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정 칼럼] 충분히 좋은 엄마
[김서정 칼럼] 충분히 좋은 엄마
  • 김서정 박사
  • 승인 2024.08.0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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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는 관련 없음(이미지=픽사베이)
기사와는 관련 없음(이미지=픽사베이)

 

'충분히 좋은 엄마'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힘들어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맞벌이 가정이 많은 요즘, 어느 40대 직장여성의 엄마는 아침이면 '나'만 챙기는 것이 아닌 아이들과 남편까지 챙겨야 하는 경우 엄청 분주히 움직이지 않으면 엉망이 되므로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아직 어린 경우 등원 준비를 시키기 위해 잠을 깨워야 하고 너무 꾸물대며 딴청 피우기도 하면 소리를 질러대고 욕설까지 퍼부어 하루를 전쟁으로 시작된다고 한다. 남편은 아내의 큰소리에 기분이 엉망이 되고 자연스럽게 부부 싸움으로 이어져 하루를 불쾌한 상태로 시작할 때가 여러 번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화가 나면 화를 참지 못하고 시도 때도 없이 욱하고 올라오는 것이 어떤 이유가 있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었다.

이 여성은 아동심리 전문가를 찾아갔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은 전문가라고 별 뾰족한 수는 없다. 일상생활에서 자신 역시 크게 화를 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처음에 놀라는 것은 누구든지 경험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라면 아침에는 날마다 초긴장 상태이다. 아이들은 엄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더 놀아 달라, 오늘은 혼자서는 유치원 가지 않겠다 등 등...

문제는 아이들에게 ‘욱’하고 올라오는 화를 참지 못하고 아이들을 달래는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엄마로서 자격 없는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죄책감이 스며드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화를 낸 날은 직장에서도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일 것이다.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은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 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고 조언한다. 이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이 앞에서 감정조절을 잘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조절되지 않는 것에 매번 좌절한다. 완벽하게 감정조절을 하는 엄마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를 현실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결코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엄마들은 자기 자신에게 먼저 관대할 필요가 있으며 아이들을 깨우는데 있어 아이디어로 좋아하는 것을 주거나 아이 스스로 잘할 수 있게 유도해 습관을 길러주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신분석학자인 위니캇(Donald W. Winnicott) 역시 완벽한 엄마가 아니면 좋은 엄마가 아니라는 생각을 버리라고 조언(助言)했다. 충분히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라고 스스로 만족하는 것이 먼저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질책(叱責)하고 죄책감(罪責感)을 느끼게 되면 생활의 효율성만 떨어짐을 소아과 의사였던 위니캇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더 좋은 엄마의 조건이 무엇인지 합리적으로 노력하는 과정을 알아보는 것 자체가 바람직한 일이라고 여겨진다.

위니캇의 가르침에 따르면 아이의 욕구에 완벽하게 적응하는 엄마는 없다. 완벽하게 적응하려고 하는 과정 자체에서 실패도 있고 좌절도 있는데 이러한 실패 과정은 점진적으로 이뤄진다. 이 경우 ‘최적의 좌절(optimal frustra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는 자기심리학(self psychology)의 창시자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은 최적의 좌절은 성숙한 마음을 위해 반드시 필요함을 말했다. 

예를 들면 미술작업에서 최적의 좌절은 작업 과정에서 어딘지 모르게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 활동 결과가 주는 좌절감이다. 최종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대부분 좌절하고 인내하고 다시 좌절하면서 새롭게 도전하는 과정이 반복되는데 그러한 좌절이 좌절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응전(應戰)의 기회를 주는 좌절이라면 반복될수록 오히려 작품의 완성도를 향상시키게 된다. 이는 작품 완성 이후에 생성되는 성취보다 앞선 과정적 즐거움의 원천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엄마도 아이도 최적의 좌절을 통해서 삶의 즐거움을 경험한다. 그리고 더 좋은 엄마, 더 좋은 아이로 성장해 가는 것이다. 

위니캇의 이론 가운데 더 좋은 엄마, 충분히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사항으로 6가지를 간략하게 정리한다.
첫째. 안아주기(Holding)로 신체적 안아주기를 포함해 아이에게 필요한 심리적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둘째. 다루기(Handing)로 자연스럽게 아이의 신체와 마음을 다뤄주는 것이다. 셋째. 대상 제공하기(Object providing)로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엄마 자신과 전체 현실 세계를 아이에게 안내하고 도와주는 것이다. 넷째. 반영하기(Mirroring)로 아이의 욕구나 충동을 몸짓이나 움직임으로 표현할 때 이것을 정서적∙언어적으로 알아차리고 반영(反映)하는 것이다. 다섯째. 살아남기(Surviving)는 아이가 나타내는 공격적 활동에 보복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여섯째. 놀이하기(Playing)로 아이가 몰입하는 놀이를 허용하며 아동에게 적절하게 반응함으로써 아동과 같이 놀아주는 것이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많은 인내와 사랑이 없이는 이끌어 갈 수가 없다. 더구나 좋은 엄마가 되기란 쉽지가 않다. 그렇지만 지혜로운 엄마는 나 자신이 아기를 키우는 법을 배우고 익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르신들의 지혜를 배우고 아이들의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성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아동기를 사명감을 가지고 키워내야 한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축복이며 숭고한 일이기에 더더욱 배우고 익혀 지혜로운 엄마 되기에 앞장서서 행복을 만들어 내는 멋진 엄마가 돼야 한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아기가 자라면서 얼마나 많은 재롱으로 기쁨의 효도를 다하고 있었는지를 깨닫는다면 힘은 들었지만 보람으로 되돌아온다. 지금도 그 아기 때의 보드라운 살결과 앙증맞은 모습을 상상하면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아기가 먹는 것을 싫어해 행여나 영양부족으로 성장에 지장이나 안 될까? 안타까웠고, 아기들이 열감기로 밤새 앓을 때 옆에서 아기가 아픈 것보다 내가 아픈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으로 밤새 물을 데워 수건으로 물을 적셔 온몸을 쓸어가며 열을 내리고, 동전을 삼킨 아기는 입술이 파랗게 기도가 막혀가는 급박한 상황에 순간의 지혜로 아기를 거꾸로 들어 올려 등짝을 치자 기도를 막았던 동전이 입에서 튀어나오며 아기도 놀라 안기는 모습, 뜨거운 것을 만져 냉장고의 얼음으로 싸매고 허겁지겁 병원으로 향했던 상황, 직장다니는 엄마라서 비가 오는 하교 길에 아들에게 우산도 한번 가져가지 못했던 미안한 엄마의 심정을 위로와 격려로 대신하며 토닥였던 지난날이 아쉽기만 하다. 

지금은 성장해 성인이 된 아들들이지만 나의 좋은 기억 속에 추억을 듬뿍 가져다준 고마운 아기들이었다는 생각에 감사할 뿐이다. 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예비 엄마들에게 많은 실수로 얻어진 지혜로운 정보를 나눠주고 싶다.

 

김서정 박사(사진=김서정 박사)
김서정 박사
(사진=김서정 박사)

● 김서정 박사
- 시인
- 상담심리학 박사
- 『작은 영웅의 리더십』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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