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외방송=박세정 기자) 서울시 용산구 소재 페이스갤러리에서 지난달 초부터 팀랩(teamLab)의 개인전 'Massless Suns'이 개최되고 있다.
갤러리 관계자는 "팀랩은 예술, 기술, 디자인 및 자연 세계의 교차점을 모색하고 그 화합을 탐구하는 다학제적 그룹이다"며 "신작과 함께 선보이는 팀랩의 스크린 기반 작품들은 연속성과 재생의 실연이라는 두 가지 주요 주제를 다룬다"고 말했다.
'내외방송'은 지난달 28일 팀랩의 스크린 기반 작품들과 인터랙티브(사용자가 데이터나 명령어를 입력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 설치 신작을 보기 위해 전시회장을 찾았다.

독자적인 공간에서 나홀로 설치 미술을 관람할 수 있다면 어떨까.
상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며 설레지 않는가. 설레였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독립된 전시공간에서 1인당 1~2분 한정된 시간 동안 다른 사람에 방해 없이 작품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
갤러리 앞에 줄을 서며 기다리다 차례가 되자 기대를 가득 안고 작품을 관람하러 들어갔다.
밤하늘을 수놓는 반딧불의 향연처럼 설치된 조명들은 불빛이 커졌다 작아졌다 움직이며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고귀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잔잔하게 깔리는 배경음악과 함께 어두운 공간에 서서 홀로 작품을 감상하니 복잡했던 머릿속이 환한 빛으로 가득 차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홀로 서서 작품을 관람하다 보면 특별한 공간 속에 초대를 받은 것처럼 황홀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작품의 집중을 하다 보니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버리며 한정된 시간은 더욱더 짧게 느껴진다.
전시공간 속에서 계속 머무르며 밖으로 나오고 싶지 않을 만큼 매혹적이었다.
짧은 관람 시간이 아쉽게 느껴진다면 줄을 다시 한번 서서 관람해 보는 것은 어떠할까.
갤러리 관계자는 "전구와 같은 조명기기가 포함되지 않고 빛 자체로 이뤄져 물리적으로 감각할 수 없는 이 구형의 작품들은 관람객이 만지려 했을 때 비로소 반응한다"며 "작품과 관람객 사이의 경계를 흐리면서 인간의 지각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고 전했다.

아쉬운 관람을 뒤로하고 나오자 이러한 마음을 위로하듯 화려한 자태를 한 아름다운 설치 작품이 반가운 환영인사를 건넨다.
스크린 속에서 일렁이는 꽃잎들은 가까이 다가가서 만지고 싶을 정도로 생동감을 안겨준다.
다채로운 꽃잎들이 만개한 탓에 마음속까지 화사해지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꽃다발을 건네받는 순간 설렘과 기쁨이 교차하듯이.
이 작품을 감상하니 갑작스럽게 꽃다발 선물을 받는 듯 흔연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갤러리 관계자는 "이 작품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생성한 날짜와 계절의 흐름에 따라 꽃들이 개화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며 삶과 죽음의 과정을 반복적으로 나타낸다"고 말했다.

'철썩철썩'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파도는 크게 일렁이며 춤을 춘다.
따스한 색감을 가진 배경 탓인지 뜨거운 햇볕에 달궈진 듯한 모래사장과 함께 해수 온도가 높은 따뜻한 바다의 모습이 그려진다.
눈을 감고 상상해 본다 따뜻한 바닷속에서 유영할 수 있다면 어떠할까.
파랗거나 하얀 물결만 움직이고 있었다면 다소 차갑고 외로운 느낌을 선사했을 것이다.
주변의 색감이 분위기를 좌우하듯 이는 파도와 함께 어우러지며 온화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갤러리 관계자는 "물 입자의 계산된 궤적을 기초로 파도의 높낮이를 그리며 바다의 움직임을 나타낸다" 전했다.

수많은 실타래가 뭉쳐 생명체로 환생한 것 같은 물체가 끊임없이 움직인다.
동적인 자세를 취하며 계속해서 움직임을 변화시키는 모습은 다음에는 어떤 움직임을 나타낼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맑고 하얀 배경은 검은 형상과 대조되며 관람객의 의식을 환기시킨다.
자석의 철 가루가 찰싹 붙는 것처럼 수많은 입자들은 하나의 개체로 모여 거대한 존재로 탈바꿈되는 듯하다.
갤러리 관계자는 "신작의 일부를 이루는 이 작품은 반추상의 몽환적 수성을 통해 에너지의 흐름과 전이를 탐색한다"고 말했다.

끝날 것 같은 관람은 갤러리 출구에 위치한 중정에서 또 다른 설치 작품을 맞이할 수 있다.
풀잎이 가득한 중정 속에서 조형물들이 옹기종기 자리를 잡고 있다.
규칙성이 없이 자유롭게 배열된 점은 조형물마다 저마다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거울처럼 바깥을 비추는 탓에 주변 날씨와 조명 등 환경에 따라 색다른 작품을 맞이할 수 있다.
낮에는 밝고 화사한 분위기였다면 저녁에 오면 어떠한 느낌을 선사할지 생각에 잠기게 된다.
아름다운 야경 속에 위치한 작품은 주변에 설치된 조명 등 불빛을 반사하며 그윽한 자태를 뽐낼 것만 같다.
작품 속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기도 하고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보자.
조형물 속에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모습과 함께 자신을 투영해 볼 수 있는 재미도 선사한다.
갤러리 관계자는 "61개의 타원 형태의 작품들은 새롭게 결정화된 61가지 색의 빛으로 변한다'며 "이 설치작품은 기후조건과 관람객의 반응에 따라 달라지므로 작품이 놓이게 될 중정의 환경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전했다.
인터랙티브 설치 작품을 통해 자신의 심리를 투영해 보며 다양한 해석을 해보고 싶다면 오는 29일까지 페이스갤러리로 방문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