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이 없는 강아지를 잠시 맡아서 기르게 되었다. 황금털이 매력적인 골든리트리버. 이전 주인이 많이 먹였는지 덩치가 크고 임신한 강아지 처럼 보였다.
첫 만남에 그 놈은 꼬리를 막 세차게 흔들더니 툭 튀어나온 입으로 내 몸을 툭툭 쳐 댔다. 쭈글쭈글한 이마는 이전 주인이 없어진 걸 알아채기라도 한 듯한 모양이고 동그란 두 눈은 눈물이 고여있는 것만 같았다. 아파보이는 리트리버는 나에겐 더 없이 소중한 친구가 되겠지?
“안녕? 나는 네 새로운 주인 수진이야. 엄마라고 불러. 알았지?“
”끄덕 끄덕“
이 노견이 사람의 말을 이해한 걸까? 화장실 가고 싶으면 가고 싶다고 문앞에 앉아서 기다리고, 나가고 싶으면 나가고 싶다고 끄덕끄덕도 하고.
그러나 어떤 날은 말을 안 들을때도 있다. 밖으로 나갈때는 내 다리를 퍽퍽 친다. 아야! 아파. 또 어떤날엔 ‘왜 소변을 안눠?’. 심지어는 밥도 맘에 드는 것만 먹고 힘들게 산 사료를 거들떠도 안봐서 속상하게 한다. 그래도 귀를 팔랑거리며 벌러덩 누워서 쓰다듬어달라고 하는 모습을 보면.. 또 한번 ‘그래. 이러던 저러던 잘 했어.’
작은 견종과는 다르게 큰 견종을 임보해보니 느끼는 건, 확실히 사람들 눈이 의식된다는 점이다. 큰 견종은 마냥 순한 이 리트리버를 보고 겁에 질려하거나 도망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 강아지와 나는 속상해진다. ‘착하고, 순해요.’ 팻말이라도 써 붙여야 하나. 속상한 마음을 애써 넘기며 벌써 7일째 임보 중.
앞으로도 잘 지내보자. 우리 강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