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임정혁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 "D-FESTA 거리공연축제, 모두 어울려 행복 나누는 연극 축제로"
[단독 인터뷰] 임정혁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 "D-FESTA 거리공연축제, 모두 어울려 행복 나누는 연극 축제로"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3.05.2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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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공연단체 상생' 제 마지막 목표, 전문 기획인력 있어야 연극이 산다"
임정혁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 (사진=2023.5.24 임동현 기자)
임정혁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 (사진=2023.5.24 임동현 기자)

(서울=내외방송) 5월 26일부터 28일까지 3일 동안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은 하나의 연극 무대가 된다. 한국소극장협회가 주최하는 'D-FESTA 거리공연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초청 공연은 물론 극단들이 직접 제작한 창작 공연이 펼쳐지고 유명 연극인들이 공원에서 공연을 하는 '버스킹'도 열린다.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들려주는 음악의 향연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3년간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소극장 연극은 관객의 감소와 잇달은 공연 취소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제 코로나가 종식되고 연극 축제도 다시 활성화가 됐지만 경제적인 부담, 다양한 볼 거리의 출현 등은 관객들을 소극장에서, 연극에서 점점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대학로에서는 연극이 계속되고 연극으로 꿈을 이루려는 이들의 땀과 노력이 무대를 적시고 있다.

축제를 앞두고 내외방송은 임정혁 (사)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축제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소극장 연극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듣고픈 마음에 대학로 협회 사무실을 찾았다.  

한국소극장협회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전국 300석 이하 모든 민간 공연장을 아우르는 협회라고 보면 된다. 현재 전국 180개 정도의 소극장이 회원으로 있다. 우선 '서울형 창작극장'이라고 해서 예술인이 운영하는 공연장을 저희가 선정해 월세를 100%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공연장을 다른 공연단체에 대관할 때는 대관료의 50% 이상을 못 받게 한다. 월세를 지원해주는 대신 다른 공연단체들을 돕자는 취지다.

대학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순수창작공연을 소개하기 위한 공연티켓 통합마케팅시스템인 '대학로티켓닷컴'도 운영하고 있으며 대학로의 다양한 공연 소개, 할인 정보 등을 제공하는 '좋은공연안내센터'를 마로니에공원 내에서 운영하고 있다. 

최근 탄소중립에 발맞춰 전국의 모든 공연장을 LED 조명으로 바꾸는 사업도 하고 있고 서울시 지원금으로 매년 낙후된 공연장에 음향 기계 등을 교체해주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매년 'D-FESTA 거리공연축제'를 한 해는 서울, 한 해는 지방 이런 식으로 지역을 돌면서 개최하고 있고 또 해마다 ''D-FESTA 소극장축제'를 열어 연극인들과 함께하고 있다. 

5월 26~28일 마로니에공원 일대에서  '2023 D-FESTA 거리공연축제'가 열린다. 어떤 축제인지?

올해로 17회를 맞았다. 다른 축제들과 가장 차별화된 특징은 '제작공연'이다. 공연단체를 선정해 단체가 직접 이 축제에 맞게 작품을 제작해서 무대에 올린다. 전국에 다양한 연극 축제들이 대부분 기존의 공연들을 초청해서 올리지만 우리는 직접 작품을 제작해 공연한다. 제작공연은 연극인들이 다 참여한다는 점도 좋지만 일자리 창출이 되고 '우리만의 공연'이라는 자부심도 느끼게 해 준다.

올해는 3편의 공동제작공연과 5편의 초청공연, 6편의 기획초청공연이 열린다. 그리고 연극인들이 버스킹을 하는 '노래가 있는 공원'이 올해 진행된다. 박호산, 이황의, 박리디아, 오태근 등 유명한 연극 배우들의 연기를 마로니에 공원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도 이번 축제에 참여해 멋진 무대를 보여주게 된다.    

이번에 무대에 오르는 제작공연을 소개해달라

집단의 <시선, 선과 악>은 북청사자놀음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여러 마리의 사자가 등장해 축제에 맞는 퍼포먼스를 하면서 서로 한발씩 내딛으며 소통하는 과정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극단 신인류의 <투게더>는 다양한 상처와 고민을 가졌지만 좌충우돌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지고 극단 마중물의 <P.R.N.D(Parking, Reverse, Neutral, Drive)>는 단절을 극복하고 소통을 통해 어울림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마당극으로 표현했다. 

이번 축제의 주제가 '모두, 어울림'이다. 어떤 의미가 있는지?

코로나로 그동안 모두가 정말 많이 힘들었다. 많은 축제들이 취소가 됐지만 D-FESTA는 코로나 중에도 거리두기를 하고 영상을 틀면서 매년 진행했다. 축제라는 것은 결국 관객과 배우, 공연이 모두 어울리며 즐겨야하는 것인데 코로나 기간 중에도 축제를 했지만 어울림을 이루지는 못했다. 이제 3년이 지났고 코로나도 종식이 됐는데 다시 한 번 얼굴을 맞대고 눈도 맞추면서 함께 서로서로 즐거움을, 행복을 나누자는 취지로 '모두, 어울림'을 택했다. 올해 제작공연도 모두 '어울림'을 주제로 한 공연들이다. 

축제를 앞두고 설레임도 있을 것이고 긴장감도 있을 것 같은데

긴장감은 사실 안 들고 다 끝났다고 생각하니까 통쾌하고 행복하다(웃음). 그동안 너무 지쳤었다. 어떤 바이러스가 올 지는 모르지만 코로나를 겪으면서 스스로 대비하고 조심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됐다고 본다. 모두모두 정말 고생하셨다. 

