이수영 작가의 '우는 청년'.2022.09.22.(사진=정지원 기자)

이 작가의 작품에서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갤러리 관계자는 "이 사람들은 작가님이 삶의 현장인 길거리에서 만난 분들이며 이들을 보면서 지금 겪고 있는 힘듦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해준다.

술에 많이 취한듯 길거리에 누워 옷소매가 젖도록 눈물을 흘리고 있다.

넥타이는 풀어지고, 떨어진 안경도 다리가 부러졌다.

취업이 안 된걸까? 

수많은 담배꽁초는 수없이 제출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같다.

오직 가을 낙엽만이 이 청년을 위로해준다.

(왼쪽부터)이수영 작가의 '잃어버린 장갑'과 '자유로운 나.2022.09.22.(사진=정지원 기자)
(왼쪽부터)이수영 작가의 '잃어버린 장갑'과 '자유로운 나.2022.09.22.(사진=정지원 기자)

아주 추운 겨울날 한쪽 장갑만 낀 소녀가 한쪽 눈을 찡그리고 있다.

건조하고 추운 날씨 탓에 주변엔 온통 정전기가 일어나고 있다.

관계자는 "이 두 작품은 작가님의 자화상"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어 "작가님이 이 작품을 그릴 당시 매우 힘든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원래 동그랗던 이 작가의 눈은 세상의 아픔을 겪어 완전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원래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장갑도 믿음을 잃어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물 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는 이 작가.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어떤 이유로 인해 살지 못하고 있을 때 방해하는 그 무엇도 없이 물 위를 유영하면서 자유로운 '나'를 위한 고뇌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수영 작가의 '엄마와 딸'.2022.09.22.(사진=정지원 기자)
이수영 작가의 '엄마와 딸'.2022.09.22.(사진=정지원 기자)

이 작가는 어릴 적 엄마와 함께 목욕탕 가는 것을 좋아했다.

서로 때를 밀어주기도 하고, 팩도 하면서 즐거움만 가득했던 목욕탕.

알록달록 꾸며진 목욕탕은 모녀간의 사랑을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삶은 행복한 순간과 힘든 순간이 공존한다.

힘든 순간을 겪고 있을 때는 암울하면서도 이 힘듦의 끝은 어디일지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견딜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행복은 다시 찾아오고 먼 훗날 힘든 시절을 되돌아봤을 때 '하하호호' 하면서 웃어 넘길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오는 10월 4일까지 이곳에서 '내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한편, 이수영 작가는 부산대학교에서 한국화를 전공했으며 2010년 'ON-AIR'를 시작으로 많은 개인전을 열었다.

'감각과 시선(2022년)', '10-100 행복한 그림(2021년)', '도쿄 하루여행 일러스트(2019)' 등 단체전에도 참여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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