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를 가다] "기하학적 추상을 구축하는데 평생을 바치다"...이승조 화백의 'LEE SEUNG JIO' 개최
[전시회를 가다] "기하학적 추상을 구축하는데 평생을 바치다"...이승조 화백의 'LEE SEUNG JIO' 개최
  • 박세정 기자
  • 승인 2022.09.2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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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30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개최

 

국제갤러리 외부 전경. 2022.9.27. (사진=박세정 기자)
국제갤러리 외부 전경. 2022.9.27. (사진=박세정 기자)

(내외방송=박세정 기자) 서울시 종로구 소재 국제갤러리에서 지난 1일부터 이승조의 개인전 'LEE SEUNG JIO'가 개최되고 있다.

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을 구축하는 데 평생을 바친 화백의 주요 작품 30여 점을 소개하고 그의 굳건한 시각언어를 새롭게 조망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내외방송'은 지난 27일 이 화백의 조형언어와 기하학적의 추상을 살펴보기 위해 전시회장을 찾았다.

이승조의 개인전 'LEE SEUNG JIO' 전시회 내부. 2022.9.27. (사진=박세정 기자)
이승조의 개인전 'LEE SEUNG JIO' 전시회 내부. 2022.9.27. (사진=박세정 기자)

이 화백은 1941년 평안북도 용천에서 태어났으며 해방 공간기에 가족과 함께 남하해 학창 시절 미술반을 거치며 1960년 홍익대학교 서양화과에 입학했다.

갤러리 관계자는 "1962년에는 권영우, 서승원 등과 함께 기존의 미술 제도와 기득권에 반해 '오리진'이라는 이름의 전위그룹을 결성하기도 했다"며 "그룹 이름이 시사하듯 근원적인 것으로의 환원을 모색하며 자신의 조형언어를 만들어 가던 이 화백은 1967년 최초의 '핵' 연작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승조, Nucleus. 2022.9.27. (사진=박세정 기자)
이승조, Nucleus. 2022.9.27. (사진=박세정 기자)

전시회장을 들어서자마자 이 화백의 대표적인 시그니처이자 모티프인 파이프 형성을 가진 '핵' 시리즈 작품이 보였다.

한 면에 캔버스에 그려진 일련의 선들은 마치 세 구역으로 나눠진 것처럼 입체적인 형상을 나타낸다.

중앙 부분은 검은 벽면을 비추는 빛줄기들이 표현된 것처럼 보이며 양측면은 입체적인 파이프가 벽면을 가득 채운 것처럼 보인다.

간결한 것 같지만 자세히 볼수록 그림에서 느껴지는 강렬함은 작품의 이름 '핵'과 자연스럽게 매칭된다.

갤러리 관계자는 "마스킹 테이프로 캔버스에 경계를 지정한 뒤 납작한 붓으로 유화를 입히는데 붓의 가운데 부분에는 밝은 물감을 묻히고 양쪽 끝에는 짙은 색 물감을 묻히며 붓질을 반복해 색 간의 경계가 사라짐과 동시에 그러데이션이 생겨나 3차원적 입체감이 형성된다"고 말했다.

이승조, Nucleus. 2022.9.27. (사진=박세정 기자)
이승조, Nucleus. 2022.9.27. (사진=박세정 기자)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다양한 색상을 이용한 파이프 형상을 가진 작품을 보자 보는 이로 하여금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세로로 전시됐지만 가로로 살펴보면 어떠할까 생각에 잠기게 된다.

까만 밤하늘과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바다 그리고 수많은 모래가 모여 형성된 모래사장이 떠오른다.

들어가 봐야 알 수 있는 바다의 깊이와 앞이 보이지 않는 까마득한 밤하늘은 고독한 형상을 지닌다.

갤러리 관계자는 "엄격한 질서 안에서 단순한 형태와 색조 변이로써 시각적 일루전을 만들어내는 파이프 형상은 곧 이승조의 주요한 언어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승조, Nucleus. 2022.9.27. (사진=박세정 기자)
이승조, Nucleus. 2022.9.27. (사진=박세정 기자)

멀리서 얼핏 보았을 때는 같은 작품을 나란히 배치했나 싶지만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면 서로 다른 색감과 방향을 지닌 작품이다.

좌측은 좀 더 짙은 색으로 우측 사선을 향해 뻗어가는 형상이며 우측은 상대적으로 연한 색상으로 좌측 사선을 향해 뻗어가는 모습을 나타낸다.

'심플한 것이 최고다'라는 말처럼 시대가 지나도 변치 않고 유행을 타지 않듯 언제나 세련된 모습을 지닐 듯하다.

집에 좋아하는 물건과 가구를 하나둘씩 두며 공간을 꾸미다 보면 어느 순간 그 공간은 복잡하고 번잡해 보인다.

물건을 간략히 덜어내고 필요한 물건만 두고 여백의 미를 살린다면 심리적으로 편안한 느낌을 갖게 된다.

이와 같이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느껴지는 일련성과 간결함은 요동치던 마음도 고요하고 안정되게 만들어준다.

이승조, Nucleus. 2022.9.27. (사진=박세정 기자)
이승조, Nucleus. 2022.9.27. (사진=박세정 기자)

전시회장에서 가장 기하학적인 특성이 강렬하게 표현된 작품을 꼽으라면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선택할 것이다.

마름모꼴 형상은 그 내부에서 변형을 일으키며 공간을 확장하는 듯하다.

갇혀있는 듯하면서도 벽면을 뚫고 나온 것 같기도 한 기하하적 형상은 입체감과 함께 어우러져 매혹적인 매력을 지닌다.

공상과학 작품을 보듯 현실 속에서는 볼 수 없는 형상은 무수한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갤러리 관계자는 "기술문명의 현대화를 화폭 안에 소화해 내며 이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인 이 화백은 그의 말년에 대작을 그리며 자신의 우주를 무한히 확장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 화백의 기하추상 화풍과 특유의 조형 질서를 보고 싶다면 국제갤러리에 다음 달 30일까지 방문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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