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주의, 기성세대에 반발한 60-70년대 '실험미술'의 기록
형식주의, 기성세대에 반발한 60-70년대 '실험미술'의 기록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3.05.2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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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美 구겐하임미술관 공동기획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
성능경, 〈여기〉, 1975, 종이에 젤라틴 실버 프린트, 10.2×15.2cm(18), 작가소장 © 성능경, 사진 작가 제공
성능경, 〈여기〉, 1975, 종이에 젤라틴 실버 프린트, 10.2×15.2cm(18), 작가소장 © 성능경 (사진=작가 제공)

(서울=내외방송) 국립현대미술관과 미국 구겐하임미술관이 공동기획한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가 26일부터 7월 1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과 미국 뉴욕의 솔로몬 R. 구겐하임미술관(이하 구겐하임미술관)이 공동기획 및 주최하는 전시로 2018년부터 시작된 양 기관의 국제적 협력과 공동 연구의 결과물이다.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는 다양한 실험으로 당대 한국미술의 면모를 새롭게 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 미술계의 일원으로 그 실천의 영역을 확장했던 한국의 실험미술 역사를 조망한다. 1960-70년대는 6.25 이후 근대화와 산업화로 인한 급속한 사회 변화가 일어나던 시기였으며 국제적으로는 68혁명, 반전 평화운동, 페미니즘 등으로 인식의 전환기가 왔던 시기였다.

이 시기 젊은 작가들은 기성세대의 형식주의에 반발, 예술과 사회의 소통을 주장했고 그룹 또는 개인으로 기존의 회화, 조각의 영역을 벗어나 오브제와 입체미술, 해프닝, 이벤트와 영화, 비디오를 포함한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역동적인 사회 현상을 반영했다. 

강국진, 정강자, 정찬승,〈한강변의 타살〉, 1968, 1968년 10월 17일 제2한강교(현재의 양화대교) 아래 강변에서 열린 퍼포먼스의 기록,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연구센터 소장 © 황양자, 정강자 유족, 정무진,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연구센터, 김미경 컬렉션 제공
강국진, 정강자, 정찬승,〈한강변의 타살〉, 1968, 1968년 10월 17일 제2한강교(현재의 양화대교) 아래 강변에서 열린 퍼포먼스의 기록,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연구센터 소장 (사진=황양자 제공)

첫 주제인 '청년의 선언과 시대 전환'은 1960년대 후반에 시작된 전위적 실험미술의 양상들을 소개한다. '오리진', '무동인', '신전동인' 등 신진 예술인그룹의 활동과 이들이 연합한 '청년작가연립전'을 통해 청년 예술가들은 국전과 기성 미술계를 비판하고 반(反) 미술', '탈 매체'를 주창했다. 

강국진, 김영자, 김인환, 심선희 등의 <비닐우산과 촛불이 있는 해프닝>(1967)과 첫 페미니즘적 작품으로 평가받는 강국진, 정강자, 정찬승 등의 <투명풍선과 누드>(1968) 등 금기를 넘어선 이들의 활동이 펼쳐진다. 

'도심 속, 1/24초의 의미'에서는 급격한 도시화 속에서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이 함께 시행한 실험적인 시도들을 조명한다. 실험미술의 대표 작가로 손꼽히는 김구림의 <1/24초의 의미>(1969)가 상영되고 작가의 <현상에서 흔적으로>(1969)를 재해석해 새롭게 시작한 드로잉 <구겐하임을 위한 현상에서 흔적으로>(2021)가 최초로 공개된다.

'전위의 깃발아래 – AG(한국아방가르드 협회)'에서는 1970년대 초 실험미술 그룹과 개인들의 주요 활동을 소개한다. AG의 청년작가들은 '도시 환경과 문명'을 주제로 반(反)미학의 일상성과 탈(脫)매체적 다양성을 추구했고, 특히 판화를 실험의 매체로 삼아 AG 디자인 정체성을 작품화하는 장르융합적 면모도 보여줬다. 

‘“거꾸로” 전통’은 한국의 전위미술과 전통의 특수한 관계를 다룬다. 전위예술이 전통의 부정을 추구하는 것과는 달리 한국은 '거꾸로' 전통예술의 재발견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며 탈서구화, 전통과 현대의 긍정적 계승을 이어갔다. 아부다비 구겐하임미술관 소장품인 이승택의 <무제(새싹)>(1963/2018)와 <무제(낫)>(1969)등을 볼 수 있다.

김구림, 〈1_24초의 의미〉, 1969, 16mm 필름, 컬러, 무음, 9분 14초, ed. 2_8, 솔로몬 R. 구겐하임미술관, 뉴욕 소장 © 김구림, 사진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뉴욕 제공
김구림, 〈1_24초의 의미〉, 1969, 16mm 필름, 컬러, 무음, 9분 14초, ed. 2_8, 솔로몬 R. 구겐하임미술관, 뉴욕 소장 © 김구림 (사진=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뉴욕 제공)

‘‘나’와 논리의 세계: ST’에서는 한국미술에 개념적 설치미술과 이벤트를 맥락화한 전위미술단체 ‘ST(Space&Time)’학회(1971-1981)의 활동상을 소개한다. '미술로서 사진'의 가능성을 시험한 성능경의 <거울>(1975), <사과>(1976), 이건용의 <손의 논리>(1975) 등이 전시된다. 

마지막으로 ‘청년과 지구;촌 비엔날레’에서는 당시 청년작가들의 돌파구가 되었던 해외 비엔날레와 AG의 《서울비엔날레》(1974), 《대구현대미술제》(1974-1979)를 상호 교차해 한국 실험미술의 국제적 면모를 선보인다. 심문섭의 <현전>(1974-1975), 박현기의 <무제(TV돌탑)>(1982), 이강소의 <무제 75031>(1975) 등 당시 작품들을 선보인다. 

한편 오는 31일에는 전시 기획자들과 미술사학자 등이 참여하는 학술행사가 열리며 전시 기간 중 실험미술사의 대표 퍼포먼스인 김구림의 <생성에서 소멸로>(6월 14일), 성능경의 <신문읽기>(6월 21일), 이건용의 <달팽이 걸음>(6월 28일) 등의 재현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또 관객 참여 프로그램으로 제도화된 미술관 내에서의 관람 행위에 가하는 ‘일탈’과 ‘반항’의 제스처를 실천하는 특별워크숍 <금지금지금지금지>, 상시 참여워크숍 <REC:젊은, 생각, 행동>이 열린다.

한편 서울 전시 후에는 9월 1일부터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내년 2월 11일부터 LA 해머미술관에서 순차적으로 전시가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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