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방송=임동현 기자)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4일 오후 7시 부천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14일까지 11일의 일정에 돌입한다.
올해 영화제는 세계 영상 산업에서 거대한 화두로 떠오론 AI 시대에 맞춰 대한민국 국제영화제 최초로 AI 영화 국제경쟁 부문을 도입하고, AI 영상 제작에 관련된 최신 정보와 전 세계 선구자들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AI 컨퍼런스'와 인공지능 실체와 가능성을 확인하고, 기존의 제약에 도전할 기회를 제공하는 'AI 워크숍' 등을 통해 AI 도입과 발전이 영화에 미치는 영향과 가능성을 살펴보게 된다.
이와 함께 공식 국제경쟁 부문 '부천 초이스'에는 8편의 장편과 9편의 단편이 엄선됐으며 새롭게 신설된 AI 영화 국제경쟁 부문에서는 영화 제작 환경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는 생성형 AI 영화의 오늘을 만날 수 있다. 최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장르영화, 세계 장르영화의 중견 거장들의 신작 상영, 장르 클래식 복원작 등 다양한 섹션들은 오늘의 관객들에게 영화의 매혹을 전할 예정이다.
4일 출항을 시작하는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들, 그리고 섹션을 소개해본다.
개막작 <러브 라이즈 블리딩> (로즈 글래스 감독)
장편 데뷔작 <세인트 모드>(2019)로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 초이스 : 장편 감독상을 수상한 로즈 글래스 감독이 자신의 장기를 살린 '미친 사랑 이야기'로 부천을 다시 찾는다.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레즈비언 커플이 예기치 못한 사건을 겪게 되면서 살인과 어두운 가족사, 절망적인 현실의 끝을 느끼게 되고 결국 어딘가를 향해 질주하는 한편의 희비극이 펼쳐진다. 크리스틴 스튜어트, 케이티 오브라이언, 애드 해리스, 그리고 발레니노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의 딸인 안나 바리시니코프 등 배우들의 면모도 화려하다.
폐막작 <구룡성채 : 무법지대> (소이 청 감독)
세계적인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하던 1980년대 홍콩, 하지만 혼돈의 시대에서 가장 위험하고 불가사의한 무법지대가 바로 '구룡성채'였다. 80년대 홍콩의 생생한 모습과 90년대 홍콩영화 전성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액션, 인물들의 다양한 사연과 관계가 돋보이며 홍금보, 고천락 등 홍콩영화 스타들을 만나는 재미 역시 지니고 있다. 올해 제77회 칸영화제 공식 초청작이기도 하다.
부천 초이스 <레스파티> (싯다르타 타타 감독)
최근 아시아 장르영화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고 이번에 영화제가 주목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영화의 오늘을 볼 수 있다. 악몽의 이미지와 초자연적 요소들, 연쇄살인 등 장르 영화의 요소들을 성장 어드벤처 플롯에 접목한 이 영화는 전통과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세계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기생충> 제작사인 바른손 E&A가 제작 투자로 참여한 영화이기도 하다.
부천 초이스 <원 모어 펌킨> (권한슬 감독)
올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AI 제작 영화로 지난 3월 제1회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한 영화다. 200살 넘게 장수하는 한국 노부부의 비밀스런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서양의 핼러윈 문화와 동양적 이미지를 생성형 AI를 통해 결합하며 관객들에게 기괴하고도 새로운 비주얼을 보여주게 된다. 올해 AI 국제 경쟁 부문에는 이 영화를 포함해 15개 작품이 선정됐다.
매드 맥스 <신사 : 악귀의 속삭임> (쿠마키리 카즈요시 감독)
전 세계 장르영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거장과 중견 작가들의 신작을 만날 수 있는 '매드 맥스' 섹션에 선정된 영화. 쿠마키리 카즈요시 감독은 지난 2023년에 만든 <#맨홀>을 통해 영화제 관객들을 만난 바 있으며 올해 최초로 한국 영화를 만들었다. 김재중이 내면의 어두움을 간직한 채 욕망과 금기를 쫓아가는 무당으로 출연하며 <윤희에게>로 한국 관객들에게 친숙한 키노 하나 등 배우들이 긴장감을 더한다.
로저 코먼 추모전
지난 5월, 98세를 일기로 사망한 'B급 영화의 대부' 로저 코먼의 대표작 3편이 이번에 상영된다. 그는 지난 1997년 제1회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장을 역임하며 영화제의 탄생을 함께 한 영화인이기도 하다. 이틀 만에 뚝딱 완성한 기괴한 영화 <흡혈 식물 대소동>(1960), '게릴라식 재활용'으로 만든 <더 테러>(1963), 로저 코먼 제작 영화 중 가장 뛰어난 영화로 평가받고 있는 <죽음의 경주>(1975)를 만날 수 있다. 잭 니콜슨, 실베스터 스탤론 등의 풋풋하면서도 과장된 연기를 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독.보.적. 손예진
매년 동시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흔적을 더듬으며 한국영화의 현재를 조망하는 배우 특별전의 올해 주인공은 배우 손예진이다. 멜로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모험을 항상 시도했던 손예진의 23년 연기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영화 상영과 전시가 영화제 기간 동안 진행된다. 상영작은 손예진 배우가 직접 선정한 것으로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아내가 결혼했다>, <오싹한 연애>, <비밀은 없다>, <덕혜옹주>다.
토요단편의 기억과 회복
1982년부터 5년간 매주 토요일마다 주한 프랑스문화원에서 단편 영화 상영회 '토요단편'이 열렸다. 이 행사는 국내 최초로 상영과 작가와의 대화, 시상, 행사 등이 모두 진행된, '국내 최초의 영화축제'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 장길수, 김의석, 강제규, 이정국 등 한국영화를 이끌었던 감독들의 옛날 단편들이 상영되는 이 섹션은 '토요단편'의 탄생과 진행의 중심 역할을 했던, 지난 2022년 작고한 박건섭 부조직위원장을 추모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