지난 3년의 코로나 기간 동안 소극장 무대가 많이 타격을 입었고 상당히 힘들었던 것으로 안다

이루말할 수 없다. 너무너무 힘들었다. 관객이 많이 올 수 없었고 관객을 많이 모이게 할 수 없었고 배우들이 코로나에 감염되어 공연이 취소되고 준비했던 공연을 접었던 기억도 있다. 사라진 공연장들도 있었다. 한 마디로 암담했다.

연극인들이 정말 어려움을 겪었고 공연계도 정말 어려웠지만 사실 모두가 다 어려웠다. 우리만 힘들었다, 우리가 더 힘들었다가 아니다. 내가 가장 힘들었는데 돌아보니 내 옆의 사람이 더 힘들어했다. 그래서 우리가 같이 버틸 수 있었다고 본다.

지난해 열린 D-FESTA 거리공연축제 모습. (사진=한국소극장협회)
지난해 열린 D-FESTA 거리공연축제 모습. (사진=한국소극장협회)

공연이 활성화됐지만 대중들의 연극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어든 것 같아 우려스럽다. 경제 사정도 그렇고 볼 거리가 다양해지다보니 연극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이미 코로나 전부터 연극 관객들은 줄어들고 있었다. 상업연극이나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연극은 흥행하지만 본질적으로 예술성을 가진 작품들은 관객이 없다. 극단 사람들이 서로 응원하는 차원에서 서로의 공연을 봐 주는 식으로 자리를 채우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 편한 것을 찾아다니는, 개인주의로 치닫는 시대의 흐름도 영향이 있다. 편한 곳에서 편하게 공연을 보고 싶어하는 게 요즘 사람들의 마음인데 어떻게 보면 조그만 극장에서 연극을 보는 것이 답답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막상 직접 보면 정말 좋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연극이다. 다시 관객을 불러모으려면 기획 마인드 등 모든 것을 다시 세워야하는 상황이다.    

소극장 연극을 다시 살릴 방법은 무엇일까?

결국 기획과 홍보가 가장 중요한데 기획을 전문적으로 하는 인력이 없다. 여성인력지원센터나 재단 등에서 기획 인원을 키워서 내보내는데 이 친구들이 연극 기획이나 홍보를 하지 않으려 한다. 왜? 돈이 안 되니까. 이분들은 전문 인력이 아니라 돈을 보는 것이 목적이기데 결국 돈이 되는 상업극이나 뮤지컬로 가게 된다. 

소극장 연극을 제작하면 대략 3,000~5,000만원 정도 제작비가 든다. 그렇다면 수입이 3,000~5,000만원 정도 돼야 비슷하게 유지가 되는데 몇백만원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가성비가 안 좋은 장르가 연극이다. 결국 이를 살릴 수 있는 것은 기획인데 기획자가 없다. 기획이라고 해야 한 기획사가 몇 개의 작품을 하는데 에너지가 분산된다. 이게 지금의 악순환이다. 현재로서는 자발적으로 성장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정부가 인력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이 인력이 전문 기획인력인지 아닌지를 모른다. 그야말로 생색내기 지원이다. 어차피 인력을 지원하려면 연극을 전담할 수 있는, 연극에 맞는  전문 인력을 지원해야하는데 그렇다면 인력 양성이 필요하고 이 인력으로 연극 기획을 하고 인건비를 지원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해야한다. 이를 정부에 이야기하고 있다.

특별히 협회에서 신경쓰는 부분이 있다면?

앞에 말한 부분이 가장 크고, 그리고 또 하나는 환경이다. 대학로 1km 안에 160개 극장이 밀집해있는 것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이건 둘 중 하나다. 같이 흥하거나 같이 망하는 거다. 그렇다면 세계화가 돼야한다. '한국의 에든버러'가 돼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환경이 깨끗해야 한다. 극장이 작은 것은 상관없지만 환경이 깨끗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으로 매년 환경 개선을 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연극을 봐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밥 먹고 배부른 것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머리와 지식, 내면이 채워질 때 행복을 느끼지 않나. 그 행복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바로 예술이고. 연극을 봐야 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연극이 우리의 내면을 채워주고 행복하게 해 줄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저의 숙원사업이 있다. 지금처럼 '공연장 따로, 공연단체 따로'가 아니라 공연장과 공연단체가 상생을 해야 살아갈 수 있다. 지금은 단체들이 공연장을 대관하는데 평균 하루 45만원 정도의 비싼 대관료를 주고 있다. 한 달이면 1000만원이 넘는다. 이 부담이 크니까 제작 환경이 어려운 거다. 

이제는 대관 위주가 아닌 상주단체 개념으로 가야한다. 한 공연장에 두 세 단체가 들어가도 대학로에서 몇십개 단체들이 살 수가 있다. 상주단체에게 무료로 대관을 하겠다고 하면 단체는 '감사합니다'하면서 들어간다. 6개월 정도는 상주단체들이 연습하고 작품을 공연하고 나머지 6개월은 대관을 하는 대관료의 50% 이상을 못 받게 하는 대신 공연장에 대관료, 기획인력 등을 지원하면 공연장도 살고 단체도 살 수 있다. 제대로 기획이 이뤄지면 관객이 더 많이 올 수 있고 연극이 다시 흥해질 수 있다. 이것을 이루는 게 제 마지막 목표다.  

끝으로 축제를 보고 참여하려는 분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이제는 얼굴 좀 보고 삽시다. 행복하게 웃으면서(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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