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과거와 현대의 조화로 이루어진 '지속가능한' 미래의 건축물들
[문화산책] 과거와 현대의 조화로 이루어진 '지속가능한' 미래의 건축물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4.05.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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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미래긍정 : 노먼 포스터, 포스터+파트너스'
서울시립미술관  '미래긍정 : 노먼 포스터, 포스터+파트너스' 전시 풍경. (사진=임동현 기자)
서울시립미술관 '미래긍정 : 노먼 포스터, 포스터+파트너스' 전시 풍경. (사진=임동현 기자)

(내외방송=임동현 기자) 아침에 눈을 뜨고 집을 나서며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일터로 출근하면서 우리는 수많은 건물을 스쳐지나가게 된다. 해가 지고 저녁 퇴근을 하면 어김없이 집에 가는 과정 속에서 불빛이 빛나는 건물들을 보게 된다.

대부분 우리는 이 건물을 무심하게 지나친다. 너무나 익숙해진 풍경이기도 하고 굳이 건물의 의미까지 생각할 이유도 사실 없기 때문이다. 가끔, 아주 가끔 새로운 모습의 건물을 보면 발길을 멈추게 되지만 이 역시 한순간의 감흥으로 끝날 뿐이다. 익숙해지고 정형화된, 도시에 세워진 하나의 건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미래긍정 : 노먼 포스터, 포스터+파트너스>(이하 <미래긍정>)가 열리고 있다. 올해 서울시립미술관은 전시 의제로 '건축'을 꼽았고 그 일환으로 세계적인 건축 거장인 노먼 포스터와 그의 자회사인 '포스터+파트너스'의 주요 프로젝트를 국내 최초로 소개하는 전시를 연 것이다.

자이드 국립 박물관 ⓒ 포스터 + 파트너스.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자이드 국립 박물관 ⓒ 포스터 + 파트너스.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이 전시는 노먼 포스터와 자회사의 주요 미술관, 박물관을 비롯한 공공 프로젝트를 조명하면서 크게 두 가지의 화두를 제시한다. 바로 '지속가능성'과 '미래 건축에 대한 사유'다. 지금 현재의 건축에서도 가장 큰 화두인 '지속가능성'을 노먼 포스터는 1960년대부터 고민했고 이를 통해 '친환경 건축'을 이루어낼 수 있게 되었다. 현대 건축의 핵심인 주거지, 에너지, 환경 문제에 대한 고찰이 사실상 노먼 포스터에 의해 시작됐다고 해도 무방하다.

특히 그의 건축은 '레트로핏(retrofit)'으로 대표된다. 오랜 역사를 가진 건축물에 현대적 해석을 조화한 방식이다. 런던 영국박물관의 대중정, 뉴욕의 허스트 타워, 독일 국회의사당 등이 이 레트로핏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인데 이를 통해 건축물은 과거의 흔적에 현대의 미학을 더하면서 미래의 건축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자이드 국립박물관이다. 전통 사우디 건축물에 바탕을 두면서 자체적인 공기 순환을 통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도록 설계되었다, 전통적인 바탕에 날씨를 생각한 내부 환경을 더하면서 자이드 국립박물관은 아랍에미리트의 행정수도인 아부다비의 미래를 비추게 된다. 

애플파크. (사진=임동현 기자)
애플파크. (사진=임동현 기자)

전시를 통해 소개된 프로젝트를 보면 '건축'이 어떻게 '친환경 예술장르'로 변해가는지, 그리고 건축가의 생각이 대중의 생활을 바꾸는 요소가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애플파크, 영국 블룸버그 본사, 아부다비 마스다르시티 등의 건축을 보면 일터를 '즐거운 곳'으로 만들려는 그의 노력이 곳곳에 배여 있다.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기술'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들은 건축물 주변의 환경, 지역의 문화, 건물의 용도 등을 다양하게 연구하면서 실현된 것이다. 이들이 왜 지어졌고, 어떻게 사용되고, 누가 이용하고, 무엇으로 오랫동안 지속가능해지는가를 연구하는 것이 진정한 건축가의 자세라는 것을 다시 실감하게 된다.

여러 프로젝트들이 있지만 그 중 이야기하고픈 두 가지 프로젝트가 있다. 하나는 세계 전역에 세워진 암환자를 위한 시설인 '매기 센터'다. 이 곳은 암환자를 위한 곳이지만 정형화된 병원 형식이 아닌 집처럼 편한하고 가정적인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화려하거나 비싼 재료를 들인 것이 아니라 천연 재료를 사용해 따뜻하고 차분하고 편안한 느낌으로 만들어진 암환자 센터. 그 곳에서 웃음을 찾아가는 환자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광경이다.

드론공항. (사진=임동현 기자)
드론공항. (사진=임동현 기자)

또 하나는 바로 '드론공항'이다. 드론공항은 접근성이 낮은 중앙 아프리카의 고립 지역에 긴급 생필품이나 의약품 전달이 원활해지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자재와 목재는 모두 현지 자원을 바탕으로 하며 조립이 쉬운 시스템을 사용해 지역 공동체가 건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건축가의 생각과 그를 뒷받침하는 인간의 노력이 어려움에 빠진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바탕을 만든 셈이다.

<미래긍정>을 보면서 우리는 건축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다. 필요하면 짓고 부수고 새로 짓고를 반복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 건축은 앞에서 말한 '지속가능'을 더 중요시하게 됐다. 그리고 과거를 바탕으로 미래를 구상하는 현재의 모습으로 건축물은 만들어지고 변화하고 있다. 이를 느끼게 해 줄 <미래긍정>은 오는 7월 21일까지 만날 수 있다.

전시의 마지막, 노먼 포스터가 우리에게 전하는 말을 여기에 옮긴다. "건축가로서, 우리는 본질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미래를 위해, 과거에 대한 인식과 함께 현재를 설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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