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선) 정치인의 강성 지지층에 어른거리는 먹구름
(데스크 시선) 정치인의 강성 지지층에 어른거리는 먹구름
  • 설동성 기자
  • 승인 2023.03.0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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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성 정경팀장
설동성 정경팀장

(서울=내외방송) 정치인에게 지지층은 큰 도움이 됩니다. 자산(資産)입니다. 아무리 불리한 여건에서도 등 돌리지 않고, 오히려 지지 강도가 높아진다면 천군만마(千軍萬馬)나 다름없습니다. 유권자 입장에서 봐도, 자신이 지지하고 존경하는 정치인 한 명쯤 있는 것이 바람직할 겁니다. 지지하는 정치인이 같을 경우, 지지자들간에 자연스레 모임이 형성되고, 지지층간에, 또는 지지층과 해당 정치인간에 소통이 이뤄지면서 결속력이 강해집니다.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일 수 있는 계기도 됩니다. 상식적으로만 진행되다면, 이런 지지층 형성은 정치 발전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하지만 매사에 양(陽)이 있으면 음(陰)이 있듯이, 지지층의 활동이 이런 식으로만 가지 않는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과거 유력 정치인들의 지지층은 주로 연고지라는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됐습니다. 대표적으로 3김을 들 수 있습니다. DJ(김대중 전 대통령)는 호남, YS(김영삼 전 대통령)는 영남, JP(김종필 전 총리)는 충청지역 주민들의 아낌없는 지지와 성원을 받았습니다. 주요 선거 때마다 이들의 지지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최소한의 보증수표였습니다.

그 후 특정지역이 아닌, 이념과 가치, 성향 등으로 유력 정치인의 지지층 조성 기준이 바뀌었습니다. 이른바 ‘○○모’(○○○을 사랑하는 모임)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처음이 노무현 전 대통령인 듯 합니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한국 최초의 정치인 팬클럽입니다. 이어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MB연대와 명박사랑(이명박 전 대통령 지지 팬클럽), 문빠(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 팬클럽) 등 우후죽순으로 쏟아져나왔습니다. 정치를 하려면 그럴 듯한 팬클럽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온건한 지지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층입니다. 대표적으로 ‘개딸’을 꼽을 수 있습니다. 용어가 풍기는 뉘앙스와는 달리 ‘개혁의 딸’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들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단순한 지지가 아니라 강성 지지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정치판을 뒤흔들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누가 이재명 대표를 비난했다가 만에 하나 이들의 눈밖에 나면, 온갖 문자폭탄에 시달립니다. 해당 의원실 직원들은 항의 전화 받느라 업무가 마비될 정도입니다. 그 내용도 어마무시합니다. 같은 정당 소속 인사라고 해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 대표와 같은 민주당 소속이지만, 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이상민 의원은 최근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까스로 부결된 이후, 엄청난 문자폭탄 세례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이 의원의 말을 빌리자면, “어마어마하고 숫자뿐만 아니라 내용도 굉장히 살벌하다. 서로 간에 인격을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해서는 안 되는,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에서 너무 벗어나 있는 내용“이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개딸의 표적 리스트에 올라있습니다. 이유는 지난번 대선 경선에서 대장동 건을 터뜨려 이재명 대표를 고통받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겁니다. 

이는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의 강성 지지층의 입김이 주로 반영되는 이른바 ‘팬덤(fandom) 정치’ 현상입니다. 한국의 정치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해당 정치인은 이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정치인이 겉으로는 지지층을 진정시키고 만류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지지층이 이를 듣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하나마나한 부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팬덤정치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을 것입니다. 순(順)기능적 요인도 있는데, 언론이 역(逆)기능적 요인만 부각시키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팬덤정치의 주역인 정치인과 강성 지지층 모두 최소한의 자세 변화가 전제돼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팬덤정치는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됩니다. 여기저기 강성 지지층이 만들어지고 이들간에 무한 경쟁이 이뤄지면, 우리 정치는 마비상태에 빠지게 될 수 있습니다. 화합과는 정반대인 분열과 갈라치기, 혐오가 판치는 정치문화가 바로 팬덤정치의 부작용 아닐까요. 또한 정치인들이 팬덤정치 눈치를 보거나, 하나하나 강성 지지층의 허락을 받고 나서야 정치활동이나 발언을 해야 할까요. 

이제 한국형 팬덤정치 부작용의 실체가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한국의 정치 발전, 정당 민주주의의 한 단계 승화를 위해 자기변신이 필요합니다. 특히 해당 정치인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할 것입니다. 강성 지지층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치란 몇몇 정치인과 이들을 향한 극단적 지지층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국민 전체가 정치의 주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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