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방송=임동현 기자) 두 작가의 협업, 평면과 입체의 조화를 이루는 작업의 결과물이 최근 공개됐다. 바로 지난 28일부터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아티스트 그룹 '잇은(itt-eun)의 전시 <inter->다.
'잇은'은 설치 작업을 하는 홍정욱 작가와 평면 작업을 하는 김효정 작가의 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각예술 그룹이다. 부부인 이들은 각각의 2인전을 열기 보다는 '같이 하는' 작업을 해보자는 생각을 했고 이것이 곧 '잇은'으로 이어졌다. '잇은'은 연결을 의미하는 '잇다'에서 비롯된 것으로 작가들간의 연결, 공간과 작품의 연걸, 작품과 관객의 연결 등 이어짐을 추구하는 그들의 철학이 반영된 이름이다.
잇은의 작품들은 '서로에 대한 존중'으로 만들어진다. 김효정 작가의 페인팅에 홍정욱 작가의 구조물이 더해지기도 하고 홍 작가의 구조물에 김 작가의 페인팅이 더해지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이들은 서로의 작업에 관여하지 않는다. 작품을 보고 느끼게 되는 영감, 그리고 각각의 작품 세계를 존중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를 통해 하나의 작품이 새로운 입체적인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며 동시에 각각의 시각성이 구현되면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홍정욱 작가는 "'하고 싶은 대로 해'라는 말 외에는 아무런 조언도, 제약도 없다. 김효정 작가가 작업을 다 끝내면 저는 그 작품에 어울리게 프레임을 만들거나 구조를 붙여 작업을 끝낸다. 김 작가는 단 한 번도 자신이 예상한 대로 작품이 완성된 적이 없다고 하지만 기대 이상의 뭔가 대단한 재미있는 것이 나온다고 이야기한다"고 밝힌다. 그리고 이 한 마디를 전했다. "사실 대화나 의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에 대한 '신뢰'이자 '존중'이다". 잇은이 부부 사이라는 사실을 내세우지 않는 이유도 부부 작가라는 편견을 깨기 위한, '각각이 모두 훌륭한 작가'라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동그란 원에 선을 추가하고, 각각의 이미지를 묶어 모빌로 전시하고, 하나의 그림에 입체적 효과를 주는 등의 작업이 주는 오묘한 조화가 잇은 작품들의 가장 큰 특징이다. 전시는 마치 잇은이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처럼 작품을 설명이 아닌 '시각적인 공감'으로 느끼게 만들어준다.
일반 관람객들의 입장에서는 '그래도 작품에 대한 해설이 어느 정도 있어야 이해를 할 수 있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옳은 생각이다. 하지만 해설은 자칫 작품을 하나의 시선으로 규정하게 만들 우려가 있고 이는 곧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해를 막는 동시에 작품과 작가에 대한 선입견을 갖게 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잇은의 프로젝트가 가능했던 이유도 바로 하나의 작품에 대한 한 작가의 새로운 시선이 더해졌기 때문이며 상대 작가는 비록 자신의 생각과 다르고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가의 작품 세계니까'라고 받아들이게 된다. 잇은이 작품을 만들면서 진행한 '시각적인 소통'을 이제 전시장에서 잇은의 작품과 관람객들이 하게 된다. 다양한 시선과 생각 속에서 '눈으로 소통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 이 전시다. 그렇게 우리는 작가와 연결되고 작품과 연결되며 심지어 관람객과 관람객이 연결된다. '잇은'의 철학이 현실이 되는 것이다.
또 하나, 잇은이 전한 메시지가 있다. "작품에 대한 마침표는 작업실이 아니라 그것이 연출되는 공간이다". 바로 '공간과 작품의 연결'이다. 조명으로 인해 생긴 그림자, 작품과 작품 간의 거리, 모빌이 전시된 위치 등이 작품의 요소가 된다. 그림자가 생기면서 나타나는 새로운 조화, 작품들의 어우러짐을 느끼면서 어느덧 관람객들도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새로운 소통과 연결의 의미를 알게 해 줄 잇은의 전시 <inter->는 오는 9월 14일까지 열린다.