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방송=임동현 기자) 지난달 21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MMCA 기증작품전 : 1960-1970년대 구상회화>전이 열리고 있다. 지난해 5월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을 열었던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에는 이건희컬렉션 104점과 작가 이병규, 윤중식, 김태 등의 유족들이 기증한 작품들을 모아 총 150여점을 선보이는 기증작품전을 개최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최근 5년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작품 중 한국 화단의 형성과 성장에 자양분이 된 1960-70년대 구상회화를 재조명한다"며 이 전시를 소개하고 있다. 1세대 유화 작가들인 이병규, 도상봉, 김인승, 이종무, 김숙진, 김춘식 등과 내면의 이미지를 독자적으로 표출한 윤중식, 박수근, 황염수 등의 작품들이 소개된다.
기증전은 미술관이 소장 중인 작품들을 중심으로 미술의 역사를 돌아보는 것은 물론 기증자의 마음을 엿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해 열렸던 '동산 박주환 컬렉션'은 192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화의 변화와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기증품 하나하나마다 담긴 동산 박주환 선생의 미술품에 대한 사랑을 느끼면서 기증문화를 더 활성화시키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 그렇기에 국립현대미술관도 지난해 컬렉션을 열면서 "국내 수집가들의 기증문화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던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 따르면 1971년 미술품 기증이 시작된 이래 2023년 12월 기준으로 전체 소장품(1만 1,560점) 중 6,429점(55.6%)이 미술품 기증으로 이루어졌고, 특히 2021년 이건희컬렉션을 기점으로 개인 소장가나 작가 유족 등이 미술품을 기증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특히 이건희컬렉션을 통해 이병규 작가의 작품 5점, 윤중식 자가의 작품 4점이 기증된 후 2021년 하반기 유족들이 각각 13점, 20점을 추가로 기증했다.
이 전시는 전시 제목 그대로 1960년대와 1970년대의 구상회화의 역사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는 이병규의 풍경화와 인물화, 고향을 향한 그리움과 가족을 향한 사랑을 표현하는 윤중식의 작품 등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60년대, 70년대 작가들의 꼼꼼함을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전시의 가장 큰 아쉬움은 결국 '이건희컬렉션'이 중심이 됐다는 점이다. 물론 이건희컬렉션이 기증문화에 큰 반향을 미쳤고 많은 작품들을 일반 관객들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부각을 시킬 수 있겠지만 이건희컬렉션으로 전시 작품 수를 늘리다보니 중간에 집중도가 떨어지는 단점을 보여줬다.
전시에서는 미술관 기증을 결심한 유족들의 인터뷰 영상을 상영하고 기증작에 유족의 이름을 남기는 등 '기증의 중요성과 의미'를 살리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기증문화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결국 기증자에게 그에 합당한 예우와 대우를 해주고 기증자의 이름을 부각시키는 등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 여전히 많은 기증작들이 기증자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전시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물론 '기증작을 전시하는 것 자체가 기증자에 대한 예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기증자를 부각하지 않는 상태에서 '기증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설득력이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결국 미술관이 신뢰있는 모습을 보여줄 때 기증문화가 활성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전시는 '기증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건희컬렉션'을 부각시키며 다량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소박하더라도 기증자의 이름과 마음이 담긴 작품들, 유족들의 신뢰와 온기가 담긴 작품들을 중심으로 하면서 이들의 노력을 알려야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참고로 전시작 중 이건희컬렉션이 104점이다. 약 40여 점의 작품만으로도 전시가 가능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물론 전문가의 생각은 또 다를 것이다.
전시는 9월 22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